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사진=청와대 제공)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 검증과 관련, 중학생 자녀의 재산 불법 증여 의혹이 일면서 자질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홍 후보자는 그동안 부의 세습을 비판하며 이른바 '재벌 저격수'로 불려왔지만, 정작 자신은 장모로부터 건물 등을 상속받아 약 30억원의 재산을 늘렸고 자신의 아내와 딸 사이에는 쉽게 납득할 수 없는 2억여원의 차용 거래까지 오가 증여세 탈루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모녀간 금전 거래의 경우 국민 정서와 크게 동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홍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9일 국회 산업위 소속 한국당 최연혜 의원은 홍 후보자의 부인이 딸에게 2억 2000만 원을 빌려주면서 딸이 어머니에게 지급해야 하는 이자가 한 해 1000여만 원에 달한다며 "상식적인 모녀관계라면 납득이 가지 않는 거래"라고 지적했다.
최 의원 측은 홍 후보자의 딸이 어떤 돈으로 이자를 지불했는지 등이 밝혀지지 않았다며 "증여세 탈루를 위해 채무관계를 맺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고 주장했다.
홍 후보자의 부인과 딸이 맺은 계약을 보면, 이들은 2016년 2월 29일∼4월 30일 연이율 8.5%로 1억1천만원의 금전소비대차계약을 맺고, 딸은 155만원의 이자를 연말에 지정 계좌로 송금하기로 했다.
모녀는 같은해 4월 29일 계약을 연장하기로 하고, 연이율은 8.5%에서 4.6%로 낮췄다. 이어 딸은 2016년 5월부터 그해 연말까지 연이율 4.6%로 1억 1천만원을 빌려, 결국 이 기간 동안 이자가 충실히 지급됐다면 딸이 어머니에게 지불한 이자는 830만원이다.
계약은 2017년 1월부터 연말까지 또 연장돼, 올해 말까지 딸은 어머니에게 1012만 원의 이자를 지불하기로 했다. 두 사람의 계약으로 발생한 이자와 지불할 이자를 모두 합치면 총 1천842만원이다.
딸에게 그냥 2억 2000만 원을 주면 3000만 원을 세금으로 납부해야 하는데, 이를 피하려고 모녀지간 차용 거래를 맺은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를 두고 야권에서는 즉각적으로 맹비판에 나섰다. 제 1야당인 자유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자신의 부는 온갖 기술로 대물림하면서 다른 사람 부의 대물림에는 악의에 찬 비난을 할 수 있었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바른정당 주호영 당대표 권항대행 겸 원내대표는 30일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에 전문성이 없는 코드인사이며, 부의 세습이나 대물림을 강하게 비판하던 분이 스스로 자녀에 대한 부 대물림 (논란의) 한가운데 섰다"며 "청문회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다"고 못 박았다.
국민의당 장진영 최고위원 역시 "상속 부자와 모험정신의 벤처 기업가는 너무나 동떨어진 게 아니냐"고 말했다. 또 홍 후보자가 가천대 교수 시절 쓴 저서 '삼수·사수를 해서라도 서울대에 가라'를 두고 "서울대 출신이 아닌 99% 국민 마음에 못을 박은 게 사실"이라며 "벤처 중소기업인들에게 왜 고생스럽게 벤처를 하냐, 몇 번 시도해서 건물 사라고 하진 않을지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부실 검증 주장을 일축하고 나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홍 후보자 딸의 거액 증여 의혹에 대해 "검증 과정에서 다 본 것"이라며 문제될 게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또 "탈세가 아니라 절세 여부에 대한 것이라는 점을 홍 후보자가 정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일단은 홍 후보자를 엄호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YTN 라디오에 출연해 "홍 후보자는 중소벤처기업부가 해야 할 불공정한 갑을(甲乙) 관계 개선, 혁신성장 정책에 있어 일을 잘할 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