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 공격수 이종호가 29일 부산구덕운동장에서 열린 '2017 KEB하나은행 FA컵' 결승 1차전에서 후반 11분 득점을 터트린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연맹 제공)
울산 현대의 공격수 이종호가 날카로운 발톱을 제대로 드러냈다. 활발한 움직임으로 상대진영을 휘저었다. 이런 이종호의 활약 덕분에 울산 현대는 K리그 클래식의 자존심을 지키는 데 성공했다.
울산은 29일 부산구덕운동장에서 열린 '2017 KEB하나은행 FA컵' 결승 1차전에서 부산 아이파크를 2-1로 제압했다. 적지에서 귀중한 승리를 챙기며 기선제압에 성공한 울산은 구단 사상 첫 FA컵 우승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반면 홈 팬들의 열성적인 응원을 안고도 패배를 당한 부산은 승격에 이어 FA컵 우승까지 물거품이 될 위기에 몰리게 됐다.
믿었던 이종호가 울산에 승리를 선사했다. 김도훈 감독은 전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이종호에 대한 강한 신뢰를 내비쳤었다. 그는 "이종호가 부주장으로 팀의 활력소다. 이런 경기에서는 실력도 중요하지만 정신적인 부분과 희생도 필요하다"라며 "이종호는 이에 아주 적합한 공격수다. 꼭 득점해서 호랑이 세리머니가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종호 역시 "그 어느 때보다 즐겁게 결승전을 준비했다. 우승컵을 위해서는 반드시 골이 필요하다. 골을 넣고 최대한 많이 호랑이 세리머니를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리고 예상대로 울산은 이종호를 최전방에 배치하고 경기에 임했다.
경기 초반은 탐색전 양상이었다. 전반 10분이 지나도록 양 팀 모두 이렇다 할 공격 없이 분위기를 살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울산이 주도권을 잡기 시작했다. 좌우 측면을 활발히 이용하며 부산을 흔들었다.
울산의 이러한 노력은 전반 19분 빛을 봤다. 득점은 이종호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이종호는 공을 몰고 측면을 파고들다 넘어지며 부산 문전으로 패스를 넣었다. 그리고 패스를 받은 김승준은 완벽한 퍼스트 터치로 부산의 수비벽을 벗겨내고 오른발로 선제골을 기록했다. 이종호의 저돌적인 돌파가 공격의 시발점이었다.
'어딜 도망가!' 울산 현대 이종호가 29일 부산구덕운동장에서 열린 부산 아이파크와 '2017 KEB하나은행 FA컵' 결승 1차전에서 부산의 호물로의 돌파를 저지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연맹 제공)
이종호는 조연에 그치지 않았다. 후반전에는 주인공의 자리까지 꿰찼다. 1-0으로 앞선 후반 11분. 오르샤가 롱패스를 했다. 부산 진영에 있던 이종호는 영리한 움직임으로 오프사이드 트랩을 완벽히 뚫어내고 골키퍼와 1대1 상황을 만들었다. 그리고 침착하게 골키퍼까지 제친 뒤 득점을 기록했다. 전반 도움에 이어 이번엔 득점까지 챙긴 이종호다.
임무를 마친 이종호는 후반 25분 김인성과 교체돼 경기를 마쳤다. 김도훈 감독은 벤치로 들어오는 이종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부산은 후반 39분 호물로의 중거리 슛이 울산 골키퍼 김용대의 손에 맞고 흐르자 이동준이 가볍게 차넣어 한 골을 만회했다. 부산은 이후에도 추격의 고삐를 당겼지만 결국 반전을 만들지는 못했다.
이종호의 활약 덕분에 울산은 구단 사상 첫 FA컵 우승에 한걸음 다가섰다. 울산은 K리그에서 많은 컵 대회와 리그 우승을 차지하면서 명문구단으로 거듭났다. 그러나 유독 FA컵 우승과는 연이 닿지 않았다. 4강에 10번이나 진출했지만 9차례는 결승 문턱을 넘지 못했다. 1998년에는 결승전에 진출했지만 당시 안양LG에 패하며 꿈을 이루지 못했다.
19년 만에 다시 오른 FA컵 결승 무대. 이번에 울산에는 이종호가 있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뽐내며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안방으로 돌아가는 울산의 발걸음은 이종호 덕분에 가벼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