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경기 만에 첫 승리를 챙긴 신태용호. (이한형 기자)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했습니다."
신태용호는 위기였다. 부임 후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10차전을 모두 0-0으로 비기며 월드컵 티켓을 따냈다. 하지만 경기력이 기대 이하였다. 거스 히딩크 감독 논란이 겹쳤고, 유럽 2연전(러시아, 모로코) 성적은 최악이었다.
하지만 신태용 감독은 침착했다.
해외파로만 꾸렸던 유럽 2연전과 달리 최정예 멤버를 구성했다. 역시나 사흘 남짓 짧은 시간이었지만, 제대로 준비했다. 그리고 10일 남미 강호 콜롬비아를 2-1로 격파하면서 부임 5경기 만에 첫 승을 거뒀다.
신태용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이번에 모여서 첫 날부터 하는 행동이나 눈빛이 긍정적이었다. 하고자 하는 의욕이 많이 보였다"면서 "콜롬비아전을 준비하면서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선수들은 물론 코칭스태프와 공유하면서 많이 준비했고, 선수들이 잘 따라줬다. 오늘은 스코어를 떠나서 선수들이 경기 내용이나 모든 면에서 내 생각대로 잘 해줬다"고 말했다.
경기 전까지도 선수들의 자신감을 위해 애썼다. 사실 최종예선 무승부는 월드컵이라는 목표에 집중했던 탓도 크다. 유럽 2연전은 K리거가 모두 빠진 반쪽 대표팀이었다.
신태용 감독은 "경기 전 미팅에서 말했다. '9~10차전은 월드컵에 목표가 있었고, 10월에는 K리거들이 다 오지 못했다.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이제부터 시작이다. 러시아 월드컵은 오늘 콜롬비아전부터 시작한다'고 말했다"면서 "이기면서 자신감을 가졌을 것이다. 세르비아전과 반쪽일 수 있는 동아시아컵, 그리고 내년 3월과 월드컵까지 자신감을 가지고 신태용호 색깔에 맞게 갈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승리가 나는 물론 선수들에게도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콜롬비아는 만만치 않은 상대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위인 남미 강호다. 하메스 로드리게스(바이에른 뮌헨) 등 정상급 선수들이 포진했다.
사흘 남짓 짧은 시간이었지만, 콜롬비아 맞춤 전술로 승리를 챙겼다.
신태용 감독은 "1대1 싸움에서는 불리하다고 판단했다. 키 포인트는 협력 수비였다. 한 명이 놓치면 다른 한 명이 다시 붙도록 했다. 그렇지 않으면 더블로 막았다"면서 "선수들이 잘 해줬다. 그러다보니 다른 연계 플레이까지 잘 됐다"고 말했다.
콜롬비아전에 쓴 4-4-2 포메이션은 부임 후 처음 꺼낸 카드다. 토트넘 경기를 보면서 손흥민 활용법을 연구했고, 또 로드리게스를 막으려고 고민한 흔적이다. 측면에 선 이재성(전북)과 권창훈(디종FCO) 카드도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신태용 감독은 "사실 손흥민 활용법에 많은 고민을 했다. 예선 9~10차전은 손흥민 활용법이 아니라 월드컵에 나가는 것이 중요했다. 토트넘 경기를 보면서 어떤 움직임을 가져가면 우리 팀이 좋아질까 고민했다. 자연스럽게 4-4-2로 갔다"면서 "로드리게스를 막으려면 4-4-2로 가야했다. 상대를 우리 안에 가둬서 경기를 못 풀어가게 한 것이 주효했다. 콜롬비아-파라과이전을 보면서 힌트를 많이 얻었다. 양쪽 윙에 이재성, 권창훈이 수비에서 안으로 좁히고, 공격에서는 공간을 벌려 연계 플레이를 잘 해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