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지며 '디지털 성범죄'는 일상에 스며들었다. 공유하며 '성범죄 동영상'을 시청하는 행위는 피해를 확산시켰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두려움에 떨게 하는 것은 언제든 또 유포될 수 있다는 점이다. 피해자들은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겪으며 '극단적' 선택마저 고민하고 있다.자신을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은 그들을 두 번 죽이고 있다.'성폭력 피해자'라는 인식이 명확히 서지 않거나, 성범죄 영상 삭제가 '산업화'하며 2차 피해를 겪는 일도 허다했다. 대전CBS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 실태를 살펴보고 대안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주]<글 싣는="" 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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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매일 밤 음란 사이트를 뒤져요" 디지털 성범죄 끝없는 고통② 피해자는 수백만 원 주고 왜 '디지털 장의사' 찾나(계속)
(사진=자료사진)
자신도 모르는 사이 신체 사진이나 영상이 찍혀 유통되는 것을 알았을 때, 피해자가 제일 먼저 떠올리는 생각은 무엇일까.
'혹시 내가 아는 사람이나 가족이 보면 어떡하나…' 등이다.
피해자들은 불법 촬영물 유출을 확인한 뒤 주로 영상 촬영자나 유포자를 경찰에 신고하면서 불법촬영물 삭제를 요청한다.
하지만 방통위의 심의를 거쳐 이미 유포된 사진이나 영상이 삭제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하세월이다.
디지털성범죄아웃(DSO)의 하예나 대표는 "방통위에서 (불법 영상물을) 심의하는데 걸리는 시간만 한 달 정도"라고 설명했다.
심의를 거쳐 사업자에 차단이나 삭제를 요청해 실제 삭제가 이뤄지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셈이다.
◇"디지털 장의사, '갑질' 할 수 있는 구조"정부 부처를 통해 불법 촬영물이 삭제되기까지는 오래 걸리고, 개인의 힘으로 삭제하기 어려운 이유로 피해자들은 한 달에 2~300만 원의 돈을 주고 '디지털 장의사'를 찾고 있다.
디지털 장의사는 개인이 원하지 않는 인터넷 기록이나 인터넷 흔적들을 정리해주는 직업이다.
하지만 디지털 장의사에게 수백만 원을 주고 관리를 맡긴 뒤에도 삭제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는 남자친구가 있는 A씨는 '디지털 장의사'에게 수백만 원을 주고 '불법 촬영물' 삭제를 맡겼다. 전 남자친구와 찍은 동영상이 자신의 동의 없이 유출됐기 때문이다.
관리를 맡긴 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영상을 검색했는데, 동영상은 여전히 지워지지 않았다.
A씨는 남자친구 몰래 남자친구의 휴대전화 검색내용을 살펴보며 마음을 졸이고 있다.
또 다른 여성 B씨는 '디지털 장의사'와 계약을 한 뒤 영상이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B씨의 영상이 또다시 웹하드에 유포되기 시작했다. 관리를 맡긴 지 4개월이 지났을 즈음이다.
현실이 막막한 B씨는 "평생 검색하고 지우고 확인하는 일을 반복해야 하냐"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김혜정 부소장은 CBS와의 인터뷰에서 "현재는 디지털 장의사들이 갑질을 할 수 있는 구조가 있다"며 "일단 완전 삭제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업체들은 피해자에게 몇 개월까지 지우고 그 이후는 보장 못 한다는 각서를 쓰게 한다"고 주장했다.
여러 나라를 거쳐 IP를 사용하거나, 해외 서버 사이트에 불법 영상물이 올라왔을 때는 삭제 요청을 아예 안 받는 경우도 있다고 김 부소장은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들은 거액을 주고 이 방법뿐이란 생각으로 업체를 찾지만, 업체들은 삭제 불가능한 부분에 대해 자세히 안내하기보다는 "이 부분은 삭제할 수 없지만, 이 정도 가격"이라는 식의 태도를 보인다"고 덧붙였다.
특히 디지털 장의사들은 피해자들과 계약할 때 '몇 개월' 단위로 계약을 맺고 있어, 중간에 계약 취소가 안 된다.
이에 대해 한 디지털 장의사 업체는 "계약을 하면 중간에 취소가 안 되는 부분이 피해자에겐 금전적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도 "업체에선 밤낮으로 24시간 데이터를 찾고 검색해 삭제 업무를 하고 있어 인건비가 많이 들고 (불법 촬영물은) 꾸준한 삭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해외 사이트는 법적 효력 미치지 않아앞서 정부는 지난 9월 '디지털 성범죄'와의 전면전을 선포한 뒤 피해자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불법 촬영물의 삭제를 요청할 경우 '선 차단' 조치 후 3일 이내에 긴급 심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3일 이내 긴급 심의가 진행될 수 있을지에 의문을 갖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예나 대표는 "법이 바뀌어서 일주일 이내 처리하겠다지만 현실적으로 실행될지는 모르는 일"이라며 "현재는 방통위 심의위원회 구성조차 안 돼 있어서 당장 삭제가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윤리과 관계자는 "현재 방심위가 심의하고 차단, 삭제하는 데까지 평균 10.8일 정도가 소요된다"며 "이번 정부 대책에서 7일 이내 반드시 삭제하려고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해외 사이트'까지 번진 불법 영상물에 대해선 뚜렷한 해결 방안이 없다는 점이다.
방심위는 직접 삭제하는 것이 아닌 사업자에 삭제를 요청하고 있는데, 시정 요구를 하면 사업자는 이행해야 하고 불이행했을 때 법적 제재가 가해진다.
이 관계자는 "국내 사업자들은 다 협조하는데, 법적 효력이 미치지 않는 해외 서버 사업자들은 조치가 안 되고 있다"며 "텀블러 등이 문제가 돼 텀블러 측과 협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