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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정규리그 여정 같았던 KIA의 우승 결정전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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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이범호가 만루홈런을 때린 뒤 득점을 올린 주자들과 함께 덕아웃을 향해 걸어가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 제공=KIA 타이거즈)

 

김기태 KIA 타이거즈 감독은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정규리그 마지막 날 우승을 차지한 뒤 "좋았던 것, 안 좋았던 것 다 잊고 지금 이 순간만 기억하겠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아무래도 "안 좋은 것"이라는 표현이 귀에 박혔다. 압도적인 1위 레이스를 펼치다가 불펜을 비롯한 여러 불안요소 때문에 정규리그 최종전까지 살얼음판 승부를 벌여야 했던 그 마음고생이 얼마나 컸을까. 그래서 우승은 더 짜릿했고 김기태 감독의 눈가는 붉어졌다.

30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은 마치 KIA가 정규리그에서 걸어온 길을 다시 보는 것 같았다.

마운드에는 올해 양현종과 함께 나란히 20승을 달성하며 이름을 날린 헥터 노에시가 서있었다. 정규리그 기간에 8경기 연속 두자릿수 득점을 달성하며 한미일 프로야구 최다기록을 세웠던 타선은 3회초에만 5점을 뽑으며 화끈하게 몰아쳤다.

특히 이범호의 만루홈런은 호랑이 군단의 파워를 증명하는 강력한 한방이었다. KIA는 정규리그 타격왕 김선빈과 이적생 성공 사례를 쓴 이명기의 연속 적시타로 스코어를 7-0으로 벌렸다.

하지만 반전이 펼쳐졌다. 헥터가 갑자기 흔들렸다. 두산은 7회말 주자를 쌓기 시작했고 점수를 만들어나갔다. KIA 불펜은 4차전까지 잘 던졌지만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점수차는 컸지만 알 수 없는 긴장감이 그라운드를 둘러쌌다. 마치 정규리그 때처럼.

우려는 현실이 됐다. KIA는 3점차로 쫓긴 상황에서 마무리 투수 김세현을 조기 투입했지만 선행 주자 2명 모두 홈을 밟았다. 스코어는 7-6이 됐다.

김기태 감독으로서는 정규리그 당시의 "안 좋은 것"이 떠오를만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김윤동이 결정적인 활약을 펼쳤다. 김윤동은 8회말 무사 1루에서 등판해 실점없이 이닝을 마쳤다. 시즌 내내 불안하다 9월 막판 분전을 거듭해 정규리그 우승 경쟁에 큰 힘을 실어줬던 불펜의 한 시즌 여정을 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우승 여부가 걸린 한국시리즈 승부. 정규리그와는 큰 차이가 있었다. 2차전에서 1-0 완봉승을 거둔 양현종은 김윤동의 호투를 지켜보며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었다.

결국 양현종은 1점차로 앞선 9회말에 등장했다. 두산의 중심타선을 상대로 역투를 펼쳐 7-6 승리를 지켰다. 지난 2차전에 이어 또 한번 1점차 승리를 지킨 것이다. 그 과정은 또 한편의 드라마였다. 3루수 김주형의 실책에서 비롯된 1사 만루. 하지만 양현종은 그 위기를 막아냈다.

KIA는 시즌 내내 숱한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고비 때마다 호랑이 기운이 샘솟아 위기를 넘겼다. 5차전이 그랬다. 두산의 막판 끈질긴 추격을 뿌리치고 결국 승리의 감격을 지킨 것마저도 정규리그의 여정 마지막 순간과 닮았다. 정규리그 때 그랬던 것처럼 KIA는 마지막 순간 최후의 힘을 짜내 타이거즈 야구의 저력을 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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