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DB의 간판 김주성(등번호 32번) [사진 제공=KBL]
"다 보셨죠? 김주성이 4쿼터에 공 하나 잡겠다고 슬라이딩을 했잖아요. 거기서 팀 분위기가 바로 달라졌습니다"
원주 DB의 이상범 감독이 29일 오후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서울 SK와의 1-2위 맞대결에서 91-75로 승리한 뒤 기자회견에서 남긴 말이다.
실제로 김주성은 루즈볼을 잡겠다고 몸을 날렸다. 프로농구 현역 선수 가운데 1979년생 김주성보다 나이가 많은 선수는 문태종(1975년생)-문태영(1978년생) 형제 외에는 없다. 선두 SK와의 경기는 4쿼터 중반 DB가 승기를 잡기 전까지 초접전이었다. 김주성은 팀을 위해 마치 프로에 갓 데뷔한 선수처럼 몸을 날렸다.
이상범 감독은 "팀내 최고참이자 프로농구의 레전드가 공에 대한 애착을 보였다. 그런 선수가 이기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고 팀을 위해 희생하니까 팀 분위기가 좋아질 수밖에 없다. 후배들이 그 장면을 보고 공격리바운드를 잡기 위해 뛰어들었고 루즈볼을 잡겠다고 몸을 던졌다. 모두 김주성의 영향이었다"고 말했다.
김주성은 겸손했다. 자신의 허슬플레이를 동료들의 공으로 돌렸다.
DB는 올시즌 최하위 후보팀 중 하나였다. 명성이 높은 선수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상범 감독은 "너희가 경기에 뛰는 다른 팀 선수들과 뭐가 달라?"라는 말로 선수들을 격려했다. 선수들은 매경기 엄청난 에너지를 내뿜고 있다. 한발 더 뛰는 농구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김주성은 "후배들이 리바운드나 루즈볼 다툼을 열심히 한다. 내가 하지 않는다면 그건 말이 안되는 거다. 내가 더 챙겨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후배들의 모습을 보면서 더 힘이 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주성은 이날 10분 남짓 출전해 7점 3리바운드 3블록슛을 기록했다. 승부처에서 골밑을 노리는 SK 선수의 슈팅을 세 차례나 막아냈다. 특히 최부경이 몸싸움 이후 골밑으로 파고들어 던진 원핸드 슛을 완벽한 타이밍으로 막아내는 장면은 단연 압권이었다.
KBL 통산 최다 블록슛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김주성은 "운이 좋았다"고 말하며 웃었다.
더 자세한 설명을 요구하자 베테랑이 아닌 선수에게는 듣기 어려운 말이 나왔다. 그는 "상대가 공을 잡을 때 내가 중심이 무너진 것을 아는 것 같았다. 그래서 바로 슛을 쏠 것 같았다. 그렇게 상대가 들어오는 타이밍을 잘 봤다"고 말했다.
겸손한 자세만큼은 예전 그대로였다. 김주성은 "다음에 다시 또 그 장면에서 막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하며 웃었다.
김주성의 블록슛 3개는 모두 승부처에서 나왔다. 3쿼터 승부처에서 주로 출전하는 김주성. 그는 아마추어 시절부터 한평생 주전이었다. 올시즌에는 구단의 철저한 체력 관리를 받고 있어 식스맨으로 뛰고 있다. 출전하자마자 감각을 찾기가 쉽지는 않아도 그가 승부처에서 블록슛 등 집중력을 요구하는 장면을 언제든지 연출할 수 있는 선수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