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기' 서현이 밝힌 소녀시대의 의미 "운명이 만든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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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인터뷰] '도둑놈, 도둑님' 강소주 역 배우 서주현 ②

지난달 5일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도둑놈, 도둑님'에서 강소주 역을 맡았던 가수 겸 배우 서주현 (사진=써브라임 아티스트 에이전시 제공)

 

열일곱에 데뷔해 올해 스물일곱이 된 서주현(서현)은 어느 때보다 뜻깊은 한 해를 보냈다. 아무나 맞을 수 없는 '10주년'을 걸그룹으로서 맞았고, 첫 솔로 앨범을 냈고, 잠깐이지만 부모님 곁을 떠나 혼자 살아봤고, 드라마에서 첫 주연을 했다.

가장 큰 신상의 변화는 소녀시대를 탄생시킨 기존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를 떠난 것이다. 소녀시대 8명 중 태연·써니·효연·유리·윤아는 남았고, 서현은 티파니·수영과 함께 독립을 택했다.

지금의 서주현을 만든 가장 결정적 순간으로 'SM을 만난 것'을 꼽는 그는 왜 새로운 시작을 꿈꿨을까. 활동 기간 늘 바빴던 것이 '행운'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던 서주현은 '내가 진짜 잘했던 걸까, 좋은 환경 덕분이었을까' 고민하다 홀로서기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달 22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서주현을 만났다. 그는 어떤 질문에도 막힘이 없었다.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올바르게 직시하고 이제는 보다 주체적인 미래를 설계 중인, '단단해진' 서주현의 이야기는 솔직해서 더 흥미로웠다.

(노컷 인터뷰 ① 달라진 서현 "내가 만든 룰, 어느 순간 답답하게 느껴져")

일문일답 이어서.

▶ 2007년 데뷔한 소녀시대가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다.

아직도 10주년이 안 지난 해다. (데뷔 때) 제가 17살이었는데 (언니들과) 거의 15년 정도를 같이 했다. 매 순간 같이 성장했다. 어렸을 때의 모습부터 사춘기 겪는 것, 대학 입학해서 졸업할 때까지 지켜봤다. 이렇게 오랫동안 함께하는 관계는 평범한 친구 사이에서도 힘든 일이지 않나.

이건 정말 운명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가족은 아니지만 운명이 만들어 준 가족 같다는 생각과 이걸 잘 지켜가야겠다는 책임감도 생겼다. 단순히 일만 하는 사이가 아니라 가끔 찾아가서 술도 마시고 울기도 하고 짜증나는 일 있으면 같이 화내주기도 하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든든하다.

서로가 있어서 많이 성장했다. 서로를 보며 내 자신을 반성하게 되기도 하고, 자극을 받기도 하고. 아직도 그런 사이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고. 너무 좋다. 함께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혼자였다면 아마 너무 힘들었을 거다. 그 많은 스케줄과 일을 혼자 겪었다면.

솔로 활동하면서 다들 그 얘기를 했다. '나 진짜 심심해 죽겠다', '너네 없으니까 진짜 힘들다'고. (웃음) 매 순간 다 좋았다고 말할 순 없다. 친한 친구들도 붙어있다 떨어졌을 때 더 애틋해지는 것처럼. 아직도 (소녀시대는) 성장 중입니다. (웃음)

2007년 데뷔한 소녀시대는 올해로 딱 10주년을 맞았다. 소녀시대는 데뷔일인 8월 5일에 맞춰 정규 6집 '홀리데이 나이트' 무대를 첫 공개한 바 있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 데뷔 10주년을 맞은 '올해' 기억에 남는 장면을 말해 본다면.

올해 자체가 제게는 기승전결이 다 있었던 것 같다. 소녀시대 10주년 앨범도 있었고, 처음으로 솔로앨범이 나왔고, 첫 솔로콘서트를 했고, 첫 주연으로 50부작 드라마도 마쳤고 첫 홀로서기도 했다. 정말 많은 도전들이 있었던 한 해였다. 한 몇 년 치를 다했으니까. 와, 나 진짜 열심히 살았구나! 남은 두 달은 욕심 부리지 않고 여유를 가지면서 보내고 싶다.

▶ 예능 '혼자 살아보니 어때?'를 통해 '혼자 살기'에도 도전해 봤다. 지금은 독립했나.

그때만 해 본 것이다. 예능할 때는 혼자 살았는데 지금은 부모님과 살고 있는데 독립 투쟁 중이다. (웃음) 제가 외동이다 보니 부모님이 불안해하시는 것도 있고, 옆에서 챙겨주고 싶어 하신다. 전 스스로 힘으로 독립생활을 하고 싶은데.

사람을 많이 만나고 노래할 때도 연기할 때도 되게 예민해지는 직업이다. 집에 있을 때 가끔은 아무 소리도 안 들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최근 들어서 더. 이런 걸 많이 어필했는데 부모님이 '네가 정 그렇다면 우리가 나가마' 하셔서… (웃음) 일단은 나갈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을 고민 중이다.

▶ 지금의 자신을 만든 가장 결정적인 사건은 무엇일까.

아무래도 SM을 만나기 전과 후가 아닐까. 연예인에 아무 관심도 없는 평범한 소녀가 우연한 기회에 지하철에서 캐스팅돼서 운명적으로 이 일을 하게 됐다. 부모님께서는 제가 외동이라서 진짜 좋아하고 잘 맞는 적성이 무엇인지 알아보라고 여러 가지를 많이 배우게 하셨다. 피아노 10년, 바이올린 7년, 스피드 스케이팅 3~4년을 했다. "너 재밌어? 아니면 말해"라고 하시면서. 그럴 때면 저는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하기 싫은 거다.

그러다 이런 기회가 찾아왔다. 연예인이 당장 되는 것도 아니고, 가면 다양한 기회가 있지 않을까 해서 '해 볼게요' 했다. 카메라테스트 받으러 갔는데 아는 노래가 없어서 동요 부르고 발레 했는데 그게 된 거다. 연습생 생활을 하다 보니 노래랑 춤이 너무 재밌고 연기하는 것도 신기하고 좋았다. 저 혼자 즐거워서 하는 것도 있지만 이걸 함으로써 되게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도 있지 않나. 노래로서도, 연기로서도. 그런 게 되게 멋진 게 되었다. 소녀가 소녀시대가 되었죠. (웃음) 그게 가장 큰 터닝포인트였다.

▶ 기존 소속사를 떠나 홀로서기를 했다. 어떤 판단으로 그런 결정을 했는지 궁금하다.

많이 고민을 했다. 10년 동안 활동을 하면서 '저희(소녀시대)는 너무나 행운이구나' 하는 생각을 할 만큼 늘 바빴다. 그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계속 끊임없이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즐겁고.

그런데 너무 앞만 보고 달려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눈앞에 일이 있고 그 이후에도 일이 있었다. 학교 다니면서 드라마하고 뮤지컬도 하고 소녀시대도 하고. 한 가지만 있는 게 아니라 늘 두세 가지를 해야 됐기에 '잘해내자!' 하는 마음으로 살았다.

그러다 보니 '정말 눈앞에 있는 것만 봤나?' 했다. 내 옆과 뒤에 있는 것들은 못 보고 시야가 넓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도 들더라. 마음의 여유가 많이 없었다. 10년 활동을 해 보니 이제 좀 다 내려놔보고 싶었다.

이걸 놓아버리면 내가 어떻게 될까. 잘됐던 게 내가 진짜 잘했던 걸까 정말 좋은 환경 덕분이었을까 하는 고민도 많이 들고. 이제는 17살이 아니라 27살이고 3년 뒤면 서른이니, 제 인생을 좀 더 주도적으로 살아보고 싶었고 그래서 도전하게 됐다.

서주현은 올해 소녀시대 데뷔 10주년 앨범 발매는 물론 첫 솔로앨범을 냈고 콘서트까지 마쳤다. '도둑놈, 도둑님'과 '루비루비럽' 등의 작품에도 출연했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메이퀸 픽쳐스 제공)

 

▶ 그럼 보다 냉정한 평가를 받고 싶었다는 건가.

맞다. 주변사람들의 평가보다는 제 자신을 혼자 돌아보고 싶었던 게 더 컸다. (누군가에게) 보이는 직업이니까 이렇게 하면 안 되고 이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지금은 진짜 객관적으로 제 자신을 보고 싶어졌다. 예전엔 일 없이 쉰다고 하면 꽤 많이 불안했다. 쉴 때라도 뭔가를 준비해야 할 것 같았는데, 이제 진짜 아무것도 안 하고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밸런스가 필요하달까.

늘 인생을 100으로만 살 수는 없다. 그런데도 '아니야, 난 가능해! 할 수 있어. 할 수 있어' 하면서 세뇌하며 살아왔다. 그럴 필요가 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생각의 전환이 일어나고 가치관이 조금씩 변한 게 꾸준히 쌓여온 결과물인 것 같다, 제가 이런 결정을 하게 된 데에는. 어떤 큰 사건이 있었다기보다는 조금씩 바뀌었던 것 같다.

옛날에는 제 일이 제 인생이라고 생각했다. 완전 워커홀릭이었다. 일이 잘 되어야 내 인생이 잘 된 거라는 생각으로 달려왔는데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마음이 언제부턴가 들었다. 일은 일로서 잘하면 되는 거고, 나는 내 삶을 잘 찾고 즐겨야 하는데 그걸 잘 못했던 것 같다.

주변사람들을 한 번 챙겨볼 여유가 없었다. 일이 우선이고 친구를 만나는 건 당연히 그 다음이지, 이런 식이었다. 그게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이제 한 것이다. 일보다 더 중요한 게 사람들일 수도 있다고.

▶ 이미 많은 것들이 갖춰져 있는 환경을 뒤로 하고 새로 시작한 건데, 이제 그럴 만한 때가 됐다는 자신감이 생겼나.

아직까지 그 정도까진 아니다. (웃음) 더 자신을 갖고 싶어서 나온 것 같다. 아직 확신은 없다. 해 봐야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더 크다. 사실 SM에서 진짜 많은 것들을 도와주셨다, 같이 만든 거긴 하지만. 워낙 완벽한 환경이었다. 그렇지 않은 환경에서도 과연 내가 할 수 있을지 테스트해 보고 싶기도 하고 더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 멤버들 소속사가 달라지면서 향후 소녀시대 활동을 유지할 수 있겠느냐는 염려도 나온다. 멤버들과 앞으로의 활동에 대해 논의한 바가 있는지 궁금하다.

저희가 이런 결정을 하기 전까지도 많은 얘기를 했었거든요. 소녀시대를 해체하고 싶은 생각은 아무도 하지 않았다. 저희도, 회사도. 저희는 이제 소녀시대가 고유명사라고 생각한다. 활동한 걸 쭉 보면 10년 전과 후가 다 달랐다. 방향성은 늘 똑같지 않고 달라져 왔다. 앞으로도 다른 모양으로 할 것 같은데, 앨범을 계획할 때에 다 같이 모여서 논의할 것 같다.

어떻게 스케줄을 정리할지, (소녀시대가 대중에게) 어떤 방향으로 보이는 게 좋을지, 어떤 게 최선일지는 지금도 계속 고민 중이다. 걸그룹을 10년 하기가 되게 쉽지 않잖아요. '우리 진짜 잘해왔다. 망가뜨리지 않고 잘해보자'는 마음이어서 어떻게 해야 좀 더 아름답게 갈 수 있을까 다 같이 고민하고 있다.

올해 SM엔터테인먼트를 떠나 홀로서기에 나선 가수 겸 배우 서주현 (사진=써브라임 아티스트 에이전시 제공)

 

▶ 너무 어린 나이에 너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아서인지 스스로를 굉장히 절제하고 관리하며 살아온 것 같다. 본인을 토닥토닥해 주고 싶은 순간이 있다면.

매 순간 열심히 살았던 것 같다. 너무 팍팍하리만큼. 다이어리를 다 모아놓는데 2007년, 2008년 다이어리는 '이렇게 살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웃음) 스케줄도 많고 절대 뭐는 하지 말고 뭐는 할 것 이런 걸 'To Do List' 해서 써 놨더라. (웃음)

말투는 찡찡거리지 않을 것, 눈 뜨면 바로 일어나서 발을 침대에서 뺄 것 등 되게 디테일했다. '나도 참 무서웠구나' 싶었다. 그런 시간이 있어서 (과거가) 다 정답은 아니었구나 하는 제 기준이 생긴 것 같다. '아유, 그래 애썼다' 해 주고 싶다. 저라도 저를 칭찬해야죠. (웃음)

언제나 갖춰져야 한다, 흐트러지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이었다. 안 그러면 나도, 보는 사람도 안 좋으니까. 나는 어디서든 소녀시대 서현으로 보여야 하니 (제 모습을) 꽁꽁 숨겨야 하고 신비로워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답답해졌다. 저도 사람이니까. 제가 연예인으로 태어난 게 아니라 이것도 하나의 직업이지 않나. 힘들 때도 짜증날 때도 있고 편하게 있고 싶을 때도 있는데 왜 그동안 구분 안 짓고 살았지, 묻게 되더라.

요즘은 쌩얼(민낯)로 막 돌아다닌다. (웃음) TV에 나올 때만 예쁘면 되지, 하고. 편하고 좋아서 패딩만 입고 다니기도 한다. 그러면서 '난 원래 이런 사람이었구나' 하는 걸 좀 느꼈다. 그동안은 서현과 서주현을 많이 구분 못했는데 지금은 잘 되는 것 같다.

▶ 아까 서현과 서주현을 구분하기 시작했다고 했는데, 인간 서주현은 어떻게 해야 잘 사는 것일까.

정답은 잘 모르고 아직 찾고 있는 과정이다. 제가 너무 여유가 없었던 것 같아서 모든 부분에 있어서 한 템포 쉬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쉬어야지 다시 재충전을 할 수 있다. 그동안엔 쌓고 쌓고 더 쌓아야지 이런 생각만 했던 것 같다. 내려가기도 해야 더 올라갈 수 있고. 여하튼 삶에 대한 밸런스가 필요하다고 본다.

▶ 인간 서주현의 우선순위는.

정신건강! 진짜 정신건강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모든 일을 할 때 체력적인 것 이상이 정신인 것 같다. 멘탈이 건강하지 않으면 되게 쉽게 흔들리고, 모든 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더라. 정신을 잘 관리하고 싶다.

▶ 데뷔 10년, 지금 서주현은 어디를 향해 달려가고 있나.

지금 저는 제 자신을 향해 달려가는 것 같다. 예전에는 앞에 목표가 있고 거길 향해서만 달려갔다. 이제 제가 가장 원하는 게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 마지막 질문이다. 이건 정말 사소한 건데, 여전히 더빙 제의가 오는지 궁금하다. (* 서현은 애니메이션 '슈퍼배드'에서 에디트 역을, '슈퍼배드2'에서 에디스 역을 맡아 더빙한 적이 있다.)

들어오는데 시간이 안 맞아서… 저 더빙 진짜 좋아하거든요.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많이 하고 싶다. 만화영화 되게 좋아해서 그런 거 따라하는 걸 너무 좋아한다. 너무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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