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MBC 파업콘서트 '다시 만나도 좋은 친구'에서 DJ.DOC 이하늘이 열창하고 있는 모습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가요계의 악동'이라 불리는 DJ.DOC 멤버이자 MB 정부 당시 '블랙리스트'(국정원이 퇴출운동을 벌였던 문화예술계 인사)에 올랐던 이하늘이 구설수에 올랐다.
그는 지난 25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MBC 파업콘서트 '다시 만나도 좋은 친구'의 게스트로 출연했다. 평소 사회비판적인 가사의 곡과 무대 위에서도 거침없는 발언으로 사랑을 받았던 DJ.DOC는 '런 투 유'로 무대를 시작해 분위기를 띄웠다.
문제의 발언은 '수취인분명'과 '삐걱삐걱'을 부르고 난 다음 나왔다. 앞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을 '쥐새끼'나 '닭'으로 부른 이하늘은 이명박 전 대통령,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 이름 뒤에 'Motherfu****'라는 비속어를 붙여 그들을 비난했다. 이어, 조윤선 전 문화체육부 장관에게는 '국X'이라고 말했다.
이하늘은 "얼마 전에 또 웃긴 일이 있었죠. 뭐 위증 선서를 안 했다고… 정말 창피한 일 아니에요? 한 나라의 장관이었던 사람이 자기가 했던 거 책임질 줄도 모르고 잔머리만 X나 굴리면서. 정말 살면서 제가 아직 결혼은 안 했지만 그런 썅X 만날까봐 결혼을 못하겠다"고 말했다.
이하늘은 자신이 기존에도 수위 높은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첫 곡을 마치고 "항상 주위에서 저한테 입 조심하라고 하기 때문에"라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또, 이하늘은 '국X', '썅X'이라는 표현을 하고 나서 "흥분해서 약간 과격해졌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정치사회 문제에 대해 본인의 소신을 갖고 비판하는 것은 물론 모두에게 주어진 자유다. 하지만 잘못된 점을 지적한다는 명분으로 특정 성별을 강조하며 비하하는 것은 부적절한 소지가 있다.
DJ.DOC가 국정농단 사태 때 발표한 곡 '수취인분명'으로 여성혐오 논란에 휩싸인 게 불과 지난해의 일이다.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인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판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곡은 '잘가요 미스박 세뇨리땅', '빽차 뽑았다 널 데리러 가', '하도 찔러대서 얼굴이 빵빵' 등 공적 잘못이 아닌 '여성성'을 공격하는 가사로 논란이 됐다.
그래서 이하늘의 이번 '여혐 발언'은 여러 모로 아쉽다. "한 나라의 장관이었던 사람이 자기가 했던 거 책임질 줄도 모르고…"라며 충분히 문제의 본질을 지적할 줄 알면서도, 굳이 비하와 혐오의 성질을 지닌 단어를 썼기 때문이다.
더불어 MB 블랙리스트의 피해자로서, MBC와 KBS 두 공영방송의 파업을 지지하는 시민으로서, 노래와 랩으로 시민들의 흥을 돋워주는 가수로서 무대에 선 취지를, 본인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스스로 퇴색시킨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이하늘은 이와 관련해 공식입장을 내지는 않았으나, 해당 발언을 비판한 SNS 작성자에게 "나한테 양아치라고 해도 좋은데 나라 말아먹는 X들 두둔하지 말아요. 세월호 가족에게 이상한 보수단체 지원하면서 해코지 하던 여자입니다. 그런 여자한테 썅X보다 더한 말도 모자랍니다"라는 댓글을 달아 자신의 의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