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진이 발생한지 사흘이 지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붕괴 위기 직전의 건물과 보강 조치 후 재사용할 수 있는 건물들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CBS 노컷뉴스는 17일 다시 한번 지진 피해가 큰 흥해읍 등 포항 북부의 지진 피해지역을 집중적으로 돌아봤다. 특히 지진으로 인해 붕괴 위기 직전에 몰린 건물들을 중심으로 실태를 파악해봤다.
포항 시내에서 한동대학교와 흥해읍 지역으로 차를 몰았다. 포항시 북구지역의 관문인 환여동에 들어서자 4차선 도로가로 경찰이 폴리스라인을 치고 경비를 서고 있는 건물이 나왔다.
환여동 대동빌라이다. 야산에 둘러싸인 1백 세대에 이르는 3층짜리 이 빌라는 원래 작고 아담했다. 그러나 도로변 빌라 건물의 한쪽 벽면 외곽 블록이 4층 꼭대기부터 맨 아래까지 떨어져 나가면서 처참한 몰골로 변했다. 특히 4층에 있는 물탱크 탑도 폭격을 맞은듯 벽면이 떨어져 나가면서 노란 대형 물통의 살갗이 그대로 드러냈다.
육안으로봐도 건물은 부실해 보였다. 떨어져 나간 벽면에 보온재로 붙인 스티로폼 몇장이 덜렁덜렁 겨우 붙어 있었다. 또 빌라 옆 주차된 승용차 2대는 '벽돌 폭격'을 받고 방치돼 있었다. 이 아파트 주민은 단 한명도 보이지 않았다.
건물 벽면은 허물어졌고 승용차는 파손됐다. (사진=구용회 기자)
다음은 바로 옆의 양덕동으로 넘어갔다. 양덕동은 원룸 등 필로티 건물들이 집중적으로 타격을 받았다. 특히 이 곳은 지난 며칠간 언론에 노출된 필로티 원룸 건물로 유명한 곳이다.
필로티 기둥 철근은 정말 '엿가락'처럼 휘었다. 마침 집 주인인 최 모씨가 전화로 공무원들과 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최 씨는 기둥 보강공사를 마치면 포항시에서 '안전진단'을 해준다고 약속했는데 이제와서 개인 건물이라고 '알아서 하라'한다"며 강력히 항의했다.
최 씨는 "지금 돈이 문제가 아니고 이 건물이 넘어가면 옆집으로 2차 3차 피해가 간다. 옆집 건물주가 밤마다 오셔서 그쪽으로 넘어지면 고발하겠다해서 오늘 새벽까지 보강공사를 했다. 그런데 공무원들이 이제와서 딴말을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씨는 12개 원룸을 가진 이 건물을 지난 4월 구입했다고 말했다. 입술이 바짝바짝 말라붙는 모습이 확연했다. 한 눈으로 보기에도 이 건물은 위태위태한 상황이었다.
지진의 영향으로 휜 필로티 기둥 철근 모습. 해당 건물의 벽면에는 경고문이 붙어있다. (사진=구용회 기자)
다음은 가장 위험한 아파트로 향했다. 일명 '피사의 아파트'로 불리는 흥해읍에 위치한 5층짜리 대성아파트였다. 대성아파트는 ABCDEF 등 6개동으로 이뤄졌다.
특히 E동과 F동이 심각했다. 남북으로 길게 놓여 있는 두 동은 한쪽 끝이 이미 크게 기울었다. 집에 들어가서 이삿짐을 싸기도 위험할 만큼 북측면은 상당히 기울었다. 남측 일부 가구는 이삿짐을 빼내고 있었다.
건설업을 하는 최호연씨는 "E동은 '상황'이 한번 더 오면 위험하고 붕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북측 끝머리가 튀어나온 것을 가리키며 "완전히 심해서 지난 번 같은 지진이 오면 붕괴 직전까지 가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포항 지진은 진앙지 북쪽에서 남쪽으로 움직인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대성아파트 E동처럼 남북으로 길게 늘어진 노후 아파트는 직격탄을 맞은 듯 했다.
인근에서 부동산업을 하는 한 주민은 "이 동네에서 남향이 아닌 동향이나 서향 건물은 거의 큰 타격이 없다"고 말했다.
붕괴위험에 처한 대성 아파트 E동 모습 (사진=구용회 기자)
근처 흥해실내체육관에서 대피중인 대성 아파트 주민들을 만났다. 3명의 입주민들은 포항시와 정부에 속도 있는 대책을 요구했다.
주민 김 모씨는 "텔레비전만 보면 다 되는 것처럼 말하는데 이렇게 해서는 안된다. 사흘째가 되면서 몸이 아파온다. 온 천지가 아픈데 장관님이나 국회의원들이 찾아오지만 말고 빨리 안전진단을 가려서 대책을 내놨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