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는 직업일까…문재인정부에 답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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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연 교수 "예술인 복지, 돈과 생존만의 문제 아냐"

지난 1월 9일 당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며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농성 중인 문화예술인들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조형물을 제작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노컷뉴스)

 

"예술인 복지의 기본 인식이 돈과 생존만의 문제가 아니라, 예술가의 존재적 가치에 대한 문제에서 비롯돼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15일 서울 대학로 동양예술극장에서 열린 '예술인 복지정책 종합토론회'에서 기조발제를 맡은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말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이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예술인 복지정책 방향과 과제'라는 주제를 통해 지난 2011년 11월 만들어져 5년차를 맞이한 '예술인복지법'의 미비점을 짚었다.

이 교수는 "예술인복지법이 갖는 큰 문제점은 예술가들의 복지를 접근하는 관점에 대한 확고한 인식, 혹은 이념이 없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새 정부 예술인 복지정책과 관련해 가장 이슈가 되는 것은 '예술인 고용보험 제도'의 실행 여부"라며 "예술인의 창작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예술인들의 안정된 생활환경 마련이 중요한 조건이 되는데, 예술인 고용보험 제도의 실시는 가장 기본이 되는 중요한 정책"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고용보험과 창작보상에 대한 합당한 지원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예술인의 복지와 예술 노동 가치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가 먼저 정리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예술인 복지에는 '보편적 복지'와 '특수한 복지'라는 두 관점이 공존한다.

"보편적 복지로서 예술인 복지는 예술가가 굳이 예술가이기 때문에 복지의 혜택을 누려야 한다는 관점에서 벗어나, 노동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갖는 복지의 보편성을 강조할 수 있다. 이럴 경우 굳이 예술인복지법이 필요하지 않다. 예술가들도 일반 노동자들과 동일한 관점에서 노동에 대한 보편적인 복지혜택을 누리면 된다. 근로자로서 4대 보험이 적용되고, 실업상태에서 실업수당을 받으면 된다."

◇ 유명무실 '예술인복지법'…"정책 근본부터 바꿔야"

그는 "문제는 현재 한국사회에서 예술가들의 노동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기준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는 예술인복지법에서도 이 법의 기본이 되는 예술가들의 노동에 대해 정의하지 않고 있다"며 "차라리 예술가들이 일반 근로자에 준하는 노동의 정의에 해당된다면, 예술가들은 예술인복지법보다는 근로기준법에 따르는 것이 더 유익할 수 있다"고 봤다.

이어 "예술인복지법이 예술인의 실질적인 노동·창작의 특수한 권리에 대한 보호 장치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 예술인들은 지속적으로 자신들의 노동·창작 권리를 위한 많은 이슈들을 쏟아놓고 있다"며 "이러한 예술계 현장의 목소리는 새 정부의 예술인 복지정책의 패러다임이 근본 바뀌어야 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이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예술인 복지정책이 성공적으로 실행되기 위한 조건으로 △예술인 복지정책에 대한 설득력 있는 논리적 근거 마련 △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정립 △현장예술인과의 충분한 소통과 협력 △예술인의 요구에 부응하는 실제적인 정책 프로그램 기획 △새로운 예술인 복지정책에 부합하는 법·제도적 정비와 각 사업들에 필요한 재원 마련에 대한 충분한 준비 등을 제안했다.

"이러한 과제들은 결국 예술인들의 창작환경 개선과 그에 따른 예술가의 창작권리 확대, 자유로운 예술 활동의 보장으로 연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술인의 복지는 법이나 제도로 명시되지 않으면 실현 가능성이 없다. 그러나 예술가들의 모든 지위와 권리가 복지제도를 통해서 모두 획득될 수 없는 것처럼, 예술인 복지에 대한 제도적 장치들을 넘어서는 예술인 복지에 대한 새로운 상상이 필요한 시점이다."

◇ "예술가, 직업 아닌 미적 가치 높이는 행위로서 존재"

그는 "예술인에게 있어 진정한 복지는 경제적 보상과 공공의 지원 확대가 아니라 창작의 권리, 즉 표현의 자유 권리에 있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예술인 복지란 배부른 돼지에 불과하다"며 "예술인 사례비나 예술인 사회실업급여, 예술인 연금제도와 같은 사회보장제도는 표현의 자유라는 예술인의 근본적이고 기본적인 권리가 전제될 때 사후적으로 필요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예술가가 직업이 아닌 행위로서 존재하는 가장 중요한 의미는 우리 사회에 미적 가치를 상승시키는 역할에 있다"며 논리 전개를 이어갔다.

"예술가의 복지는 보편적 인간으로서의 복지 이외에 그들이 행하는 특수한 사회적 가치에 대한 이해와 공감에서 비롯된다. 예술가들이 왜 복지 혜택을 누려야 하는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공감 없이는 예술인 복지는 다른 근로자에 비해 상대적 혜택을 받는 특수 계층으로 인식될 소지가 높다. 예술인 복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은 그들이 우리 사회의 정신적, 심미적 가치의 활성화를 위해 특별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작될 수 있다."

이 교수는 특히 "예술인 복지는 역설적으로 예술가 자립을 전제한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며 "예술인 복지의 궁극적인 목적은 예술가로서의 사회적 의존을 스스로 인정하고, 복지의 수혜자로 자신을 자리매김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로서의 자립을 위한 조건을 확보하는 데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술가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예술행위, 표현의 자유, 예술적 실천에서 스스로 자립하는 것이다. 예술가로서의 자립이 전제되지 않는 복지는 배타적 특혜이자, 수혜에 불과하다. 예술인복지는 예술가의 삶에 필요조건이 될지 몰라도, 충분조건은 아니다. 예술가의 삶의 충분조건은 창작 행위 그 자체에서 나온다. 예술의 필요조건으로서 복지와 예술의 충분조건으로서 창작행위가 서로 상생할 때 예술인들의 복지는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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