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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예술가상' 박준 시인 "울지말란 말, 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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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박준 (시인)

 

어제 문체부가 주관하는 2017문화예술발전유공자들이 발표됐습니다. 소설가 조정래 선생, 화가 김구림 선생을 비롯한 35명의 수상자들이 선정됐는데요.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문학 부문에는 박준 시인이 선정이 됐습니다. 지금까지 낸 시집이 딱 한 권. 그런데 그 시집이 무려 8만부가 넘게 나가면서 대중성, 작품성 모두를 인정받은 시인이죠. 여러분, 제가 시 좋아하는 건 다 아시죠? 오늘 그래서 제가 좀 설렙니다. 화제의 인터뷰 박준 작가 연결해 보겠습니다. 박준 작가, 안녕하세요. 축하드립니다.



◆ 박준> 감사합니다. 시인 박준입니다.

◇ 김현정> 시인도 상 타면 기분 좋은 거 맞죠?

◆ 박준> 사실 기분 당연히 좋은데요. 그런데 다만 시인이 국가에서 주는 상을 받으면 쑥스러운 마음이 들고 그런 것도 있습니다.

◇ 김현정> 제가 사실은 많은 등단 시인분들 인터뷰를 했지만 제일 젊은 분이세요. 실례지만 올해 나이가?

◆ 박준> 35살이 됐습니다.

◇ 김현정> 서른다섯이면 83년생?

◆ 박준> 맞습니다.

◇ 김현정> 83년생. 그런데 첫 시집이, 한 권 낸 시집이 8만 4000부가 나갔어요.

◆ 박준> 뉴스쇼가 팩트를 우선하니까, 팩트는 9만 부가 지금... (웃음)

◇ 김현정> 그새 더 나갔군요. (웃음)

◆ 박준> 좀 더 나갔습니다.

박준 시인의 책.

 

◇ 김현정> 이야, 9만 부. 여러분, 요즘 보통 시인들이 시집을 내면 1쇄가 500부에서 3000부 정도 찍는답니다. 그런데 2쇄를 찍는 경우도 거의 없다면서요. 그러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라면서요?

◆ 박준> 사실 그렇죠. 그것이 두 번째 쇄로 연결되는 것이 그렇게 흔한 일은 아닌 상황이죠.

◇ 김현정> 그런 상황에서 9만 부. 제목도 참 매력적이에요. 제목이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저는 처음에 이게 뭐지? 이게 무슨 말이지 했어요.

◆ 박준> 사실 비문입니다. 그런데 제가 쓸 때 이 당신이라는 어떤 대상이 저 혹은 우리들에게 어떤 약 같은 존재다 이런 생각을 한번 했고요. 그러면 우리가 약을 지어먹듯이 당신의 존재만으로 우리는 당신의 이름이라는 것을 이렇게 지어다가 우리가 어떤 건강성을 유지하면서 산다 이런 문장으로 태워져 나온 것입니다.

◇ 김현정> 그 당신은 어떤 연인이 될 수도 있고 사랑하는 가족이 될 수도 있고 어떤 그리움의 대상, 존경의 대상, 다양한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어요.

◆ 박준> 그렇죠. 사실은 이 시 처음에 떠올렸을 때는 어떤 노동자 있었어요. 제가 부산 영도에서 크레인에 올라가 있는 노동자분을 제가 생각하면서 ‘당신은 약이다.’ 이런 생각으로 썼던 시였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그렇군요. 저는 시 낭독을 그 시를 쓴 시인이 직접 해 주실 때 제일 좋더라고요. 일단은 한 편을 직접 낭독해 주실 수 있을까요?

◆ 박준> 낭독해 보겠습니다.

◇ 김현정> 제목이?

◆ 박준> '지금은 우리가'라는 제목의 시입니다.

◇ 김현정> '지금은 우리가' 부탁드려요.

◆ 박준>

지금 우리가

그때 우리는
자정이 지나서야

좁은 마당을
별들에게 비켜주었다

새벽의 하늘에는
다음 계절의
별들이 지나간다

별 밝은 날
너에게 건네던 말보다

별이 지는 날
나에게 빌어야 하는 말들이

더 오래 빛난다

◇ 김현정> 아... 참 좋네요. 저는 이 앞부분 그때 우리는 자정이 지나서야 좁은 마당을 별들에게 비켜주었다. 저는 이 부분이 좋아요. 자정이 될 때까지 그러니까 별 보면서 이야기 나눈 거잖아요, 좁은 마당에서.

◆ 박준> 맞습니다.

◇ 김현정> 그렇죠. 이 장면이 저는 너무 좋은데 시도 시지만, 산문집을 하나 내셨어요. 그 산문집도 제목이 특이합니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 박준> 맞습니다.

◇ 김현정> 저는 이 제목만 보고 그냥 울컥하던데 제가 산문집 중의 한편 읽어봐도 될까요?

◆ 박준> 영광입니다.

◇ 김현정> 한 부분만 발췌해서 보겠습니다. '아침밥'이라는 제목의 산문인데요.

아침 밥

나는 죽은 사람들이 좋다. 어찌되었든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나보다 먼저 죽은 사람들과 모두 함께 다시 태어나고 싶다. 대신 이번에는 내가 먼저 죽고 싶다. 내가 먼저 죽어서 그들 때문에 슬퍼했던 마음들을 되갚아주고 싶다. 장례식장에 들어서면서부터 눈물을 참다가 더운 육개장에 소주를 마시고 허정허정 집으로 들어가는 기분. 그리고 방문을 걸어잠그고 나서야 터져나오던 눈물을 그들에게도 되돌려주고 싶다. 그렇게 울다가 잠들었다가 다시 태어난 아침. 부은 눈과 여전히 아픈 마음과 입맛은 없지만 그래도 무엇을 좀 먹어야지 하면서 입안으로 우겨넣는 밥. 그 따뜻한 밥 한 숟갈을 그들에게 먹여주고 싶다.

◆ 박준> 제가 읽은 것보다 좋네요. (웃음)

시인 박준 (사진=출판사 제공)

 

◇ 김현정> 저는 사실은 많이 울었어요, 이것 보면서. 박준 시인 별명이 울보시인이잖아요.

◆ 박준> 제가 조금 잘 울어서 (웃음) 그런데 특히 한국 사회가 남성이든 여성이든 어쨌든 우는 것에 대해서 그렇게 달가워하지 않잖아요, 어려서부터.

◇ 김현정> '어디 남자가 울어? 어디 눈물이야.'

◆ 박준> 울면 망태할아버지가 잡아간다 이런 얘기 하고. 그런데 사실 운다는 행위가 거의 마음의 끝에서 할 수 있는 행위인데 이거 운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겠지만 달라지지 않아도 일단 울기라도 할래. 이런 생각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래요, 그래요. 그리고 박준 시인의 눈물은 그냥 슬픈 게 아니고 우리 모두가 한 번쯤 다 겪어봤을 법한 그 상황에서 오는 슬픔인데 그걸 담담하게 그려내서 더 슬퍼요. '올해의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한 박준 시인, 박준 작가 만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섭외하려고 전화를 했더니 처음에는 회의 중이라서 통화가 어렵다 그러셨다면서요?

◆ 박준> 죄송합니다. (웃음)

◇ 김현정> 시만 쓰는 것 아니세요? 회의도 하세요?

◆ 박준> 네. 직장을 다니고 있고요. 또 다녀야 해요.

◇ 김현정> 그러면 차세대 대한민국에서 가장 떠오르는 시인인데 투잡족이세요?

◆ 박준> 음... 투잡이라고 얘기하기도 뭐한 게 시인은 약간의 정체성 같은 것이고요. 생계와 직업이 있어야 되니까 출판사에서 책 만드는 일을 하고 있고.

◇ 김현정> 출판사 직원이시고. 하긴 제가 어딘가에서 이런 말 하신 걸 봤어요. '우리나라에서 시인은 성공해도 삶이 바뀌지 않아서 좋다.' 그게 오히려 장점이다.

◆ 박준> 그게 약간 자조적인 건데 우리가 문학 말고 다른 연예계나 혹은 스포츠나 이런 부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성공했다라고 하면 이게 부와 명예든 삶이 이렇게 확 바뀌죠, 한 순간에.

◇ 김현정> 아침에 눈 떠보니 스타가 됐더라 이런 거잖아요. 차가 바뀌고 비즈니스 클래스를 갑자기 타고 이런 것.

◆ 박준> 맞아요. 물론 일면의 아쉬움은 있겠지만 한편 다행스러운 건 우리가 삶이 갑자기 바뀌면 저처럼 약간 의지가 박약한 사람들은 삶을 그르치는 방향 쪽으로 나아가는 경우도 많다고 생각해요. 특히 문학가들의 삶이라는 것이 ‘내가 바뀌었지? 내가 어제와는 다른 사람이지?’라는 생각이 실질적으로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 김현정> 그런 거군요. 오히려 그래서 감사하다? 그러면 저는 팬으로서 죄송한 말이지만 우리 박준 시인이 부자가 되시면 안 되기를 바라야 되겠는데요? (웃음)

◆ 박준> 부자도 안 될 겁니다.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웃음)

◇ 김현정> 농담이고요. 이 감성, 서른다섯 박준 시인의 이 감성이 그냥 이대로 천년만년 갔으면 좋겠어요, 저는. 변하지 않고. 진심으로 바라면서 좋은 작품 기대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축하드리고요. 오늘 고맙습니다.

◆ 박준> 고맙습니다.

◇ 김현정> 올해의 젊은 예술가상을 탔습니다. 박준 시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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