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예산정국이 지나간 뒤 야당의 화살이 국민의당에 꽂히고 있다. 예산안 처리 조건으로 국민의당이 더불어민주당과 선거구제 개편 등을 이면합의 했다는 논란이 일자 보수 야당에선 국민의당의 정체성을 문제삼고 나섰다.
자연스럽게 바른정당과의 '중도·보수 연대' 기류도 멈칫하는 모양새다. 이런 와중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연대 추진에 대한 당내의 거센 반발에 다시 한 번 직면했다. 예산 정국에서 실리를 챙겼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지만, 그에 따른 후폭풍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예산안 협상 과정에서 국민의당과의 '여당 압박 전선'을 기대했던 한국당에선 6일 국민의당이 막판에 협조 입장으로 돌아선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예산안 본회의 표결과정에서 다른 당과 달리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던 한국당은 '왕따 정당', '무력한 제 1야당'이라는 혹평 속 위기국면을 국민의당을 표적삼음으로써 전환하려는 모습이다.
공무원 증원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세금 지원 등 주요 쟁점과 관련해 양당이 여당을 압박하다가 돌연 국민의당이 태도를 바꿨는데, 이는 이면합의 논란과 무관치 않다는 논리를 앞세우고 있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6일 최고위원·시도당위원장 연석회의에서 국민의당을 가리켜 "위장 야당"이라고 비난했다. 홍 대표는 "야당으로 막판에 가서 언제나 뒷거래로 여당 행세를 할 바에는 차라리 (민주당과) 합당을 하고 국민 앞에 당당히 나서는 것이 옳지 않느냐"고 했다.
한국당 내에서는 국민의당이 예산안 처리를 대가로 선거구제 개편 등 정치적 이익 뿐 아니라 호남 지역 사회간접자본(SOC) 예산도 두둑히 챙겼다는 식의 볼멘소리도 터져나왔다. 한 의원은 "민주당이 1조 원이 넘는 돈으로 호남선 KTX 사업을 추진하기로 해 국민의당의 표를 산 격"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역구 예산 챙기기 행태에 대한 비판에서 한국당도 자유로울 순 없지만, 국민의당은 도가 지나치다는 식이다. 마침 국민의당 이용호 정책위의장이 SNS에 지역구 사업과 관련, "기재부 담당 예산국장이 힘들다고 고개를 흔들길래, 그렇다면 예산 합의를 통째로 깨버리겠다고 압박했다"고 밝힌 것을 두고 원내지도부의 권한을 남용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당과 달리 우군으로 여겨졌던 바른정당도 국민의당에 따가운 시선을 보내기는 마찬가지다.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는 이날 "국민의당이 예산안에 대해 보여준 모습은 매우 실망스러웠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정책연대협의체를 발족시키며 새해 예산안 중요 쟁점들과 관련, 여당에 선행조건을 요구했었는데, 해당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합의가 된 데 대한 반응이다. 예컨대 양당은 최대 쟁점이었던 공무원 증원 문제에 대해선 '인력 효율화 방안· 재배치 방안·재정 추계·조직진단 등이 선행적으로 나와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 한 바 있다.
양당 연대·통합에 적극적이던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연대 파트너'의 비판에 직면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당 내부에선 연대 반대를 명분으로 안 대표에 대한 반발도 거세지도 있다.
안 대표는 이날 양당 통합에 반대하는 호남 중진이 주축인 '평화개혁연대' 행사에 참석했다가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일부 참석자는 '통합 반대'를 외치며 안 대표를 향해 퇴장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행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전국선거를 위해선 3자 구도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며 연대 의지를 재차 피력했지만, 당 내외 상황을 감안하면 이른바 '국민·바른 공조' 흐름에 이상전선이 형성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도 힘이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