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으로 공포에 내몰렸던 포항 북구 주민 상당수가 이사를 하려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포항지역 부동산 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짐을 빼는 전월세 주민이 속출하고, 집을 팔겠다는 매물도 하루에 수 백건씩 쏟아지고 있다.
포항 북구 장성동 원룸에 거주하던 전 모(30)씨.
전씨의 집은 이번 지진으로 집안 곳곳에 금이 가고, 문이 제대로 열리지 않는 피해를 입었다.
이 원룸은 안전검사에서 ‘사용가능’ 판정을 받았지만, 전씨의 불안감은 해소되지 않았다.
전씨는 “지진이후 회사 동료집에 머물면서 잠깐씩 집에 가봤다”면서 “같은 건물에 사는 다른분들도 집을 비우거나 밖에 나와 있을 정도로 모두들 불안해 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용가능 판정이 났다지만, 불안해서 그 집에 살수가 없어 짐을 뺐다”고 덧붙였다.
전씨는 남은 계약 기간 월세를 내야해 보증금에서 차감되는 손해를 감수하고 장성동의 원룸에서 나왔고, 포항을 떠나 다른 지역에서 직장을 구하고 있다.
전씨와 같이 지진 공포에 포항 북구를 떠나려는 이들이 날이 갈수록 늘고 있는 모습이다.
29일 기준 포항지역 대표적인 부동산 거래 사이트인 D사이트에는 흥해와 양덕, 장성, 두호, 우현동 등 5개 지역 매물 6천300여건이 접수됐다.
지진 발생 이후인 16일부터 이들지역의 고층아파트를 중심으로 갑작스레 4천200여건이 쏟아지며 주택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지진 전 지역에서 인기를 끌던 아파트들이 대거 매매 시장에 나온 것. 하지만 매물은 넘쳐나지만 수요는 아예 없는 상황이다.
장성동 주민 김 모(44)씨는 “집에 특별히 금이 가거나 이상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이 조그마한 진동에도 불안해한다”면서 “사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집값을 낮춰서라도 팔 생각이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돌파구를 찾지 못하던 포항 주택 시장이 '지진'이라는 커다란 악재를 만나 꽁꽁얼어붙는 모습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집을 내놓는 사람들도 수요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답답한 마음에 집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재석 공인 중개사 사무소 박재석 소장은 “2016년부터 경기침체와 공급과잉으로 주택 시장이 침체된 상황이다”면서 “여기에 지진이라는 악재가 생기면서 시장 회복 속도를 더욱 더뎌 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상광 공인중개사는 “지진까지 나서 사람들이 심리적으로나 또 집을 보러 갔을 때 무너지고 깨지고 이런 걸 봤을 때 움츠러들 것”이라며 “당분간 힘이 들거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