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진과 대학수학능력시험 연기로 해외여행·공연티켓 등의 무더기 해약사태가 발생하고 많은 위약수수료를 물 처지에 놓인 소비자들이 반발하는 등 혼란이 커지자 공정위가 '지진'을 천재지변의 범주에 포함시키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 개정에 나서기로 했다.
공정위 고위관계자는 17일 "지진으로 수학능력시험이 1주일 연기되면서 해외여행과 공연 관람계획을 취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위약수수료를 둘러싼 논란이 많다"며 "이번 일로 알게된 일이지만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는 지진이 빠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기준에 지진과 관련된 규정이 빠져 있고, 정부가 내린 '수학능력시험 연기 결정'을 정부의 명령으로 봐야할 지에 대한 논란의 여지 때문에 혼란이 빚어지는 측면이 있지만, 기준에 지진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보면, 숙박업, 공연업의 경우 천재지변 등으로 소비자의 숙박지역 이동 또는 숙박업소 이용이 불가하거나, 공연이 취소 또는 연기된 경우, 계약금 또는 입장료를 환급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때 천재지변이란 기상청이 강풍, 풍랑, 호우, 대설, 폭풍해일, 지진해일, 태풍주의보 또는 경보를 발령한 경우로 한정했다.
기준에 지진을 명시해 여행사나 공연기관과 소비자 간에 벌어질 수 있는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의도다.
공정위가 기준을 일부 수정하더라도 논란의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공정위 국외여행표준약관 15조 '여행출발 전 계약해제'조항에는 '여행사 또는 여행자는 여행출발 전에 천재지변, 전란, 정부의 명령, 운송·숙박기관 등의 파업․휴업 등으로 여행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 손해배상액을 지급하지 아니하고 이 여행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포항 지진 이후 무더기 발생한 계약연기나 취소사태는 지진에서 비롯됐으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다. 지진에 이어 정부에서 내린 '수능시험의 1주일 연기' 결정이 직접적 원인인데 표준약관이 규정하고 있는 것 처럼 '수능연기=정부의 명령'이라고 볼수 있는 지 논란이 있다.
표준 약관 상 천재지변에 대한 이견도 있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천재지변이란 지진으로 인해 공항 시설이 파괴됐거나, 비행기 자체가 뜰 수 없는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 단순히 지진이 발생한 상황을 천재지변으로 여기지 않는 관행도 있다고 한다.
이번 수능연기의 경우 거의 모든 국민이 대상이 될 만큼 관계된 소비자 숫자가 많아 여행사들이 위약수수료 없이 계약을 해소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피해가 특정계층에만 국한될 경우 논란의 소지가 될 개연성이 커 차제에 소비자분쟁기준과 해외여행약관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