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제1야당의 '블랙 코미디'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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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의원들이 30일 오전 국회에서 검은색 계열의 옷을 입고 의원총회를 갖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자유한국당이 30일 국정감사 보이콧을 철회했다.

정우택 원내대표가 국감 보이콧을 "정의로운 투쟁"이라고 큰소리 친 지 나흘 만이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우리가) 국감 중단을 결정했던 것이지 국감 포기를 결정한 바는 없다"고 말했다.

보이콧(Boycott)은 '중단'이나 '거부'를 뜻하는데, 정작 보이콧을 결정했던 정 원내대표가 이제 와서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지난달에도 뜬금없이 국회 보이콧과 장외 투쟁을 선언했다 1주일 만에 거둬들였던 자유한국당이다.

두 번 모두 공영방송 MBC와 관련된 사안을 보이콧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냉담한 여론에 결국 빈손으로 국회에 복귀한 '셀프 회군'이다.

자유한국당의 조건 없는 국회 복귀 결정은 31일로 일반 상임위원회의 국정감사가 끝나면서 국감 보이콧의 실효성이 떨어지는데다 예산안 심의를 거부하는 데 따른 정치적 부담이 작용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명분도 실리도 없는 황당한 보이콧이었음을 자인한 셈이다. 그런데도 국회를 파행시킨 데 따른 한 마디의 사과나 유감 표명도 없다.

국회의원 107명이 소속된 제1야당의 리더십 부재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30일 국회 본관 앞에서 검정 계열의 복장을 하고 공영방송장악 및 북핵압박 UN결의안 기권 규탄 결의대회를 갖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공영방송이 사망했다'는 항의 표시로 검은 양복에 검은 넥타이를 맸다지만 웃기고도 슬픈 '블랙 코미디' 정치의 한 단면이다.

'공정방송 실현'을 외치다 해직된 기자들을 비롯해 MBC의 현직 언론인들이 지난 9년간 겪어야만 했던 고통과 시련은 이제는 반드시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여하튼 자유한국당이 대여 투쟁전략을 수정하면서 국회는 정상화 됐지만 '안에서 새는 바가지'는 어떻게 해야 할지 겹겹이 내우외환(內憂外患)에 처한 제1야당이다.

자유한국당 서청원(왼쪽) 의원과 홍준표 대표. (사진=자료사진)

 

홍준표 대표와 현역 최다선인 8선의 서청원 의원이 벌이는 '진흙탕 막장 싸움'을 두고 하는 말이다.

친박계 청산을 둘러싼 당내 세력 다툼을 넘어 이제는 두 사람의 정치적 사활을 건 '진실 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만일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해 항소심에서 증언 번복을 요청했다는 녹취록이 실제 존재한다면 홍 대표의 대법원 판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일단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제명을 논의하는 다음달 3일 최고위원회의까지 전·현직 대표의 칼끝 대치는 최고조에 이를 전망이다.

박 전 대통령 출당과 연계된 바른정당과의 통합 논의도 안개속이 됐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수대통합으로 당의 외연을 넓히겠다는 홍준표 대표의 구상.

대여 투쟁의 선봉을 자임하며 강공 일변도를 고수하는 정우택 원내대표의 전략.

하지만 제1야당 투톱의 일방 통행식 '마이웨이' 정치 때문에 정작 자유한국당이 출구를 찾지 못한 채 헤매고 있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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