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8일 촛불집회 개최 1주년 집회를 앞두고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촛불 1주년 선포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박근혜 정권 퇴진 요구 촛불집회' 1주년을 맞아 열리는 '촛불 1주년 대회'에서 주최 측이 청와대 앞 행진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이 "왜 행진을 청와대로 하느냐"며 반발하고 나섰다. 일부에서는 "행사에 참여하지 않겠다"며 집회 보이콧을 선언하기도 했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28일 저녁 6시부터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정권 퇴진' 요구 집회 1주년을 기념하는 '촛불 1주년 대회'를 개최한다고 23일 밝혔다.
하지만 '청와대와 시내 방향으로 행진하고 1주년 대회를 마무리한다'는 주최 측의 행사 계획이 알려지자 문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참석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청와대 행진을 강행한다면 참여할 이유가 없다"며 행사를 보이콧하겠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지자들은 "혹시 참여하더라도 청와대 행진은 없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촛불 1주년 대회의 사전대회 안내 포스터. 한대련과 민대협이 주최하는 '촛불항쟁 계승을 위한 대학생대회'의 행사 안내 중 "문재인은 촛불의 경고를 들어라"는 문구가 문제가 됐다.
지지자들은 1주년 기념 집회를 앞두고 진행되는 '촛불 1주년 대회 사전대회' 행사 내용에도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앞서 주최 측이 공개한 사전대회 안내 포스터에는 한대련과 민대협이 주최하는 '촛불항쟁 계승을 위한 대학생대회' 행사 안내 중 "문재인은 촛불의 경고를 들어라"는 문구가 들어가 있다.
이에 행사에 참여하고 홍보해 온 시민단체 '참여연대' 페이스북에는 해명을 요구하는 댓글이 빗발쳤다.
누리꾼들은 "왜 청와대로 행진을 합니까?", "촛불의 경고를 왜 문재인 대통령이 들어야 하나", "여의도 국회 앞으로 가도 모자랄 판에 웬 청와대 행진?"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참여연대 측은 페이스북 댓글을 통해 "이번 청와대 행진은 항의 목적이 아니"라며 "오랫동안 청와대 앞까지 행진이 막혔는데, 지난 촛불집회를 통해 100m 앞까지 행진하게 된 승리의 경험을 재현하는 의미다. 기획하는 쪽 의미가 오해될 수 있다는 점은 전달했다"며 즉각 해명에 나섰지만 비판 여론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누리꾼들은 "'문재인은 촛불의 경고를 들어라'는 표어 걸어놓고 승리의 경험 재현을 위해 행진하는 거라고? 당신들 정치질에 이용당할 생각 전혀 없다", "오해의 여지가 있는 걸 알면 안 하면 된다. 그런데도 굳이 강행하겠다는 건 오해가 아닌 본심으로 받아들여도 된다는 거 아닌가",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촛불이다. 부디 불통의 모습 보여주지 않길 바란다"며 주최 측을 질타했다.
온라인상에는 "퇴진행동의 촛불집회 대신 자발적 '촛불파티'를 열자"며 누리꾼들이 자체 제작한 포스터가 빠르게 공유되고 있다.
이런 비판여론을 타고 온라인상에는 "퇴진행동의 촛불집회 대신 자발적 '촛불파티'를 열자"며 누리꾼들이 자체 제작한 포스터가 빠르게 공유되고 있다. '촛불 시민들의 자발적 축하 집회'라는 문구를 내건 이 포스터에는 '28일 저녁 여의도 한강공원으로 모이자'는 내용이 담겨있다.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청와대 행진에 우려의 의견을 나타냈다. 정 전 의원은 24일 자신의 트위터에 "조급한 마음에 청와대 앞에 가서 '촉구하는 마음'을 이해못할 바는 아니나 일에는 순서가 있고 완급이 있는 법"이라며 "개인적인 생각은 청와대 행진보다는 이명박 구속촉구 집회가 더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24일 팟캐스트 '김용민 브리핑'에서 청와대 행진과 관련해 "약간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항의 차원이 아니라, 모든 권력이 국민 아래에 있고 적폐청산을 당부하는 차원에서의 행진"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내부에서도 목적에 걸맞은 행진 코스를 짜야 하지 않느냐는 이야기가 있어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