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전 이사회 의장이 31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구글·페이스북 등 미국계 기업의 국내 독주를 막으려면 규제가 아닌 토종 업체의 육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 전 의장은 "검색어 조작, 광고비 증가 등 검색광고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의원의 질의에 "구글이 검색 점유율 1위인 국가에서는 구글과 관련해 그런 문제가 많이 나올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불법·부정 광고 등 검색 광고 문제에 관한 지적에 "구글도 겪는 문제인 만큼 네이버만 비판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항변했다. 네이버가 국내 검색 시장의 70%대를 점유한 것은 맞지만, 세계 최대 검색 엔진인 구글도 잘 못 푸는 문제에 집중 질타를 받는 건 억울하다는 것이다.
이어 "국내에서는 구글의 검색 점유율이 낮아 구글코리아가 상대적으로 깨끗해 보일 뿐"이라며 "반면 우리는 공격을 많이 받고 있다"며 호소하기도 했다.
네이버가 국내 광고 시장을 구글 등과 경쟁해 사수하고 있고, 이들과의 역차별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온라인 경매로 광고비가 결정되는 검색광고가 중소상공인의 비용 부담을 높여 구제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네이버가)부족한 점이 많지만, 구글·페이스북 등과 함께 대책을 찾는 게 맞다"고 답했다.
이같은 이 전 의장의 대답에 "구글 탓만 한다"며 "외국 기업을 방패 삼아 책임을 피하려 한다"는 질타도 쏟아졌다.
자유한국당 정태옥 의원은 "네이버처럼 큰 IT 기업이면 책임도 큰 게 당연하다"면서 "한국에서 검색 지배력 남용하는 문제를 무시한다"고 지적했다. 바른정당 지상욱 의원도 "검색광고 등에서 구글 사례만 얘기하는 것은 국내 이용자를 상업적 대상으로만 보는 시각 때문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꼬집었다.
이 전 의장은 이날 국감에서 별도 발언 기회를 얻자 "인터넷 시장은 국경 없는 경쟁이 치열해 싸이월드가 사라지면 페이스북이 그 몫을 가져간다"면서 페이스북과 구글이 국내에서 엄청난 이득을 얻지만, 세금도 안 내고 고용도 발생하지 않고 서버 트래픽 비용도 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유럽과 중국을 보면 이런 미국 IT 기업의 독주를 막고 자국 기업을 키우려는 노력이 활발하다. 우리도 이런 국내 인터넷 기업을 꼭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호소했다.
이 전 의장은 앞서 30일 국회 과기학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 증언 때도 네이버 등 거대 포털에 대한 규제 필요성이 언급되자 "구글이 글로벌 검색의 90% 이상을 점유한다는 사실부터 봐야 한다"면서 "국내만 보지말고 전 세계적으로 봐달라"며 강조하기도 했다.
이 전 의장은 "부족한 점이 많지만 10년 전부터 일본 시장 개척에 힘썼고 지금은 유럽 시장을 챙기고 있다. 내가 잘하는 것(기술·글로벌 투자)을 잘하고, 잘하는 것에 책임을 지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네이버가 신문 등 언론의 광고 수요를 대거 흡수해 이익을 챙긴다는 지적에 "네이버 검색광고는 구글이 빼앗아갈 몫을 우리가 지킨 것이지, 신문 광고 수요를 빼앗은 것이 아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날 정무위 국감에서도 이 전 의장은 네이버 검색광고의 불공정 운영 문제와 공정거래위원회 규제 회피 의혹 등 까다로운 질문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 질의는 전날보다는 상대적으로 분위기가 부드러웠고 소요 시간도 2시간 남짓으로 짧았다.
국감장에 함께 출석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네이버의 시장 지배적 사업자 지위에 대해 주가 깊게 살펴보고 있다"면서도 "네이버는 인터넷 플랫폼의 생태계를 만드는 기업인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합리적인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온건한 접근법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네이버가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위치에 상응하는 상생 협력 모델을 자발적으로 만들어 주기를 바라고 있다"고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