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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K' 장필준, 동생들 먼저 챙기는 진정한 '맏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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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 찾아 메모지에 적어가며 상대팀 분석 열중

17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 2017’ 한국과 대만 경기 9회초 2사 1루에서 대만 잔쯔셴을 삼진으로 잡은 한국 장필준이 환호하는 모습.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18일 일본 도쿄돔에서는 일본과 대만의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2017'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가 열렸다. 결승 진출을 확정한 한국의 상대가 결정되는 경기였다.

일본 야구의 심장부 도쿄돔에서 열린 터라 일본 대표팀은 압도적인 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고 경기를 펼쳤다. 대만을 응원하는 목소리도 적잖았지만 일본 응원단 규모에 견줄 정도는 아니었다.

일본과 대만 팬들이 즐비한 가운데 관중석 한편에는 낯익은 얼굴도 보였다. 이날 오전 훈련까지 취소하며 컨디션 회복에 주력한 태극전사들이 관중석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박민우를 비롯해 김하성, 이정후, 김대현, 심재민, 류지혁 등 대부분의 대표팀 선수들은 휴식일도 반납하고 미리 결승전에 만날 상대를 탐색하러 경기장을 찾았다.

그 가운데 '맏형' 장필준은 가장 뒷자리에 않아 분주하게 손을 움직이며 종이에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 대회 기간 머무는 호텔의 메모지에 장필준이 적고 있던 것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었을까?

장필준은 별거 아니라며 메모지를 숨겼지만 이후 조심스레 내용을 보여줬다. 그 안에는 일본과 대만 선수 타자들의 특징이 적혀있었다. 결승은 개막전에 이어 다시 한번 한일전으로 정해졌지만 장필준이 경기를 지켜보는 순간에는 아직 결승 진출 팀이 확실하게 가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이 때문에 메모지에는 양 팀 타자들에 관해 적어둔 내용이 가득했다.

한국 야구대표팀의 맡형 장필준이 18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일본과 대만의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2017' 경기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아 상대팀을 분석했다. (사진=노컷뉴스)

 

휴식일에도 경기장에서 상대 분석에 열중한 장필준. 그러나 그는 분석이란 말에 손사래를 쳤다. 장필준은 "분석이라기보다는 한번 보는 거다. 특징 있으면 적어두는 정도다"라며 "제가 분석해봐야 얼마나 잘하겠습니까"라며 부끄러워했다.

장필준은 대표팀이 치른 두 경기에 모두 출전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16일 일본전에서는 4-3으로 근소하게 앞선 8회말 등판해 세 타자를 연이어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대만과 경기에서는 더욱 힘든 상황에 마운드에 올랐다.

1-0 리드를 잡은 8회 선발 임기영에 이어 박진형이 공을 넘겨받았다. 아웃 카운트 2개를 잘 잡았지만 볼넷과 2루타를 허용하면서 2사 2, 3루에 몰렸다. 장필준은 이 위기를 넘길 선수로 선동열 감독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장필준은 선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천쯔하오를 삼진으로 처리하고 위기를 지워냈다. 그리고 9회 등판해 삼진 2개를 솎아내며 경기의 마침표를 찍었다. 2경기에서 총 2⅓이닝을 소화하며 실점 없이 탈삼진 6개를 기록하는 위력투를 펼쳤다.

17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 2017' 한국 야구대표팀 대 대만 야구대표팀 경기가 열려 한국이 대만에 1-0으로 승리를 거뒀다. 경기 종료 한국 박진형과 장필준이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대만전이 끝나고 박진형은 장필준의 품에 안기며 고마움을 표했다. 그러나 박진형의 말에 오히려 장필준은 더 큰 고마움을 느꼈다고 전했다. 그는 "(박)진형이가 나에게 고맙다고 했다. 난 기껏해야 1⅓이닝만 던졌는데 진형이가 고마워하는 모습을 보고 내가 더 고마웠다"며 "그 말을 듣고 우리는 한 팀이라 분명하게 느꼈다. 짧은 기간이지만 우리는 한 팀이고, 일본전과 대만전에서도 한 팀이었다"라고 '맏형'다운 모습을 보였다.

한국은 이제 일본과 대회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장필준은 이번에도 경기의 마지막을 책임지는 투수로 등판할 전망이다. 우승 마지막을 장식하는 장면을 상상해볼 만 했지만 그는 "9회에 누가 나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기기만 하면 된다"며 "어떤 선수가 나가던지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기쁘게 잡아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장필준도 기대하는 세리머니는 있었다. 대표팀 선수들과 함께 승리를 맛본 뒤 마운드에 태극기를 꽂는 것이다. 그는 "일본과 1차전에서 굉장히 힘든 경기를 했다. 힘든 결과를 받게 해준 상대를 꺾고 마운드에 태극기를 꽂게 된다면 뭉클할 것 같다. 그리고 평생 기억에 남는 장면이 될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대화를 마친 장필준 앞줄에 앉은 다른 선수 전체를 지목하며 "내 기사보다 우리 동생들 기사를 더 많이 챙겨줬으면 좋겠다"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마지막까지 장필준은 '맏형'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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