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게 남은 사랑을' 스틸컷.
영화 '내게 남은 사랑을'은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연상시킨다. 그렇고 그런 신파성 가족드라마를 기대하고 본다면 영화가 함의한 현실성에 새삼 놀랄 수도 있다.
그 법칙을 탈피하게 된 이유는 현실적 과정에 중심을 맞춘 서사 전개에 있다. 영화는 시한부 삶을 살게 된 가장 그리고 그 가족의 마지막 시간을 최대한 아름답고 슬프게 그려내지 않는다. 누군가는 자신 앞에 펼쳐진 가혹한 인생을 받아들여야 하고, 누군가는 뒤늦게나마 소통하기 위해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치열한 고통 속에서 피어난 결말의 온도는 따뜻할 지언정 아름다울 수는 없다. 가족 구성원 중 한 사람과 영원히 이별한다는 것은 그런 무게를 가진 일이다. 뜨거운 아픔과 고통, 혼란에 몸부림치다가 이들은 비로소 말뿐인 가족이 아닌 '진짜' 가족으로 거듭난다.
영화는 '공감'으로 시작해 '공감'으로 끝난다. 한 집에 살고 있지만 타인보다 못할 정도로 소통이 단절된 가족의 모습, 각자의 자리에서 고집을 버리지 못하는 모습 등은 평범한 가족 관계 속에서 누구나 겪는 어려움들이다.
특히 세대 간에 벌어지고 있는 단절을 영화는 김봉용(성지루 분)·이화연(전미선 분) 부부와 그 쌍둥이 자녀들 우주(양홍석 분)와 달님(권소현 분) 간에 벌어지는 갈등을 중심으로 섬세하게 펼쳐낸다.
이렇게 각자의 고민으로 힘들고 고된 일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뜻밖의 변수가 발생한다. 언제나 '애물단지' 취급 당하는 가장 김봉용은 자신에게 닥친 이 삶의 '변수'를 도무지 받아들일 수가 없다. 신과 자신을 원망하고, 현실을 부인하지만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은 촉박하게 그를 죄어온다.
영화 '내게 남은 사랑을' 스틸컷.
결국 가족들이 사실을 알게 된 후에도 영화는 무언가 극적인 마무리를 위해 달려가지 않는다. 이제야 마음의 문을 연 상황에서 서로 날을 세웠던 가족들의 관계가 어떻게 회복되는지 따라간다. 함께 포장마차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 여행에 가서 자전거를 가르쳐 주는 것, 손잡고 따스한 거리를 걸어보는 것, 딸의 공연을 보러 가는 것. 누구나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시시콜콜한 일들이 시작되자 한참을 묵혔던 갈등들은 순식간에 녹아내린다.
연출적으로 화려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쉼없이 감정을 건드리는 배우들의 연기가 볼거리다. 이 시대 가장 김봉용 역을 맡은 성지루와 가족의 중재자 역인 어머니 이화연 역의 전미선은 편한 호흡으로 서로를 지탱한다. 주로 영화나 드라마에서 조연으로 활약했던 이들이 마음껏 펼쳐내는 연기는 '내게 남은 사랑을'이 선사하는 또 다른 의외성이다.
아이돌 그룹 출신인 권소현과 현재 그룹 펜타콘 멤버인 양홍석의 티격태격하는 남매 연기도 웃음을 자아내는 동시에 자연스럽다. 특히 권소현은 포미닛 해체 후, 첫 복귀인만큼 완성도 높은 연기에 더욱 힘을 보탰다. 그가 버스킹으로 선보이는 가수 변진섭의 노래들은 영화의 분위기를 더욱 따뜻하게 만든다. 막내딸 별님 역을 맡은 아역배우 이예원의 야무진 연기는 자칫 잘못하면 우울할 수 있는 영화에 활력을 더한다.
서로 닫혀 있던 한 가족의 소통 성장 영화, '내게 남은 사랑을'은 오늘(2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