슈퍼주니어 멤버 김희철이 8일 발표한 신곡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 가사로 여혐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김희철 인스타그램)
그룹 슈퍼주니어 멤버이자 방송인인 김희철이 최근 발표한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 가사로 여성혐오 지적이 제기되자, "제가 X혐이라뇨"라며 부인했다.
슈퍼주니어 희철, 신동, 은혁과 마마무 솔라가 함께 부른 SM스테이션 음원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8일 공개됐다. 희철, 신동, 은혁, 보이비, mr.cho가 함께 쓴 가사에는 여성혐오로 비칠 수 있는 부분이 포함돼 있었다.
문제가 된 부분은 "비호감 호감 여혐 남혐 사이를 왔다 갔다 간단히 말하자면 주옥 같은 트집으로 지들만 불편한 벌레 여시들의 안주인의 몸"이라는 표현이다.
'여시'는 대규모 여초 카페 '여성시대'의 줄임말이기도 해, 이들을 저격한 것이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나왔다. 이에 김희철은 같은 날 인스타그램 댓글을 써 반박했다.
"'호불호가 확 갈리고 비호감 호감 여혐 남혐 사이를 왔다갔다'는 내 이미지를 말하는 거에요. 그리고 남성이 나쁘고 여성이 나쁘고가 어딨습니까!?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이 나쁜거지.폭탄 터뜨리면 또 내 소중한 팬들만 고생하는 것 같아서 늘 참고 넘겼었는데.. 너무 그쪽 분들께서 루머와 짜집기로.. 그쪽 분들과 함께 살아가는 제 '어머니'와 '누나'를 속상하게 하시니까.. 다들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면 되지.. 왜 이렇게들 분노가 많아요..제가 X혐이라뇨~ 직업도, 성별도, 나이도 상관 안하고 모두를 존중하며 사는 사람 중 하난데 호호호호~ 서로 사랑하며 살아요 우리 내새끼들 항상 고생이 많아요 이번엔 편하게 캡쳐해서 올려주시면 돼요 이상! 세상의 모든 '정상적인 여성, 남성'을 사랑하는 김희철이었습니다 녀남노소 모두 즐거운 연말 보내세요!!"김희철은 가장 논란이 됐던 '주옥 같은 트집으로 지들만 불편한 벌레 여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비호감 호감 여혐 남혐 사이를 왔다 갔다' 부분만을 들어 반박했다.
배우 유아인이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선언했을 때 등장했던 '어머니'와 '누나' 얘기가 김희철 글에서도 나왔다. 그는 '그쪽 분들'이 "제 '어머니'와 '누나'를 속상하게 한다"며 자신은 "모두를 존중하며 사는 사람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이어, "세상의 모든 '정상적인 여성, 남성'을 사랑하는 김희철"이라고 덧붙였다. 자신에 대해 비판과 지적을 제기하는 부류를 '비정상적인 여성, 남성'으로 선 긋는 것으로 보일 수 있는 대목이다.
◇ 김희철은 왜 '여혐 논란'에 휩싸였나
김희철은 JTBC 예능 '아는 형님'에서 특히 여성 연예인들에게 줄곧 '담배 드립'을 해 왔다. (사진='아는 형님' 캡처)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 가사 중에는 "나이트에서 튀었대 철조망 전투를 벌였대 야 개 짖는 소리 좀 안 나게 해라 나도 모르는 루머 속에서 13년을 버텼고 사이버 수사대와 팬 PDF 모아둬"라는 부분도 있다.
특정 커뮤니티를 연상시키는 단어를 넣어, 자신을 향한 근거 없는 루머를 만들어내는 행태를 꼬집은 가사에 "속 시원하다", "응원한다", "파이팅" 등의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김희철이 이른바 '여혐 논란'에 휩싸인 것은 처음이 아니다. 네이버, 다음 등 포털 사이트에서 '김희철 여혐'이라는 자동검색어가 뜰 정도로 그는 방송에서의 언행으로 자주 도마에 올랐다.
그에게 '여혐' 논란이 따라붙게 된 데에는 JTBC 예능 프로그램 '아는 형님'에서의 모습이 큰 역할을 했다. 학교를 배경으로 교복을 입고 진행되는 '아는 형님'은 매주 전학생이 온다는 설정으로 게스트를 초대하고, 게스트에 대한 퀴즈를 맞힌다.
'아는 형님'은 특히 게스트로 나온 여성 연예인을 소비하는 방식 때문에 '불편하다', '불쾌하다'는 비판을 지속적으로 받아왔다. 외모와 몸매를 평가하는 것은 기본에, 러브라인을 만드는 넘어 연애와 스킨십 경험을 묻는가 하면, 짓궂음과 무례함을 넘나드는 섹드립(성적인 소재를 가지고 하는 애드립)을 하고, 퀴즈를 맞혔을 때 보상으로 '뽀뽀'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 중 김희철은 여성 연예인이 나올 때마다 줄기차게 담배 드립을 했다. 이들이 흡연자이면서도 그 사실을 감추고 있는 것처럼 몰고 가는 진행 방식을 자신의 '대표 이미지'로 만들었다.
김희철은 "나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까" 하는 써니의 질문에 "폭음에 줄담배"(2016년 5월 22일)이라고 했고, 정답을 맞혀 써니에게 뽀뽀를 받은 후에는 "오, 멘솔(담배 브랜드) 냄새 나"라고 말했다.
또 전소민에게 "내 여자친구가 건강했으면 좋겠어. 그래서 네 건강을 생각해서 전자담배를 만들었어"(2016년 6월 11일)라고 했다. 전혜빈이 "내가 요즘 자주 하는 척은?"이라고 묻자 "금연하는 척"(2016년 6월 25일)이라고, 무언가 모으는 취미가 있다는 서인영의 말에는 "담배 종류별로 모으기"(2016년 7월 2일)이라고 답했다.
김희철의 담배 드립을 무시하거나 노련하게 받아치는 경우도 있지만, 적지 않은 여성 연예인은 갑작스런 공격에 난감해 한다. 담배는 하나의 기호식품으로 성인일 경우 누구나 피울 수 있는데도 마치 여성 연예인이 흡연하는 것은 숨겨야 할 것 혹은 웃음거리로 만들어버리는 셈이다.
(사진='아는 형님' 캡처)
"돌I 김희철 12주 연속 담배 개그만"(2016년 7월 9일)의 자막에서도 볼 수 있듯 '아는 형님' 제작진은 담배 드립을 적극적으로 '웃음 포인트'로 소비한다. 출연진이 "김희철!"을 연호하며 그의 담배 드립을 부추기면 제작진은 "묵비권 행사 말고, 드립하라!", "방송인 김희철, 3주 만에 담배 드립 재개"(2016년 9월 4일) 자막을 내보내는 식이다.
또한 김희철은 다림질을 좋아한다는 아이린에게 대뜸 셔츠를 던지며 "야, 다려봐"(2016년 6월 18일)라고 하거나, 샤이니 태민에게는 "오빠", "경훈인 내 꺼 찜~"(2016년 11월 12일)이라며 러브라인을 만들고 문제 맞혔을 때 볼 뽀뽀를 해 달라고 하면서 '여성스러움'을 부각해 웃음의 소재로 썼다.
체육복 리폼 패션쇼에서 여성 심사위원의 평가를 받아야 하는 서인영에게 "언니, 이거 나만 불편해?"(2016년 7월 2일)라며 꼴찌를 받을 수도 있다고 말한 것은 당시에도 '여혐 논란'으로 기사화된 바 있다. "언니, 이거 나만 불편해?"는 불편함을 표시하는 사람들을 '예민한 여성'으로 규정하며 비꼴 때 주로 쓰이는 말이다.
김희철은 그간 자신의 토크나 개그 스타일이 누군가를 불쾌하게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음에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이번 신곡 발표 후 공개적으로 "X혐이 아니"라고 밝힌 것이 큰 주목을 받은 이유다.
네티즌들의 반응은 갈린다. "여혐으로 비판 받는 이유는 당신이 그동안 보여준 언행 때문", "여성혐오가 존재하는데 모두 행복하자며 중립을 취하자는 건 여혐을 방조하자는 것", "여혐에 대한 무지를 드러냈고 자각도 개선의 의지도 없다"는 비판적인 반응과 "정상적인 여자 감별 솔직히 개사이다 아니냐", "뭐만 하면 여혐인가.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김희철을 옹호하는 발언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