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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사장 후보 이우호-최승호-임흥식이 밝힌 '재건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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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최초로 시도된 MBC 사장 후보 정책 설명회

1일 오전, 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1층 골든마우스홀에서 'MBC 사장 후보 정책 설명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최승호, 이우호, 임흥식 후보 (사진=김수정 기자)

 

김장겸 사장이 떠난 MBC의 신임 사장은 누가 될까. MBC 새 사장 후보들이 '정책 설명회'에서 각자 그린 MBC 재건 방안을 밝혔다.

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1층 골든마우스홀에서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가 주최하고 MBC와 imbc가 주관한 'MBC 사장 후보 정책 설명회'가 열렸다. 진행은 최근 '시선집중' DJ로 돌아온 변창립 아나운서가 맡았다.

앞서 방문진은 지난달 27일까지 사장 공모를 실시해 서류를 검토한 후, 이우호 전 MBC 논설위원실장, 임흥식 전 MBC 논설위원, 최승호 MBC 해직PD 3인을 최종 후보로 압축했다.

세 후보는 추첨 결과 정해진 순서에 따라 각각 20분씩 PT를 선보였다. 이우호-최승호-임흥식 후보 순이었다. 정책 설명회에는 방문진 이완기 이사장을 비롯해 김경환·유기철·이진순·최강욱 등 이사 5명이 참여했다. 160여 명의 방청객도 함께했는데 특히 MBC 내부 관계자들의 참석률이 높았다.

방문진은 또 다시 70일 넘는 장기 파업이 잠정 중단됐고, 그간 많은 부분이 마비됐던 MBC를 추슬러야 하는 시기인 만큼 사장 선임 절차의 '투명화'에 주력한 바 있다. 이날 정책 설명회는 imbc 홈페이지에서 생중계됐고 PT자료와 각 발표 영상까지 당일 공개(링크)됐다. 오늘 정책 설명회를 마친 세 후보는 오는 7일 최종 면접을 치를 예정이다.

◇ 이우호 : '조직과 콘텐츠의 전면적 혁신'

이우호 후보 (사진=정책 설명회 방송 캡처)

 

이우호 후보는 25년 전 자신이 쓴 글을 소개하는 것으로 발표를 시작했다. '내가 사장이라면 노조를 이렇게 죽이겠다-어느 사원이 꿈꾸는 죽은 노조의 회사'라는 글에서 그가 인용한 부분은 "외부세력과 내통해 사내 질서를 깨뜨리고 뉴스나 프로그램을 오염시키는 사람들을 철저하게 다스리겠다"는 구절이었다.

'조직과 콘텐츠의 전면적 혁신'을 내건 이우호 후보는 선결과제로 △조직 '바로 세우기' △자율성·공정성 확립 △아래로부터의 혁신 3가지를 들었다.

조직 바로 세우기의 세부 과제는 '전면적 인적 쇄신'이었다. 해직자 복직, 강제 전보 사원 원직 복귀를 포함해 300여 명에 이르는 시용·경력사원들에 대한 인사원칙(의지+역량+왜곡보도 가담 정도로 분류)을 마련하겠다는 설명이다.

이 후보는 노사가 합의한 사원 대표뿐 아니라 시민단체 대표 등이 참여하는 'MBC 바로 세우기 위원회'로 철저한 진상조사를 할 계획도 밝혔다.

자율성·공정성 확립은 보도와 편성책임자 임명동의제를 도입하고, 부당지시에 대한 저항권을 명문화하며, 공정방송협의회를 명시한 단체협약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풀어가겠다고 전했다.

'혁신'은 '아래로부터', '여럿이 함께 하는' 데에 방점이 찍혔다. 각 부문의 벽을 허물고 아이디어를 모아 프로그램에 반영하는 '톡톡 위원회'와 관행이 된 자기검열을 없앨 수 있도록 다양한 '치얼 업'(Cheer-up)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콘텐츠별로 살펴보면, '뿌리를 찾아가는', '열려 있는', '과학적인' 뉴스를 지향점으로 두었다. 메인뉴스인 '뉴스데스크'를 세대별 맞춤 버전으로 준비하고, 이를 종합한 결과물을 '방송'하며, 후보 추천부터 선정까지 시민에게 선택권을 준 열린 오디션으로 앵커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PD수첩', '시사매거진 2580' 등 기존 프로그램을 정상화하는 것은 물론 미디어 리터러시 프로그램 신설, 명품 다큐멘터리 부활·진화를 약속했다. 드라마&예능&라디오 제작자도 '저널리스트'라는 점을 분명히 한 후 현실이 투영된 젊은 드라마, 라디오 MC 대폭 교체 등을 제시했다.

플랫폼과 관련해서는 공영방송다운 테마로 MCN에 진출해 자사 기자·PD·아나운서와 셀럽을 확보해 각기 다른 테마의 '1인 미디어' 채널을 론칭할 계획을 내세웠다. 이어, MBC 콘텐츠를 아시아 전역에 실시간 전송하는 '아시아 콘텐츠 하이웨이'를 건설하겠다고 전했다.

이밖에 제작시스템 혁신, 비정규직 업무 현황과 근무 실태를 조사해 불합리한 처우 개선, 외주사 상생 규범 명문화, 지역사-자회사 상생 방안(지역사 사장 선임 등 인사제도 개선·지역 특성 살린 해외 콘텐츠 개발, 콘텐츠 혁신 계획 공동 수립 등) 등의 정책이 있었다.

이 후보는 "서로 눈물을 닦아주고 새로운 출발점에 서야 한다. 확실한 과거청산을 단호하고 신속하게 해 그 토대 위에서 MBC를 완전히 바꾸기 위한 혁신을, 방송현장 일선에서 뛰는 구성원들이 추동하는 혁신을 이끌어내겠다"고 강조했다.

◇ 최승호 : '신뢰의 위기' 맞은 MBC… 응답+소통 강조

최승호 후보 (사진=정책 설명회 방송 캡처)

 

최승호 후보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의 언론장악 역사를 돌아본 다큐멘터리 '공범자들'(2017)에 나오는 "언론이 질문을 못 하게 하면 나라가 망합니다"라는 대사로 PT를 시작했다.

그는 현재 MBC 위기가 '신뢰를 잃었다'는 데서 왔다며, '응답'하고 '소통'하는 MBC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시민을 단순히 고객, 소비자로 여기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섬겨야' MBC가 살아난다는 설명이다.

최 후보는 뉴스의 경우 과거 반성부터 시작해, 중립성 뒤에 숨지 않는 분석과 비판을 하고 백화점식 뉴스를 탈피하며, '디지털 퍼스트'와 '시청자 퍼스트'를 함께 가겠다고 말했다.

시사교양은 MBC의 강점이었던 '탐사보도'를 부활시키고 근본에 주목하는 다큐를 만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한 겸손하고 치밀한 취재·보도로 '10년 뒤에 봐도 진실인 보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드라마는 막장 대신 공영방송다운 특성을 살리고, 단막극 부활과 시즌제를 도입하겠다는 설명이다. 예능은 실패할 자유를 보장해 파일럿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예능 시즌제, 창의성을 위한 재충전을 보장할 것을 약속했다.

라디오는 '시선집중'을 필두로 시사 프로그램을 재건하고 사내에도 존재했던 '블랙리스트'를 깨 최고의 진행자 라인업을 복원하며 신선한 목소리를 과감히 발탁하겠다고 말했다.

최 후보는 해고 후 인터넷플랫폼인 '뉴스타파'에서 근무한 경험을 들어 "이제 지상파 프리미엄은 통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콘텐츠의 질"이라며 "(구성원들이) 최고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실력이 있다고 보기에 (MBC의) 부활을 확신한다. 다양한 플랫폼에 유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 형식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명맥이 끊기다시피 한 신입사원 공채 재개와 노사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재건위원회'를 통한 해직자 복직, 부패 및 권한남용에 대한 엄정한 조사와 책임 추궁을 내걸었다.

최 후보가 내놓은 재건안에 따르면 제작자율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국장책임제 복원, 구성원 의사를 반영하는 임명동의제와 상향평가제가 포함돼 있다. 자율성만큼이나 책임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한편, 현재 본사-지역사의 수직구조 타파, 창작자들의 상생도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최 후보는 "사장을 마치면 저널리스트로 돌아간다. 정치권에 기웃거리지 않겠다"며 정치권 행보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다. 그는 "그동안 국민께 지은 죄를 갚겠다. 국민들로부터 다시 신뢰를 찾아 MBC를 되살려 보겠다"고 말을 맺었다.

◇ 임흥식 : 'MBC의 주인은 시민'

임흥식 후보 (사진=정책 설명회 방송 캡처)

 

임흥식 후보는 사장에 출마하기까지 무척 망설였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도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적의 편"이라는 말에 가슴 찔렸던 시간을 떠올리며 'MBC를 다시 살리고 싶다'는 마음에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퇴직 무렵부터 대학 강단에서 저널리즘을 교육했던 그는 자신이 가르쳤던 '저널리즘 원칙'을 실현하고, '편 가르지 않는 방송'을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고, 사회 구성원들이 갖는 인식의 공통분모를 확장해야 한다는 지론이다.

임 후보의 'MBC 혁신 방안'은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일 중심의 조직 마련 △뉴스부터 살리기 △콘텐츠로 승부 △모든 권력으로부터의 독립 △미래 개척 △상생 등 총 7가지였다.

임 후보가 제안한 MBC 혁신 TF는 경영진, 보직간부, 사원들이 한데 모여 MBC의 새 역사를 쓰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조직을 지향하고 있다. 백서팀, 조직팀, 뉴스팀, 콘텐츠팀, 뉴미디어팀, 상생팀 등을 두는 그림이다.

그는 '김재철 체제' 후 MBC에서 벌어진 일은 결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상식-몰상식의 문제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해직자 즉각 복직, 경영진 등 전원교체 원칙, 시용·경력사원들의 채용과정부터 철저 검증, 트로이컷 등 직원 사찰 의혹 재조사, 잘못된 과거사 기록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능력에 따른 인사를 하고, 단협을 통해 편성위원회와 임명동의제를 도입하며 보도국 편집회의 공개를 고려하고 인재 확보와 육성에 힘써 '일 중심의 조직'을 되살리겠다고도 말했다.

임 후보 역시 다른 후보들과 마찬가지로 현재 MBC의 가장 큰 문제가 '뉴스'라는 데에 인식을 같이 했다. '뉴스 살리기'의 세부 공약은 뉴스 신뢰도 1위 회복, 팩트 검증과 오보에 대한 사후처리 강화, 차별화된 MBC뉴스 제공 등이었다.

콘텐츠와 관련해서는 자율성과 창의성을 최대한 누릴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재미와 의미를 갖춘 공익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것을 예로 들었다. 또한 시민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시청자위원회를 확대개편하고 사내에 방송독립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덧붙였다.

임 후보는 지난해 MBC 본사 매출이 8400억 가량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콘텐츠 전략 총괄본부를 설립해 위축된 MBC 플랫폼을 재건하는 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갑질 근절, 지역사와의 논의 및 교류 강화 등도 공약의 일부였다.

임 후보는 "제 이름 앞에 온건한, 현실적인, 합리적인 이런 말이 붙어 있더라. 저는 현실적으로 온건할지는 몰라도 불의와 타협하지는 않는다"며 "미래를 말하며 과거를 묻어버리거나 미래를 내세워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않을 것이다. 여러분 위가 아니라 옆에 서서 함께 고민하고 토론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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