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인스타그램에서 인기리에 연재 중인 웹툰 '며느라기' (사진='며느라기' 페이스북 캡처)
"사춘기, 갱년기처럼 며느리가 되면 겪게 되는 '며느라기'라는 시기가 있대. 시댁 식구한테 예쁨받고 싶고 칭찬받고 싶은 그런 시기. 보통 1, 2년이면 끝나는데 사람에 따라 10년 넘게 걸리기도, 안 끝나기도 한다더라고."주인공 민사린이 대학동기 무구영과 결혼해 맞벌이 가정을 꾸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려, 특히 2030 여성 독자들에게 폭발적인 사랑과 공감을 받고 있는 웹툰 '며느라기'가 '2017 오늘의 우리만화'에 선정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만화가협회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주관하는 '2017 오늘의 우리만화' 결과가 24일 발표됐다.
만화가·학계 교수·비평가·출판 편집인 등 선정위원과 심사위원들이 작품성·완성도·동시대성을 고려해 3차에 걸쳐 심사한 결과, 단지의 '단지', 수신지의 '며느라기', 돌배의 '샌프란시스코 화랑관', 미역의효능의 '아 지갑놓고 나왔다', team befar '캐셔로' 5편이 수상작으로 꼽혔다.
한국만화가협회는 수상작들을 "'오늘의 우리만화'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지금 이곳을 사는 이들의 현실적 고민을 디테일하게 담아내거나, 지금의 독자들이 만화에 새롭게 요구하는 가치들을 반영해낸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며느라기'는 "신혼인 여성이 평범해 보이는 일상 안에 깔린 가부장제의 폭력성을 인식해가는 과정을 거악에 대한 묘사 없이도 서늘하게 그려냈"고, '아 지갑놓고 나왔다'는 "판타지적인 구성 안에서 미혼모 문제를 비롯해 여성이 겪는 폭력의 문제를 녹여냈"다는 설명이다.
'단지'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겪는 구체적 폭력의 양상을 만화의 문법 안에 세련되게 담아낸 수작", '캐셔로'는 "겉으로는 슈퍼히어로 장르물의 외연을 따르"지만 "88만원 세대의 애환을 담은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인 교포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외국인을 통해 태권도를 배우는 이야기인 '샌프란시스코 화랑관'을 두고는 "얼핏 한국과 상관없어 보이지만, 서로 다른 문화적 인종적 배경을 가진 인물들이 선의와 배려로 소통해가는 이야기를 통해 소위 '헬조선' 시대를 사는 독자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며 '힐링 만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말했다.
한국만화가협회는 "특히 모바일 기기와 웹툰 플랫폼의 발달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대중이 만화를 보며 좀 더 높은 윤리적 기준을 요구하게 된 지난 2, 3년의 흐름을 반영하듯 각각의 선정작은 높은 젠더감수성과 대사의 품격,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고민 등을 담아내 동시대 다른 작가들에게도 좋은 모범을 보여주며 '오늘의 우리만화'라는 상의 권위를 높여주었다"고 전했다.
또한 "레진코믹스와 페이스북, 네이버에서 한 편씩, 다음에서 두 편이 나오면서 특정 플랫폼으로의 쏠림 없이, 각각의 플랫폼마다 높은 수준의 작품들이 나오고 있다는 좋은 방증이 되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히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연재된 '며느라기'의 경우, 특정 플랫폼에 소속되지 않고도 작품 자체의 힘만으로 불특정 다수의 고정 독자층을 만들어내고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는 점에서 소셜 네트워크 시대의 만화와 소통이라는 현재적 화두까지 던져준 것으로 평가받았다"고 말했다.
'2017 오늘의 우리만화'는 지난해 9월 1일부터 올해 8월 31일 사이에 발표돼 20회 이상 연재되거나 출판된 모든 작품을 대상으로 심사가 이루어졌다. 시상식은 내달 3일 한국만화영화진흥원에서 개최되는 제17회 만화의 날 기념식에서 진행된다. 5편의 선장작에는 문체부장관상과 상금 500만원이 수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