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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전력질주 현장] 평온한 JSA, 총탄세례 흔적 선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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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 보이자 북한군 3명 총 쏘던 곳에 나타나 감시

지난 13일 북한군 병사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한 가운데 27일 오전 판문점 사건 현장 인근에서 북한군 병사들이 남측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27일 오전에 찾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은 최소한 겉으로는 평온했다.

가끔씩 관광객이 찾던 북한의 판문각이나 남측의 자유의 집이나 한산한 모습이었다.

북한군이 지프차에서 내려 남쪽으로 뛰고 이어 북한군 추격조 4명이 엎드려쏴 자세로 AK 소총을 쏘고 권총을 빼들고 조준사격을 하던 곳은 유엔군사령부가 공개했던 13일 당시 영상 그대로였다.

북한이 지프차가 빠졌던 배수로 보강 공사를 하고 추가로 나무를 심은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으나 더 심겨진 나무는 없다는 게 군 관계자의 전언이었다.

30여명의 취재진과 군 관계자들이 현장에 도착하자 곧바로 북한군 3명이 바로 군사분계선 근처에 나타났다.

13일 당시 북한군이 귀순자를 향해 총격을 가하던 회담장 건물 옆이다. 무표정한 얼굴로 남쪽을 지켜보던 이들은 다시 언덕 초소로 이동해 취재진을 향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유엔사가 공개한 영상은 CCTV가 여러 각도에서 잡은 것을 편집한 것이어서 북한군 귀순자가 사력을 다해 뛰었던 50여m의 거리와 남북의 초소 위치 등 공간에 대한 개념이 부족했으나 현장에서는 한눈에 다 보였다.

지난 13일 북한군 병사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한 가운데 27일 오전 송영무 국방부장관이 판문점을 방문, 권영환 중령 등 JSA 대대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정전위원회 회의실 등이 잇대어 있는 가운데 왼쪽에 남북 초소가 야트막한 언덕위에서 마주보고 있었다. 두 초소간의 거리는 불과 25m. 그 아래 오른편에서 귀순자가 차에서 내려 뛰기 시작하고 북 추격조가 사격을 가했다.

귀순자가 2~3초 가량 '전력질주'하던 현장도 새로웠다. 우리 초소에서 보면 오른쪽, 자유의 집에서는 왼쪽으로 보이는 포장도로와 조경용 나무 몇그루가 심겨진 손바닥만한 공간이었다. 수초간 총격 속에 필사의 뜀박질이 이뤄졌던 곳이었다.

13일 당시 귀순의 긴박했던 상황은 수발의 총탄 흔적이 웅변하고 있었다. 귀순자가 쓰러져 있던 자유의 집 부속건물 앞쪽에 겉면이 알미늄으로 된 5-6m 높이의 4각형 굴뚝(보일러 환기용)이 있었는데 총탄세례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전면에만 5발 또 그 아래 화강암으로 이뤄진 받침대와 옆의 향나무 중간 부분에도 총탄이 스치고 간 자욱이 선명했다.

다행히 귀순자가 쓰러져 있던 곳은 자유의 집 부속건물 벽면 아래 움푹 패인 곳이었다. 지대가 낮아 북한군이 총을 쏘던 곳에서는 사각지대였을 것으로 보였다.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둔 남북 초소간 거리가 25m에 불과해 우리 초병들이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목격했을 것 같지만 군 관계자의 설명은 달랐다.

군사분계선상의 나무로 인해 귀순자가 타고온 지프차가 잘 식별이 안됐고 총소리가 들림에 따라 25m 전방의 적초소에 관심이 집중됐었기 때문에 옆에서 뛰어가는 귀순자를 명확히 인식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지난 13일 북한군 병사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한 가운데 27일 오전 판문점 사건 현장 인근에서 북한군 병사들이 남측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이날 현장을 찾은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북한군이 귀순자를 쫓아 군사분계선을 넘어 내려왔던 지점까지 다가가 군 관계자들의 설명을 들었다. 군사분계선에서 5~6m 가량 떨어진 곳이었다.

사건 발생 직후 북한군은 JSA 후방에 중무장한 증원 병력을 집결시켰던 것으로 알려졌다. JSA 경비대대 한국측 대대장이었던 권영환 중령은 "제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적 지원부대 증원되는 것에 따라 현장 중대장이 대응해서 주요 장소에 병력을 배치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그는 TOD(열상감시장비)로 귀순자 위치를 확인한 것에 대해서도 "원래 TOD는 개성공단 보는 장비"라며 "당시 감시병과 감시반장이 기지를 발휘해서 당시 위협 없는 곳의 장비를 통해 (귀순자를)찾은 것"이라고 이날 현장을 찾은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게 말했다.

지난 13일 북한군 병사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했던 사건이 일어난 가운데 27일 오전 남측 판문점 인근에서 북한군의 탄흔이 남아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이에 송영무 장관은 "(귀순자가 있던 곳이) 북측에서도 안보이고 남측에서도 안보이는 폭 빠진 지형"이라며 "현장 대응이 16분 늦었다 뭐라하지만 (병력을)일찍 배치했고 TOD가 안보이는 사각지대 찾은 것도 적절하게 잘 대처한 것"이다고 강조했다.

송영무 장관은 "앞으로는 이런 상황이 일어나면 안된다. 북한이 귀순하는 사람한테 총을 쏘는 것, MDL(군사분계선)을 넘어오는 것은 정전협정을 위반한 행위다.이런 것을 (북한에)인식시켜 주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국방부 장관으로서는 최초로 MDL 바로 앞에 위치한 JSA 대대 2초소에 올라가서 북한군 귀순자의 이동경로와 우리 초소의 임무 및 경계구역 등도 직접 확인했다.

북한군의 JSA 귀순은 한국이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며 휴전 상태라는 것 또 자유의 소중함을 전세계에 알린 비극적 사건이었다.

JSA는 언제쯤 과거의 역사현장으로 남겨질 것인가. 현장에도 답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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