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적폐청산'을 정치적으로 해석한 검찰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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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 검찰총장. (사진=이한형 기자)

 

'적폐청산' 수사를 올해 안에 끝내겠다는 문무일 검찰총장의 발언이 파장을 낳고 있다.

문 총장은 5일 기자간담회에서 무척 이례적으로 적폐청산 수사의 '데드라인'을 밝혔다.

각 정부 부처에서 수사를 의뢰한 적폐청산 건 가운데 중요 부분에 대한 수사를 연내에 끝마치겠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그러면서 "같은 말도 여러 번 들으면 지친다. 사회 전체가 한 가지 이슈에만 매달려 너무 오래 지속되는 것은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나름의 이유를 설명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문 총장 발언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나뉘었다.

보수 진영에서는 '시의적절한 올바른 판단'이라고 긍정 평가하면서 청와대 하명(下命)에 따른 수사 장기화의 피로감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반면 진보 진영에서는 시간을 정해 놓고 수사를 언제까지 한다 안 한다고 말하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했다고 깎아내렸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 (사진=윤창원 기자)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무슨 식당 메뉴도 아니고…내년 1월 1일부터는 설렁탕을 팔지 않겠다고 말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일갈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6일 문 총장의 발언에 대해 "속도를 높여 수사하겠다는 뜻으로 이해한다"며 마뜩치 않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이 관계자는 "적폐청산 수사가 올해 안에 끝날 수 없다는 사실을 문 총장이 모르겠느냐"고 반문하면서 관련 피의자 소환조사도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사실 적폐청산 수사를 올해 안에 끝내겠다는 문무일 검찰총장의 발언은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과는 확연한 차이를 드러낸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월 "적폐청산과 개혁은 사정(수사)이 아니라 전 분야에 걸쳐 누적돼온 잘못된 제도와 관행을 혁신하는 것"이고, "나라다운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원칙과 자신감을 가지고 속도감 있게 개혁 작업을 추진해 나갈 것을 각 정부 부처에 지시했다.

(사진=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현 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을 정치보복으로 규정한 보수 진영을 작심하고 비판한 것이기도 하다.

즉, 촛불 민심의 명령인 적폐청산과 개혁 작업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한 것이다.

그런데 정작 검찰총장이 직접 나서 적폐청산 수사를 끝내겠다고 하니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와 억측을 불러일으키면서 결과적으로 보수 진영의 손을 들어준 꼴이 됐다.

문 총장의 말을 곧이곧대로 대입하면 너무 오랜 적폐청산 수사는 마치 사회 발전에 도움이 안 되는 인적청산과 정치보복이 되는 것이다.

적폐청산 과정에서 드러난 범죄 혐의에 대해 검찰이 수사를 하는 것은 당연한 역할이고 의무다.

만일 내년 초에 중요한 범죄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는 데도 수사를 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사진=자료사진)

 

국정원 댓글 공작 지시와 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개입 의혹, 또 자동차 부품회사인 다스의 비자금 의혹 등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한 세간의 시선은 너무도 따갑다.

검찰이 과연 이 전 대통령을 성역 없이 조사할 의지를 갖고 있는 지도 궁금하다.

사정의 칼을 쥐고 있다고 해서 언제 휘두르고 언제 내려놓을지를 검찰이 쉽게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해서는 곤란하다.

정치 검찰이 아닌 다음에야 촛불의 명령이자 정의를 바로세우는 적폐청산에 사명감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문무일 호(號)'의 검찰은 매서운 호랑이의 눈으로 똑바로 직시하면서 뚜벅뚜벅 소처럼 우직하게 걸어가는 호시우행(虎視牛行)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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