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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양국이 31일 '사드 갈등'에 종지부를 찍으면서 가뜩이나 좋지 않던 북중관계는 더욱 경색되고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조는 한층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는 압박감을 느낀 북한이 추가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있지만, '한·미·일 대 북·중·러'의 한반도 냉전구도가 완화되면서 역내 긴장도 줄어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우리 정부와 중국은 이날 오전 합의문을 발표하고 "양측은 한중 관계를 매우 중시하며, 양측 간 공동문서들의 정신에 따라,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발전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합의문은 "한국 측은 중국 측의 사드 문제 관련 입장과 우려를 인식하고, 한국에 배치된 사드 체계는 그 본래 배치 목적에 따라 제3국을 겨냥하지 않는 것으로서 중국의 전략적 안보이익을 해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명시했다.
또 "중국 측은 국가안보를 지키기 위해 한국에 배치된 사드 체계를 반대한다고 재천명하였다. 동시에 중국 측은 한국 측이 표명한 입장에 유의하였으며, 한국측이 관련 문제를 적절하게 처리하기를 희망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양측은 양국 군사당국간 채널을 통해 중국 측이 우려하는 사드 관련 문제에 대해 소통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양국의 사드 배치에 대한 기본적인 입장차는 여전하지만 '소통과 협력'을 언급함으로써 1년을 넘게 진행돼 온 사드 갈등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냉랭했던 한중관계에 훈풍이 불어 오면서 북중 관계는 더욱 경색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중국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동참하는 모양새를 보이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해왔던 터였다.
지난 5월 북한은 '김철'이란 개인 명의로 논평을 내고 "조중(북중)관계의 붉은 선(레드라인)을 우리가 넘어선 것이 아니라 중국이 난폭하게 짓밟으며 서슴없이 넘어서고 있다"면서 "한중 수교를 이유로 북중 혈맹관계를 걷어찼다"고 중국을 비난한 바 있다.
북한이 중국을 통한 대북 제재와 한중 관계에 대해 어떠한 시각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 제재가 강화되고 북중 관계가 그리 좋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이 사드갈등을 멈출 결심을 했다는 것은 북한과의 관계보다도 우리 정부와의 관계를 우선시하는 신호로도 읽힐 수 있지 않나"라고 분석했다.
중국이 한중관계 복원에 나서고 한중이 함께 북한을 압박하면 북한은 더욱 불안감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는 올해 안에 또다시 미사일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높아졌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중국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면서 자신들이 생각했던 도발, 핵개발 등을 서두르는데는 북한으로서는 명분을 얻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한반도 내 긴장감을 고조시키던 '한·미·일 대 북·중·러'의 냉전구도가 깨어지면서 긴장 수위가 점차 낮아질 전망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한미일 대 북중이란 신냉전 구도가 한중 관계 복원으로 약화되면, 자연스럽게 중국이 한반도 문제의 대화와 교류의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긴장완화, 대화국면으로의 전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놓쳤던 '운전대'를 다시 잡을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북한과의 대화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줄곧 밝혀온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의 기조에 중국과 러시아가 적절한 시점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