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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시정연설 '신호탄'…예산안 '심사 전쟁'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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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숫자 아니라 지향 가치" 초당적 협조 주문…野 반대로 난항 예상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새해 예산안 제출에 따른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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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일 취임후 두번째 시정연설을 갖고 협조를 당부하면서 본격적인 '예산안 심사 전쟁'이 개막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예산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정부의 정책방향이자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라며 대승적 이해와 협조를 정치권에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사람중심 경제'에 방점을 찍었다. "한 사람의 국민이 대한민국에서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선 국방예산, 안전예산, 일자리예산, 아동수당, 창업예산 등이 씨줄 날줄로 엮여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사람중심 경제는 경제성장의 과실이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경제"라며 ▲일자리와 소득주도 성장 ▲혁신 성장 ▲공정 경제 등 3대 축을 거듭 제시했다. "우리가 가려는 방향에 세계도 공감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정부가 지난 8월말 편성한 내년 예산안은 총지출 429조원, 총수입 447조 1천억원 규모다. 문 대통령은 "올해보다 7.1% 증가한 수준으로 세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라며 "경제와 민생을 살리기 위해선 재정이 보다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총지출 429조원 가운데 보건·복지·노동 분야는 146조 2천억원으로 34.1%에 이른다. 복지 예산이 3분의1을 넘어서긴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보다 16조 7천억원 늘어 증가율도 12.9%로 사상 최대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자리 예산을 올해보다 2조 1천억원 증가한 19조 2천억원 배정했다"며 "우리 국민들 특히 청년들에게 가장 절실한 예산"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일자리 예산은 올해보다 12.4%, 특히 청년 일자리 예산은 3조 1천억원으로 올해보다 20.9%나 대폭 확대됐다.

문 대통령은 "공공부문이 고용창출을 선도하고, 국민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겠다"며 "민간 부문에서도 좋은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지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이는 공무원 1만 5천명 채용엔 4천억원의 인건비가 배정됐다.

국민들의 가처분 소득을 늘려주기 위해 의료비와 생계비 부담을 대폭 줄이되, 국가가 이를 분담하기 위한 예산도 여기에 포함됐다. 내년 7월부터 0~5세 아동에 월 10만원씩 지급하는 '아동수당' 사업에 1조 1천억원, 내년 4월부터 65세 이상 노인에 주는 기초연금을 5만원가량 인상하는 데 9조 8천억원이 책정됐다.

또 내년 10월부터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로 기초생활보장이 확대되면서, 주거급여는 올해 2.5%에서 평균 4.8%로, 교육급여는 올해 2.3%에서 36.1%로 각각 인상된다. 최저임금 인상 지원엔 3조원,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에 따른 국고지원분 4천억원 등 추가정책과제 재원 7조 5천억원도 예산안에 반영됐다.

 

문 대통령은 또 "4차 산업혁명과 벤처창업으로 새로운 성장기반과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혁신성장 예산을 중점 반영했다"고 강조했다. 핵심·융합기술 개발에 1조 5천억원을 투자하는 한편, 한국형 창업 활동공간도 75곳 설치하겠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아울러 자주국방능력을 갖춘 군대를 만들기 위해 국방비를 6.9% 증액하는 한편, 가습기 살균제 같은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살생물제 안전관리 예산을 183억원 투입하는 등 '안보'와 '안전'에도 만전을 기했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은 확대 편성에 따른 재정 우려에 대해서도 "불요불급한 예산에 대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11조5천억원의 지출을 줄였다"며 "5조 5천억원의 추가 세수가 확보되도록 세법개정안도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국가채무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39.6%로 올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특히 "이번 예산사업엔 지난 선거에서 야당이 함께 제안한 공통 공약사업도 많다"며 초당적 협조를 거듭 주문했다.

이어 "부자와 대기업이 세금을 좀 더 부담하고, 그만큼 더 존경받는 세상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세법개정안의 원활한 처리도 당부했다. 초고소득자의 소득세율과 과표 2천억원 이상 초대기업의 법인세율을 인상하는 내용으로 "서민·중산층,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지원을 보다 강화할 수 있을 것"이란 게 정부측 설명이다.

하지만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국민의당은 예산안은 물론 세법개정안에도 반대하고 있어, 심사 과정에서도 내내 진통이 예상된다.

내년 예산안은 이날 시정연설을 '신호탄'으로 오는 3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공청회, 6~7일 종합정책질의, 8~13일 부별심사 등으로 진행된 뒤 소위 조율을 거쳐 다음달 2일까지 본회의에서 의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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