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조성진. (사진=금호아시아나 문화재단 제공)
쇼팽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베를린 필하모닉과 협연을 하게 된 소감을 전했다.
조성진은 베를린 필하모닉 내한공연에 앞서 19일 오후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베를린 필하모닉과 연주하는 건 내 오랜 꿈이었다. 이번에 공연을 준비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특히 사이먼 래틀 지휘자에게는 인간적으로, 음악적으로 배울 점이 많다고 느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지휘자였던 분들이 피아니스트였던 분들이 굉장히 많다. 피아노에 대해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연주에 긴장을 했는데 리허설하면서 짧은 코멘트를 받았다. 그 코멘트에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사이먼 래틀 지휘자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후 몇 차례 코멘트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이 이어졌지만 조성진은 홀로 간직하고 싶다며 말을 아꼈다.
웬만한 국제 무대에서도 떨지 않는 조성진에게 베를린 필하모닉과의 협연 준비 과정은 특별한 경험으로 남았다.
조성진은 "리허설 때문에 피아노에 앉았는데 꼭 DVD를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원래 유튜브 채널에서 지휘자 리허설 영상을 굉장히 즐겨보기도 한다. 피아니스트는 똑같은 곡만 반복하니 흥미롭지 않은데 지휘자는 오케스트라에 지시하고, 음악을 만들어가는게 흥미롭다. 사이먼 래틀 지휘자를 바로 옆에서 볼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상임 지휘자 겸 예술감독인 사이먼 래틀 또한 거장 피아니스트인 크리스티안 짐머만이 조상진을 추천한 일화를 공개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이먼 래틀은 "크리스티안 짐머만은 내가 가장 아끼고 좋아하는 오랜 친구이지만 스스로를 포함해 모든 피아니스트들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면서 "조상진에 대해 '정말 좋은 피아니스트이니 한 번 들어보라'고 칭찬하는 말을 했을 때, 이 친구가 아픈가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이렇게 함께 연주하는 기회가 빨리 와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성진의 음악에 대해서는 "짐머만은 굉장히 고요하고, 단단하면서 내적으로 들어가는 음악을 좋아하는데 그것이 세대를 뛰어넘어 이런 형제애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느꼈다"고 좋은 평을 건넸다.
쇼팽 콩쿠르 우승 이후, 베를린 필하모닉과의 협연까지. 조성진은 피아니스트들이 원하는 버킷리스트를 누구보다 빠르게 달성해나가고 있다. 본인은 이런 흐름에 어떤 심경을 느끼고 있을까.
조성진은 "피아니스트로서의 목표는 베를린 필하모닉과 공연하는 것 그리고 카네기 홀에서 공연하는 거다. 아직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내 꿈은 계속 발전해나가는 거다. 음악적으로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간단하지만 여려운 건데 행복하게 사는 게 내 꿈"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번 공연은 사이먼 래틀 지휘자와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함께 하는 마지막 내한 공연이다. 오늘과 내일(20일), 양일 간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