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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 교사, 꼴찌들의 변신…'마을학교' 성공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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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의 구멍 메우는 동네교육, 서울 마을학교의 재발견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격언이 있다. 아이들 교육에는 학교 뿐 아니라 지역사회, 아이가 속한 공동체의 역할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힐러리 클린턴 역시 이런 내용의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그런데 아프리카도 아닌 서울시 한복판에서 이 같은 격언을 실천에 옮기는 마을들이 있다. 마을공동체가 가진 협동과 호혜의 원리로 배움과 돌봄의 문제를 해결해 가고 있는 마을학교가 그것이다.

◇ 초등학생 가르치던 고등학생들 대거 대학 입학

달팽이 마을학교에서 고등학생들이 초등학생들을 지도하는 모습. 원 내부는 이승연 학생. (사진=달팽이 마을학교 제공)

 

중랑구 송곡여고 2학년 이승연 양은 1학년 때부터 매주 토요일 마다 동네 초등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미대 진학을 희망하는 승연이가 가르치는 과목 역시 미술. 대상은 3~6학년 아이들 6명이다.

다양한 소재를 활용해 그림을 그려보게 하는 방식으로 아이들에게 창의력과 자신감을 길러주고 있다. 동네 언니처럼 따르는 아이들을 어떻게 대하는 것이, 또는 사람과 어떻게 소통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하나 둘 몸소 체득해 나가고 있다.

주변 사람들과 수업의 커리큘럼을 기획하고, 아이들에게 과제를 부여하고 이를 체크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그 스스로도 많이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다.

"제가 이전에는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을 잘 못했어요. 그런데 교사 자격으로 아이들과 일상적으로 대화하고 가르치면서 표현력이나 발표력이 좋아진 것 같아요. 저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도 길러졌고,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책임감이나 사명감도 생겨났어요."

승연이 처럼 지난 3년 간 중랑구 학생 130명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마을 유치원, 마을 초등학생들을 지도해왔다. 이른바 '달팽이 마을학교'다. 마을학교는 마을 주민들이 학교 교육에 추가해 아이들을 가르치는 학교로, 서울시가 육성하고 있는 마을 정책 가운데 하나다.

'달팽이 마을학교'는 학생들이 하급생들을 가르치면서, 배우는 사람과 가르치는 사람 모두 배움을 얻도록 설계된 '서로배움'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서로배움' 활동 외에도 '탐사 스터디'라는 배움 활동도 있다. 고등학생들이 마을에 살고 있는 교수들과 함께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토론하는 시간이다. 1학년 학생들의 경우는 별도의 진로 체험 활동도 하고 있다.

'달팽이 마을학교'의 성과는 눈부시다. 마을학교에 참여중인 송곡여고의 경우 대학 진학률이 마을학교 활동 이전보다 크게 상승했다고 한다.

'달팽이 마을학교' 이경진 마을 PD는 "마을학교 제도가 입시에 효과적이라는 엉뚱한 논의로 발전할까 조심스럽다"면서도 "작년에 개교 이래 가장 높은 진학률을 기록한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올해도 미술 입시반 6명이 마을교사 활동을 했는데 그 가운데 4명이 홍대 미대에 합격했다고 한다.

◇ 꼴찌들을 위한 교실 "너희들도 소중하단다"

모기동 마을학교에서 학생들이 요리를 배우고 있다. (사진=모기동 마을학교 제공)

 

좋은 여건에서 좋은 교육을 받아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우등생들이 있다면, 필연적으로 열등생들도 있기 마련이다. 1등이 있다면 반드시 꼴찌가 있듯이.

하지만 우리 사회는 1등에게만 관심을 쏟는 반면 꼴찌 학생들에 대한 배려는 없다.

양천구 '목2동'에 기반을 둔 ‘모기동’ 마을학교는 이 같은 우등생-열등생 이분법적 구분을 배격한다.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이 학교에 적응을 하지 못한 아이들일 뿐이지 인생의 열등생은 아니라는 것이다.

'모기동 마을학교'는 꼴찌 역시 우리 사회의 주인이자 미래라는 관점에서 꼴찌들을 위한 대안 교실을 운영중이다.

학생들은 오전에 소속된 학교에서 정규수업을 받는다. 오후에는 각자 관심있는 교과과정을 요일별로 선택해 수업을 듣는다.

월요일은 자전거반, 일본 문화반, 목공반이 운영된다. 화요일은 인근 메이필드 호텔에서 호텔스쿨로 진행된다. 호텔스쿨에는 요리, 칵테일, 카지노 딜러 과목이 개설돼 있다.

수요일에는 텃밭, 브런치반, 헬스반, 목요일에는 연극치료반, 집밥반, 영화 감상반, 금요일에는 진료 주치의 상담과 복싱 강좌가 개설돼 있다.

'모기동 마을학교' 교사로 활동중인 이금천 교사(영일고)는 "소개할 만한 성공적인 스토리가 너무 많다"고 했다.

학생들이 잃어버린 웃음을 찾는 곳이 바로 대안교실이라고 한다. 반항적이고 폭력적이고 무기력했던 학생들이 친구와 교사를 대하는 태도도 바뀌었다.

이 교사는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무사히 졸업을 하고 있다는 데 큰 만족감을 나타냈다. 1년에 꾸준히 25명씩의 졸업생을 배출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는 교사들만 책임지는 구조였다면 불가능한 결과"라며 "그 만큼 마을에서 포기하지 않고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헌신을 쏟아 부은 덕분"이라고 말했다.

'모기동 마을학교'에서는 이 밖에도 산, 공원 등 다양한 공간에서 진행되는 방과 후 학교 그리고 마을샘(마을 선생님)과 함께 마을의 다양한 삶을 나누고 배우는 자유학기제 등을 통해 상실됐던 관계성과 공동체성을 회복해가고 있다.

서울시는 달팽이 마을학교, 모기동 마을학교 같은 마을학교 8개를 운영중이다.

서울시 최순옥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장은 "마을 학교는 동네에 존재하는 수많은 경험과 지식 정보를 다양한 방식으로 전수해 가기 위한 교육적 시도"라며 "지난 3년간 진행된 마을학교 실험을 바탕으로 더 많은 학교 밖 교육현장이 공교육과 조화를 이루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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