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롯데백화점과 롯데면세점 입점 등 청탁과 함께 뒷돈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던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의 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에게 일부 무죄가 선고된 원심은 잘못됐다며 대법원이 다시 재판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 2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7일 거액의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신 이사장에 대해 일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신 이사장이 요식업체로부터 롯데백화점에 입점 시켜달라는 청탁을 받고 자신이 받아온 수익금을 딸에게 주도록 지시해 딸이 받은 돈, 네이처리퍼블릭으로부터 롯데면세점 매장 위치를 좋은 곳으로 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그 대가를 사실상 자신의 업체에 주도록 지시한 것 모두를 신 이사장이 직접 돈을 받은 것과 같게 볼 수 있다는 게 파기환송의 주요 이유다.
앞서 신 이사장은 롯데백화점과 롯데면세점의 입점업체 선정과 매장 위치 결정 업무를 총괄해오면서 업체 측으로부터 청탁을 받고 대가를 받아 배임수재 등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징역 3년과 추징금 14억여원을 선고하면서 배임수재 공소사실 가운데 딸이 지급받은 돈을 신 이사장이 받은 것과 같게 볼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일부 무죄로 판단했다.
2심은 징역 2년을 선고하면서 1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부분과 함께 신 이사장의 아들 명의를 내세운 회사로 받은 돈도 무죄로 봤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청탁 대가로 자신이 받아온 수익금을 딸에게 주도록 지시했다면, 본인이 취득한 것과 같다고 평가할 수 있고, 신 이사장이 지배하는 회사 계좌로 돈을 입금하도록 했다면 사회통념상 직접 받은 것과 동일하게 봐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배임수재죄의 행위주체가 재물이나 재산상 이득을 취했는지는 증거에 의해 인정된 사실에 대한 규범적 평가의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한 판결"이라며 "사회통념상 자신이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음을 명확히 한 사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