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종영한 KBS2 예능드라마 '고백부부'에서 최반도 역을 맡은 배우 손호준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 18일 종영한 KBS2 예능드라마 '고백부부'는 시청률과 화제성 면에서 '의외의 복병'으로 떠오른 드라마다. 마지막회 시청률이 7.3%(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으로 가장 높았고, 종영하던 주 화제성도 가장 높았다.
결혼을 후회하는 부부가 처음 만났던 1999년으로 돌아간다는 설정은 어쩌면 식상했을 수도 있을 텐데, 사랑받은 까닭은 뭘까. '고백부부'는 현실을 옮겨 놓은 듯한 세밀한 묘사와 모두의 입장을 두루 살피는 따뜻함을 무기로 시청자들 마음속을 파고들었다.
손호준이 맡은 최반도는 세 식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 간도 쓸개도 내어줄 만큼 열과 성을 다하는 영업사원이었다. 맘과 다르게 자꾸만 아내 진주(장나라 분)에게 무신경해지고 자존감을 깎는 말을 하는 남편이기도 했다.
21일 오후, '고백부부' 종영 기념 손호준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응답하라 1994'나 이번 '고백부부'까지 대표작에서 주로 활발한 캐릭터를 맡았던 그이지만, 실제로는 말수가 적은 편이었다. 배우는 확실히 연기할 때 많은 부분이 달라지는구나, 하는 깨달음을 새삼 재확인했다.
◇ 2017년으로 돌아가는 행복한 결말… "당연한 결과"서로 때문에 결혼 생활이 불행하다고 말하는 반도와 진주는 2017년 현재 이혼도장을 찍고 나온다. 어느 날 갑자기 처음 만났던 새내기 시절 1999년으로 돌아간 둘은, 다시 현재로 돌아와 아들 서진(박아린 분)과 사는 해피엔딩을 맞는다.
손호준은 "그게 당연한 것 같다. 진주와 반도는 '다시' 사랑을 하게 된 게 아니다. 계속 꾸준히 둘은 사랑하던 관계였는데 현실의 삶을 살면서 잠시 (서로의 존재를) 잊고 있었던 것뿐"이라며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고백부부'는 마진주(장나라 분)와 최반도(손호준 분)가 다시 이어지는 것으로 해피엔딩을 맞았다. (사진=KBS 제공)
드라마 초반부터 으르렁거리는 '이혼 부부' 역을 맡아 어려운 점이 없었는지 묻자 "연기하는 데 무리가 없었던 게, 작가님이 너무 잘 써 주셨고 감독님 디렉(션)이 좋았다. 저와 호흡 맞춘 나라누나도 너무 워낙 잘해 주셨고, 동료 배우들도 다 맞춰주셔서 어려운 게 없었다"고 답했다.
최반도는 메이퀸 대회에 나가려는 진주에게 "꼴등이나 안 하면 다행"이라고 하는 등 극 중반까지 진주를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진주에게 호감을 보이는 '엄친아' ROTC 선배 정남길(장기용 분)과 비교돼, 한때 시청자들로부터 '욕받이' 신세가 되기도 했다.
손호준은 "처음에는 가벼워 보일 수 있는데 나중에 진주에게 '웃게 해 주고 싶었다'고 하는 것 등을 보면 내 짐을 다른 사람에게 덜거나 하는 친구는 아니다. 진중한 면이 있다. 초반에는 일부러 더 가볍게 (표현)했던 게 있다"고 설명했다.
◇ 손호준이 생각하는 '최반도가 정남길보다 나은 점'손호준의 말처럼 사실 최반도는 속 깊고 다정했다. 생리통이 심한 진주의 허리를 두드려주고, 제약회사 직원답게 성분을 따져가며 약을 재처방하고, 장모님이 좋아하는 과일을 기억하는 사람이었다.
이런 묘사가 비교적 후반부에 몰린 것에 대해 아쉬움이 없는지 물었다. 손호준은 "처음부터 감독님, 작가님과 얘기를 많이 하면서 반도가 어떤 친구인지 저는 잘 알고 있었다"며 "이혼할 때 진주가 '우리 너무 불행하다'고 한 데에 미안함이 있었다. 그래서 과거에서 일부러 더 틱틱거리고 (남길에게) 보내주려고 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기용이가 남길이를 너무 잘 표현해줬고, 그 때문에 반도가 질투심을 느끼고 진주에 대한 마음을 다시 생각하게 해 줬기 때문에 그런(아쉬운) 건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극중 남길보다 반도가 나았던 것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는 "같이 살아왔던 18년이 있어서 누구보다도 진주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진주에게 누구보다 편한 상대도 반도였고. 각자의 편이었다"고 답했다.
지난 18일 종영한 KBS2 예능드라마 '고백부부' (사진=KBS 제공)
손호준은 그동안의 연애에서 '연적'이 딱히 있지는 않았던 것 같다고 전했다. "누군가 경쟁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성격 때문이다. 극중 상황이 펼쳐진다면 어떤 선택을 할지 묻자 "선의의 경쟁은 하지 않을까. 제가 정말 좋아하면 포기 안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진주에게 학교 내에서 인기 1순위인 멋진 선배 남길(장기용 분)이 있었다면, 반도에게는 풋풋하고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으로 남은 서영(고보결 분)이 있었다.
서영에게 품은 감정을 묻자 "반도는 첫사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서영이에 대한 궁금함이 있었던 것 같다"며 "38살의 정신을 갖고 갔으니 서영이가 귀엽고 애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미래의 서영이 모습을 아니까 뭔가 더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크지 않았을까"라고 답했다.
◇ "장나라,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 가장 잘 어울려"
티격태격하기도 하고 가슴 저미는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던 장나라와의 연기 호흡은 어땠을까. 손호준은 "진짜, 처음 만났을 때부터 너무 어려보여서 깜짝 놀랐다. '실례지만 제가 호칭을 어떻게 해야 되죠?'라고 물어봤을 정도로"라고 첫 만남을 회상했다.
그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분인 것 같다. 실제로도 되게 귀여우시다. 그런데 촬영 들어가면 너무 똑똑하시고. 대선배님이라 그런지 제가 보지 못한 부분도 많이 보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 행동 하나하나에 다 반응해 주시는 모습을 보고 정말 많이 배웠던 것 같다. 순간순간 애드립이 나올 때에도 거기에 다 맞춰서 반응해 주시고, 집중도가 너무 좋은 배우인 것 같다"고 부연했다.
극중 한국대 토목과 3인방으로 늘 붙어 다녔던 허정민(안재우 역)과 이이경(고독재 역)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손호준은 우선 둘 다 너무 "잘하는" 사람들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촬영하면서 힘들 때도 친구들과 같이 하는 씬 있으면 너무 즐거웠다"며 "이경이가 촬영 전에 안마도 하고 재밌는 얘기를 많이 했다. 리허설 할 때도 너무 웃기게 준비를 많이 해 왔다"고 말했다.
실제로도 그런 친구가 있느냐고 묻자 "어버이날에 제가 광주에 못 내려가면 부모님께 꽃도 달아드리는 친구들이 있다"고 소개했다.
(노컷 인터뷰 ② 손호준, 만약 과거로 돌아간다면? "열심히 공부하고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