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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메아리' 40주년 타임머신 타고 만난 '민중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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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의 세월 동안 켜켜이 쌓아 온 민중가요의 역사가 세대를 넘어 살아 움직였다.

20일 추운 서울 강남의 바람을 뚫고 백암아트홀에는 400명 가량의 관객들이 공연장을 가득 메웠다. 연령대는 다양했다. 어린 아들을 데리고 온 아버지, 20~30대 청년들 그리고 40~50대 중년들까지. 이들이 가진 공통점은 서울대학교 노래패 '메아리'에 대한 기억을 가슴 한 켠에 지니고 있다는 것이었다.

지금으로부터 40년 전 창단된 이 노래패는 70~80년대 대학가에 민중가요를 보급하며 학생 운동의 중심에 서 있었다. 민중가요를 대중화시킨 '노래를 찾는 사람들' 또한 '메아리'를 비롯, 수많은 대학가 노래패들에서 태어난 노래패였다.

'고뇌하는 마음으로 노래를'이라는 주제에는 '메아리'의 40년이 그대로 녹아 있다. 70~80년대에는 민주화 운동을 위해, 그 이후에는 또 다른 정체성을 찾아가며 '메아리'는 지금까지 존속돼왔다.

총 20곡으로 이뤄진 공연의 트랙리스트에는 '오월의 노래', '부활하는 산하', '그날이 오면' 등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민중가요들 뿐 아니라 지난해 촛불집회를 접한 '메아리' 동문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만든 노래도 있다.

트랙리스트에 오른 20곡의 노래는 각기 시대적 상황에 따라 달랐던 작곡가들의 사연이 그대로 녹아 있었다. 노래 시작 전, 영상으로 전한 '메아리' 사람들의 이야기는 왜 그들이 노래로 시대에 저항할 수밖에 없었는지 깨닫게 하는 매개가 됐다.

이야기는 다양한 장르의, 하고 싶은 노래를 부르며 고된 현실 속에서 자유를 찾는 2010년대 학번 그리고 지난 겨울 광화문에서 벌어진 '촛불의 기적'까지 이어진다. 결국 이들 노래는 세대를 불문하고,'메아리'로 연결된 그들 모두의 끈을 찾아 나서는 여정이었다.

(사진=이안젤라 프로듀서 제공)

 

이번 '메아리' 공연의 핵심은 바로 세대 간의 연대와 소통이었다. 첫 결성 당시 태어나지도 않았던 현 '메아리' 단원이 그 시절 민중가요를 독창했고, 여러 세대가 섞인 중창단과 합창단은 '메아리' 동문들이 작곡한 노래로 40년의 세월을 단번에 뛰어넘었다. 몇 개월에 걸친 연습기간을 증명하듯 그들은 목소리로 화합을 이뤄냈다. 오랜 내공의 실력을 발휘한 밴드 세션 또한 원곡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노래에 맛을 더했다.

공연을 총괄한 안정일 음악감독은 "밴드 세션과 함께 한 공연이다. 애초에 밴드 포맷으로 만든 노래들이 아니다보니 거기에 맞게 편곡하는 게 어려웠다. 공연 구성 자체가 왜 저런 민중가요들이 등장하게 됐는지 보여줬고, 장치적으로 노래들의 본질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상황 설명이 된 상태로 음악을 받아 들이니 예전 노래를 그대로 불러도 괜찮고, 처음 듣는 노래도 이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며 받아들일 수 있게 하려고 했다"고 공연의 구성과 취지를 밝혔다.

노래가 끝날 때마다 객석에서는 우렁찬 박수 소리와 뜨거운 환호가 터져나왔다. 무대와 한 몸이 된 관객들은 어깨를 들썩이며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누군가에게는 뜨거운 젊음이었고, 또 누군가에는 아득한 아픔이었던 시절들이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공연 이후 최루탄에 힘겨워하던 학생들의 안식처였던 학사주점의 주인은 공연을 잘 봤다며 후원금을 건네기도 했다. '메아리'에 속해 있지 않은 이들에게도 '메아리'가 어떤 존재였는지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

'메아리' 40주년을 맞아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인 이안젤라 프로듀서는 "10년 마다 그냥 노래 잘하는 선배들 모아놓고, 옛날 노래들을 하는 건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촛불 집회가 일어나고 당시 거리에서 '메아리' 동문들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니 공연이 없다는 걸 서운해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고 '메아리' 공연을 다시 시작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이전까지만해도 연습할 시간이 없어 거의 독창회 식이었다면 이번에는 동문들이 돈도 후원하고 그래서 중창과 합창, 밴드, 음악감독까지 제대로 갖출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연습을 하면서 정말 연령대가 다양한 후배들을 만났다"면서 "서로 모르는 노래가 나오더라. 그걸 배우다 보니 연결의 끈이 생겼다. 세대 차이를 아예 없앨 수는 없겠지만 '메아리'가 오래 기억되는 운동의 자산으로 남았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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