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청와대 페이스북 캡처)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 2주기 추도식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해 문민정부가 민주주의의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하고 화합과 통합의 유훈을 잊지 않겠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는 오후 1시 40분쯤 국립 현충원 김영삼 전 대통령 묘소 입구에 도착해 미리 도착해 있던 차남 김현철 씨 등과 인사한 뒤 묘소에 헌화했다. 이어 현충관으로 이동해 이수성 추모위원장, 김수한 전 국회의장, 김덕룡 김영삼민주센터이사장 등과 인사한 뒤 바른정당 정병국 의원의 사회로 진행된 추도식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추도사에서 "김영삼 대통령님은 1950년대에서 90년대까지 독재 권력과 맞서 온몸으로 민주화의 길을 열었다"며 "문민정부가 우리 민주주의 역사에 남긴 가치와 의미는 결코 폄하되거나 축소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취임 후 3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1993년 5월 13일 발표한 담화문에서 '문민정부의 출범과 그 개혁은 광주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실현시켜 나가는 과정'이라고 했다"며 "이는 문민정부를 넘어 이 땅의 민주주의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신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군내 사조직 '하나회' 척결,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사법처리, 금융실명제.부동산실명제 실시 등 김 전 대통령의 결단으로 이뤄진 정치적.정책적 조치들을 일일이 언급한 뒤에 "저는 문민정부가 연 민주주의의 지평 속에서 대통령님이 남기신 ‘통합’과 ‘화합’이라는 마지막 유훈을 되새신다"고 말했다.
현직 대통령이 고인이 된 전직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하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워야 할 일이다. 하지만 진보.보수가 팽팽하게 갈라져 있는 현실에서 진보진영의 전폭적인 지지로 당선된 문 대통령이 보수의 계보를 있는 김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해 민주화 운동 과정과 대통령 재직시절 업적을 일일이 거론하며 '계승'을 다짐한 것은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자유한국당은 최고위원회의 의결로 지난 17일부터 여의도 당사 회의실에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사진과 함께 김영삼 전 대통령 사진을 걸어놓고 있는데 보수 우파의 적통을 이어받은 당이라는 점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김 전 대통령 추도식 참석은 국가 원수라는 측면에서도 그렇고 문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의 고향과 활동 기반이 경남 거제와 부산으로 겹친다는 점에서 당연하게 볼 수 도 있다. 여기에도 김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김덕룡 전 의원 등도 지난 대선에 문재인 캠프에 합류해 현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 부의장으로 있고, 차남 김현철씨도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가 진보진영의 힘으로만 만들어지지는 않았다는 얘기다.
문 대통령의 김 전 대통령 추도식 참석은 보수 진보라는 이분법을 뛰어넘어 국민 전체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보수 진보를 가리지 않는 광폭행보는 보수 진영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문민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냈던 이수성 추모위원장도 이날 추모식 인사말에서 문 대통령 참석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전임 대통령 추도식에 현 대통령이 참석해 주권재민의 진실을 이어가는 값지고 아름다운 모습을 저희가 보고 있다"며 "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님의 성심과 예우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의를 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특수한 관계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에 문 대통령이 참석해서 임기중에는 안오겠다고 했지만 DJ, YS 추도식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속 가실 것으로 알고 있다"며 "김 전 대통령이 서거하셨을 때도 민주당 지도부가 참석해 통합의 메시지를 던진 바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