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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종 '8회 세리머니'는 팬들을 위한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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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들, 힘내세요' KIA 양현종이 26일 두산과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8회 수비를 마친 뒤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면서 두 손을 번쩍 들며 분위기를 살리고 있다.(광주=KIA)

 

에이스가 손을 번쩍 쳐들자 경기장이 한순간에 뜨겁게 달아올랐다. 노란 봉을 일제히 치켜든 1만9600명 만원 관중의 함성은 잠자던 호랑이 타선을 일깨웠다. 그 다음 공격에서 결승점이 났고, 에이스는 그 점수를 지켰다.

KIA 좌완 에이스 양현종이 위기의 '호랑이 군단'을 구했다. 양현종은 26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두산과 한국시리즈(KS) 2차전에서 9이닝 동안 삼진을 무려 11개나 잡아내는 역투를 펼쳤다. 안타 4개와 볼넷 2개를 내줬지만 단 1점도 내주지 않았다.

1-0, KIA의 승리. 전날 당한 패배를 설욕하며 시리즈 전적을 1승1패로 맞췄다. 양현종은 122개의 공을 던지며 두산 타선을 잠재웠다.

역대 KS 최초의 1-0 완봉승이다. 단 1점을 지키기가 그만큼 어려웠던 셈. 그걸 양현종이 해낸 것이다.

경기 후 양현종은 "이기려는 생각밖에 없었다"면서 "내 인생에 이렇게 젖 먹던 힘까지 짜내서 던진 적이 없었다"고 투혼을 드러냈다. 이어 "어제 졌는데 오늘 이겨서 1승1패를 이루고 잠실로 가서 기쁘다"고 에이스의 미소를 지었다.

혼자만의 승리가 아니었다. 양현종은 "타자들이 고전했지만 수비에서 도와줬고 포수 한승택의 리드도 좋았다"면서 동료들의 공을 생각했다.

그런 동료들을 일깨운 것도 사실 양현종이었다. 8회말 수비를 마친 뒤 양현종은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면서 두 손을 번쩍 쳐들며 분위기를 띄우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에이스의 선동에 경기장은 그야말로 떠나갈 듯한 함성으로 가득찼다.

양현종이 26일 두산과 한국시리즈에서 1-0 완봉승을 완성한 뒤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광주=KIA)

 

이 세리머니는 결과적으로 두산 선발 장원준에 고전하던 타선에 힘을 불어넣었다. 이날 병살타만 2개를 때렸던 김주찬이 선두 타자로 나와 바뀐 투수 함덕주에게 빗맞은 행운의 우선상 2루타를 날렸다.

이어 희생번트와 볼넷으로 1사 1, 3루 상황. 나지완이 3루 땅볼을 때리면서 3루 주자 김주찬이 협살에 걸렸지만 1루 주자 최형우가 3루까지 내달리면서 두산 내야진에 균열이 생겼다.

포수 양의지가 3루로 송구해 먼저 최형우를 잡았지만 그 사이 김주찬이 홈을 밟아 이날의 결승점을 뽑았다. 비록 정타는 나오지 않았지만 승리를 향한 KIA 타자들이 펼친 집념의 질주가 만들어낸 점수였다.

그 점수를 양현종이 지켰다. 9회도 마운드에 오른 양현종은 김재환에게 안타를 맞긴 했지만 마지막 타자 양의지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귀중한 승리를 지켰다.

양현종은 "사실 8회 세리머니는 두산 선수단과 팬들에게는 미안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건 팬들을 위한 게 아니었다"고도 잘라 말했다. 양현종은 "이기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우리 선수들에게 힘을 넣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이스가 불어넣은 기는 통했다. 양현종은 "사실 7회까지만 던지려고 했다"면서 "그러나 이대진 투구코치님이 공이 좋으니 한번 해보라고 했다"고 완봉승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사실 8, 9회는 어떻게 던졌는지 모르겠다"고 스스로 혀를 내둘렀다. 자신과 팀을 살린 투혼의 완봉승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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