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의 가드 허훈 (사진 제공=대한민국농구협회)
지난 26일 경기도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9 중국 농구월드컵 아시아 1차 예선 A조 중국과의 홈경기는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의 가드 허훈(22·부산 kt)의 가능성과 과제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허훈은 팀내 가장 많은 13점을 기록했다. 4어시스트 2리바운드를 보탰고 실책은 1개밖에 범하지 않았다. 지난 23일 뉴질랜드 원정경기를 치르고 다음날 귀국, 이틀만에 다시 경기를 펼친 탓에 지칠대로 지친 선수들 사이에서 대표팀 막내 허훈은 활력소 역할을 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3년만에 국내에서 열린 남자농구 A매치를 보기 위해 농구장을 찾은 4,376명의 팬들은 허훈의 활약에 아낌없는 박수를 건넸다. 허훈의 플레이는 화려했고 감각적이었다.
허훈은 과감하게 골밑을 파고들어 중국의 장신 숲 앞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자신만의 플레이를 펼쳤다. 재치있는 패스도 여러차례 선보였다.
허재 감독은 첫 홈-앤드-어웨이 예선 기간에 장남 허웅(상무)과 차남 허훈을 나란히 대표팀에 승선시켰다.
허재 감독은 둘째 아들 허훈이 중국전에서 펼친 활약을 평가해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경험이 부족하지만 자기보다 큰 선수들을 상대로 안 밀리고 잘한 것 같다. 경험이 쌓이면 대표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허훈은 연세대 3학년이었던 지난 2016년 처음으로 성인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에는 국제농구연맹(FIBA) 동아시아컵 대회에 출전했다. 허훈은 이 대회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해 지난 8월에 개최된 FIBA 아시아컵에는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대표팀의 주축 김선형의 부상으로 가드진 보강이 필요했고 허훈이 그 자리를 꿰찼다. 그동안 대표팀에서 쌓은 경험은 허훈에게 분명 약이 됐다. 허훈은 중국을 상대로 자신만의 색깔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팬들의 박수 갈채를 받았다.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의 가드 허훈 (사진 제공=대한민국농구협회)
동시에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도 남겼다. 바로 수비다.
허훈은 앞선에서 상대의 패스를 가로채려는 수비를 여러차례 시도했다. 이런 수비는 양날의 검이다. 스틸에 성공하면 곧바로 속공 기회를 얻는다. 실패할 경우 상대가 돌파할 공간을 허무하게 내줄 수밖에 없다. 허훈의 스틸 개수는 0개. 모험은 대부분 실패했고 빈 공간을 메워야 하는 동료들의 수비 부담이 가중됐다.
전반적으로 허훈의 외곽 수비력은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려웠다. 상대가 중국이라 약점이 더 눈에 띄었다. 중국의 장신 가드들은 앞선에서 신장이 작은 허훈 앞에서 자신있게 플레이를 펼쳤다.
이제 막 프로농구 무대에 데뷔한 어린 선수에게 당장 국제 무대에서 통할만한 수비력을 기대하기는 무리다. 허훈이 팬들을 즐겁게 할 줄 아는 선수라는 사실만큼은 중국전을 통해 입증됐다. 가능성을 보여준 것만큼 과제도 명확해졌다. 그가 아버지의 바람대로 대표팀에 보다 도움이 되는 선수로 발전하기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는 아직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