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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 김성규 "관객들이 궁금해 하는 배우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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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인터뷰] 영화 '범죄도시' 양태 역 배우 김성규 ②

영화 '범죄도시'에서 양태 역을 맡은 배우 김성규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달 3일 개봉해 현재까지 인기리에 상영 중인 영화 '범죄도시'(감독 강윤성)에서 손도끼를 주 무기로 쓰는 흑룡파의 막내 역을 맡은 배우 김성규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중에게 낯선 인물이었다.

1986년생으로 올해 서른둘이 된 그는 대진대 연극영화학부를 졸업하고 '극단의 극단' 창단 멤버로 무대에서 첫 연기를 선보였다. '연극 12인'의 배심원 8번, '컨트롤 A씨 28세'의 A씨, '오래된 미래'의 절름발이 둘째, '플라나리아'에서 남자 역을 맡았던 밀양여름예술축제 참가를 위해 올해도 무대에 올랐던 바 있다.

'기술자들'이나 '터널'에서는 각각 형사2팀 형사2, 시민단체3 등 또렷한 이름 없이 스치듯 지나쳤던 그에게, 고유의 이름이 있고 이야기 전개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맡은 첫 영화 '범죄도시'는 여러 모로 새로운 경험이었다.

소속사 사람엔터테인먼트와의 인연도 '범죄도시' 덕분에 생겼다. 윤계상에게 밥을 사러 온 대표와 만나게 되면서 지난 9월 계약을 맺었다고. 김성규는 극중 '해맑은 미친놈' 같았던 양태와 달리 진지한 사람이었다. 대화 곳곳에서 연기에 대한 깊은 고민과 두려움이 느껴졌다.

더워서 땀이 나면 닦아주려고 하는 스태프들의 손길이 아직도 '황송하다'고 말하는, 사진 요청이 들어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웠다며 으쓱해하는 의외의 구석도 있는 배우 김성규를 지난 7일 서울 양천구 목동 CBS 사옥에서 만났다.

(노컷 인터뷰 ① '낯선 배우' 김성규, '범죄도시 양태'가 되기까지)

일문일답 이어서.

▶ '범죄도시' 안에서 흑룡파 세 사람의 합이 좋았다. 어떤 장면에 대해 상의하고 여러 가지 버전을 만들어 현장에서 보여주었다던데, 이런 식의 작업을 하며 어떤 걸 느꼈나.

연극할 때는 당연히 연습이라는 걸 하고 호흡을 맞춘다. 물론 (실제 공연)할 때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열어 놓은 상태로 있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그런 걸 의도했다기보다 계상이 형이 역할과 이 영화에 대한 부담감이 컸다. 잘 해내야 하는데 쉽지 않다는 느낌. 중압감을 느끼고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다 보니 모이기 시작했다.

이런 작업이 너무 재밌었고 저 또한 자신감이 생겼다. 의견을 반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좋은 장면을 뽑아낼 수 있는 과정이기도 했지만 함께라는 느낌이 조금씩 생기면서 현장에서 편안함을 느꼈다. '마음껏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는 현장이었다. 애초에 믿어주는 느낌, 같이 한다는 느낌 그게 저한텐 되게 컸다.

저는 영화가 처음이다 보니 당연히 제 것을 어떻게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만 했는데 계상이 형은 씬 자체를 고민하고 이야기하더라. 그걸 보면서 많이 배웠다. '아, 주연은 저렇구나!' (웃음) 주연배우의 중압감이랄까. 대단했다. 결과를 보고는 더 놀랐다. 예상하고 계획했던 것들이 다 들어맞는 순간들을 보면서. 정말 영화 속의 인물인 흑룡파에 대한 연기적인 고민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더 값진 것 아닐까. (계상이 형은) 엄청 똑똑한 것 같다. 감각도 너무 좋은데 그만큼 치열하게 준비를 많이 한다. 근데 또 본인이 생각한 게 다 맞다고 여기는 스타일도 아니다. '이게 맞을까? 어때?' 하고 물어봐 주는 게 참 고마웠죠.

왼쪽부터 '범죄도시'에 출연한 배우 김성규, 마동석, 최귀화, 홍기준, 하준 (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 '범죄도시' 배우들 인터뷰를 할 때는 현장 분위기가 좋았다는 얘기가 빠지지 않았다.

그게 워낙 다들 느끼고 있는 거라… 특히나 저는 첫 영화 현장이어서 이게 얼마나 좋은지 잘 몰랐다. 비교할 만한 게 없어서. 현장마다 분위기가 워낙 다르다. 배우들이 처음부터 '우리가 좋은 현장을 만들 거야' 하고 왔다기보다, 서로 좋은 영향이 점점 퍼져서 시간이 갈수록 더 좋아진 느낌이다. 감독님이 믿어주는 느낌이 강했고, 현장에서 섞이면서 인간적으로도 너무 좋으니까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됐다.

▶ 다른 배우들과의 호흡이 어땠는지도 궁금하다.

선규 형은 일단은, '사람이 좋다' 하는 표현으로는 모자란… 종교적인 느낌이 있어요. (웃음) 선하고, 되게 품어주는 느낌이 있어서 사람을 참 편하게 해 준다. 믿어주고 되게 힘이 나게 해 줬다. 누구나 와서 '잘하고 있어', '좋아'라고 할 순 있지만 그걸 참 정성들여서 하니까 용기가 나더라. 근데 연기할 때 보면 깜짝깜짝 놀라죠. (웃음) 연극계에서 유명한 것도, (연기를 잘한다는) 소문은 잘 알고 있었다. 현장에서 욕심을 내는 타입도 아니다. 조심스러운데 연기할 때는 확 달라져서 많이 놀랐다. 계상이 형과도 워낙 친하고 신뢰하는 사이여서 그런지 제가 흑룡파에 쉽게 들어갈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그 분위기에 잘 녹아들어서.

(마)동석 선배님은 연기로 많이 부딪치진 않았는데 현장에서 보면 신기했다. 이미지는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유쾌하고 주변을 편안하게 해 주려고 애를 많이 쓰실 줄은 몰랐다. (현장에서) 날이 서 있거나 그런 느낌 없이, 먼저 농담도 해 주고 챙겨주셨다. 순발력도 그렇고 굉장히 노련하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타고난 것 같다.

하준이랑 저는 나이대가 비슷해서 비슷한 고민들을 많이 얘기했다. 같이 나오는 장면도 있었고. 시나리오 상에서는 둘이 하는 액션씬도 있어서 액션스쿨에서 훈련했다. 하준이랑 다닐 때 둘 다 버스타고 다니면서 얘기했었다. 그때는 아무래도 좀 어색하니까 한두 마디 했고, 현장에서 씬에 대한 얘기를 했는데 굉장히 진지하더라. 밝고 쾌활한 줄만 알았는데, 인물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걸 보고 얘기를 많이 하게 됐다. 의외성이 있는 친구였다.

(허)동원이 형님은 현장에 제일 많이 왔을 거다. 촬영이 없는 날도. 그런 날도 약간 형사처럼 옷을 입고 다녔다. (웃음) 계속 스태프분들과 친해지려고 하고, 진짜 열심히 간절하게 하신다는 느낌이 들었다. (홍)기준이 형은 정말 동네 형 같은 느낌이랄까. 영화 보면서 되게 매력적인 사람이란 걸 느꼈다. 편안하게, 능구렁이처럼, 연기를 맛있게 잘한다. 평소에도 되게 재밌으시고 장난도 많이 치신다.

다른 배우들도 다 좋았다. 주연·조연 가리지 않고 현장에 있는 분들이 한 팀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신기했다. 거리 장면 찍을 때 보조 출연자분들만 봐도 (외적으로) 엄청난 분들이 많았다. 어떻게 이렇게 모았을까 할 정도로. (웃음)

배우 김성규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

 

▶ '범죄도시'에서 본격적으로 영화 현장을 경험했다. 이전과는 얼마나 달랐는지 궁금하다.

엄청 달랐죠. '기술자들'은 이미지 단역이라고 해서 대사가 있다기보다는 뒤에서 같이 움직이는 거였다. 몇 초 나오나 모르겠다. 이번에는 확실히 감독님, 배우들과 얘기를 하게 되고 현장이 즐겁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비중 있는 역할, 스태프분들도 신경 쓰는 역할이 된 게 처음엔 너무 어색한 거다. 분장해주려고 하면 '괜찮아요, 제가 할게요' 했다. 땀 흘리면 닦아주려고도 해서 (웃음) 그런 게 약간 익숙해지지 못하고 끝났다. 현장에서는 연기를 위해 도와주시는 거니 받아들여야 하는데 뭐랄까 황송하다고 할까. '저도 손이 있는데…' (웃음) (알려지지 않은 배우를) 캐스팅한 것 자체가 스태프분들에게도 흔치 않은 놀라운 일이어서 '이 친구들이 더 잘했으면 좋겠다' 하면서 직·간접적으로 응원을 해 주셨다. 챙겨주시려고 했고. 너무 좋고 재밌었다.

▶ 포털 프로필을 보면 영화 데뷔 전 연극 무대에 주로 섰더라.

학교 졸업하고 극단을 같이 해 보자고 해서 창단 멤버가 돼 그때 연기를 시작했다. 그 사이에 프로필을 넣고 오디션을 봤던 적도 있다. 아예 연극만 해야지 한 건 아니었기 때문에. 경력에 비해서는 편수가 적다. 작품 욕심이 없는 건 아닌데 한 작품을 끝내고 나면 텀이 길었다. 아르바이트를 해야 되는 것도 있었지만, 한 작품을 끝내고 나면 연기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해결하지 못한 숙제들이 남아있는 것, (저희) 극단 작품만 했던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

▶ 극단 작품만 해 온 특별한 이유가 있나. 작품이 좋아서?

그런 것도 있고 엄두가 안 나는 것도 있었다. 저는 작품을 끝내면 '와, 빨리 다음 작품이 하고 싶어!'가 아니라 '하, 어렵다' 이런 기분이었던 것 같다. 연극을 그만두고 아예 다른 일을 했던 적도 있다. '범죄도시' 오디션 마지막에 감독님과 봤을 때, 앞으로 계획을 물으셨다. 그때 '정말로 연극을 제대로 해 보려고요' 하고 말씀드렸던 기억이 난다. 편수에 대해 아쉬움이 있어서 쉬지 않고 작품을 하겠단 마음을 먹었다. 서른이 되면서부터 그런 생각을 했다.

김성규는 대학 졸업 후 '극단의 극단' 창단 멤버로 연극 무대에 서면서 본격 연기를 시작했다. 맨 오른쪽이 김성규 (사진=극단의 극단 페이스북)

 

▶ 허동원, 진선규 등 다른 배우들도 무대에서 먼저 인정을 받고 영화로 진출한 케이스다. 앞으로도 무대연기를 병행할 계획인가.

'범죄도시' 끝나고도 (무대에 서기 위해) 밀양에 갔다 왔다. 회사 대표님이 같이 하자고 했을 때, '앞으로 연기할 때 무대에서의 경험도 중요하다' 생각했고 그걸 되게 존중해주셨다.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건 참 좋은 것 같다. 전 극단에 소속되어 있기도 하고, 가능하다면 (무대에) 서는 게 좋을 것 같다.

▶ 연극영화학부를 나왔는데 배우라는 길을 일찍부터 고려했던 건가.

고등학교 때는 별 생각이 없었다. 아는 선배가 뭘 보러 오라고 해서 갔는데 뮤지컬이었다. 궁금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수소문하면서 연기학원을 다니다 (연극영화학부에) 가게 됐다. 저는 학교 때 좀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쉬지 않고, 거의 학교에서 살았다. 방학 때도 남아서 연습해서 공연 올리고. 친구들이 농담처럼 그런 얘기도 했다. '너의 전성기는 대학교 때'라고. 작품을 진짜 많이 했다.

▶ 넷플릭스에서 제작하는 김은희 작가 신작 '킹덤'에 캐스팅됐다. 배역 소개를 부탁한다.

나름대로 중요한 인물 중 하나라 기대감이 많다. 그동안은 연출부 오디션을 거쳤다면 처음으로 바로 감독님 오디션을 보게 됐다. 기대를 거의 안했는데 됐다고 했을 때 대체 어떤 역할이지 하는 걱정과 기대감이 컸다. 감독님도 작가님도 워낙 좋은 작품 하셨던 분들이라 이루 말할 수 없이 기대감이 있다. 작품이 워낙 좋았다. 저보다 주변에서 워낙 기대를 하셔서 (웃음) 정말 잘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전체 촬영은 시작했는데 저는 11월 중순 넘어서 한다. 사극이다 보니 승마, 칼싸움 같이 배워야 되는 게 많다. 이번 겨울은 ('킹덤'과) 함께 보내게 됐다.

▶ 연기가 좋은 이유가 듣고 싶다. 답하기 어렵다면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말해 달라.

한 가지를 오래 한다는 게 어렵고, 제가 연기를 언제까지 할지도 잘 모르겠다. 연기하는 게 당연히 좋다. 제가 감히 무언가를 담을 수 있다는 것도 좋고, 무대연기를 주로 해서 무대 위의 예상치 못한 순간을 맞았을 때의 쾌감도 좋다. 하지만 어려움도 많다.

연기가 참 재미있었으면 좋겠다. 즐기고 싶은 마음이 크다. 지금까지는 재밌는 순간보다는 준비하면서 힘든 시간이 더 많았다. (연기로) 잘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잘될 것을 바라보고 연기를 하면 안 된다고도 생각했다. '잘 된다'는 게 배우로서 유명해지고 돈을 버는 것이라면, 그런 배우는 적다.

그보다는 연기가 내게 어떤 의미일까, 그걸 찾아야 오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봤다. 지금도 찾아가고 있다. (연기의 의미를 찾으면서) 저 자체도 건강한 쪽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은 있다. 배우뿐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삶도 건강하게 유지되었으면 좋겠다. 배우로서 큰 목표는 당장은 없다. 어떤 인물을 맡든 실제 존재하는 인물처럼 느껴졌으면 좋겠다. 관객분들이 그 사람에 대해 궁금해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올해도 이제 두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어떻게 한 해를 마무리하고 싶은지.

제가 멀티플레이가 잘 안 된다. '킹덤'이 워낙 좋은 작품이니만큼 여기에만 집중해서 잘 끝내는 게 가장 큰 목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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