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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 어느덧 '전설'다운 마무리를 설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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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들에게 모범이 되자' 박태환이 23일 전국체전 수영 남자 일반부 자유형 200m에서 우승한 뒤 인터뷰를 마치고 환하게 웃고 있다.(청주=노컷뉴스)

 

이제는 서서히 선수 생활의 마무리를 생각해야 할 때다. 아직 국내 정상의 실력이고 따아올 자가 없지만 본인은 어느새 멋진 퇴장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 수영의 대들보 '마린 보이' 박태환(28·인천시청)이다. 중학생 때 국가대표에 발탁된 박태환이지만 어느덧 한국 수영에서 고참급이 됐다.

박태환은 23일 충청북도 청주실내수영장에서 열린 '제98회 충북 전국체육대회' 남자 일반부 자유형 200m에서 1분46초23로 정상에 올랐다. 대회 2연패이자 올해 대회 2관왕이다.

전날 박태환은 계영 800m에 출전해 후배들과 한국 신기록(7분19초37)을 세우고 우승했다. 24일 역시 2연패를 노리는 400m까지 대회 3관왕에 도전한다. 400m는 박태환의 주종목이다.

한 달 정도만 훈련을 했는데도 최강이었다. 비록 지난해 자신이 찍은 전국체전 200m 1분45초01,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결승 기준 2위의 기록에는 못 미쳤다. 그러나 짧은 준비 기간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기록이다.

그러나 여파가 없을 순 없었다. 부족한 훈련량에 힘을 쓰니 그대로 신호가 왔다. 이날 경기 후 인터뷰에서 박태환은 목을 왼쪽으로 돌리는 데 통증을 호소했다. 어느덧 전국체전 최고참. 영웅의 화려한 은퇴를 생각해야 할 나이다.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역영을 펼치는 박태환.(자료사진=노컷뉴스DB)

 

박태환은 "훈련량이 부족해 걱정했는데 준비에 비해 잘 나온 기록"이라며 뿌듯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내일은 오늘보다 200m 더 가는 400m를 해야 하는데 금메달을 딸지 모르겠다"며 짐짓 엄살을 피웠다. 이어 "전력을 쏟았더니 목이 왼쪽으로 안 돌아가는데 훈련이 부족한 탓"이라고도 했다.

이제는 후배들이 대견스러운 최고참 선배다. 박태환은 "이제는 독주하는 경기나 독보적으로 잘하는 시대는 지났다"면서 "내 고교, 대학 때와 달리 다른 선수들도 세계 무대에서 성공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고등부에서 경기한 이호준(영훈고)이 1분48초88, 전체 2위를 기록한 데 대해서도 "나보다 잘 하는 선수"라면서 "많이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고 격려했다.

하지만 승부사의 끓는 피는 아직 살아 있다. 박태환은 "10살 정도 어린 선수들과 같이 경기하는 게 어색하지만 피 튀기는 레이스를 계속하고 싶다'면서 "선수 생활의 마지막 날까지 좋은 경기를 하고 싶다"고 의지를 다졌다.

그렇다면 박태환이 생각하는 마지막 날은 무엇일까. 아마도 내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일 터. 박태환은 "내가 목표하는 경기가 1년 정도 남았다"면서 "아시안게임에서 어떤 성적을 거두느냐보다 내가 기대한 만큼의 성적이 나와 좋게 마무리짓고 싶은 생각이 크다"고 강조했다.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게 어쩌면 마지막 목표일 수 있다. 박태환은 "내년(전국체전)에는 (진짜 10살 어린 후배들과 경기하는 날이) 충분히 올 수 있다"면서 "하지만 그런 것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으려고 하고 최대한 훈련을 열심히 하면서 모범이 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의 진심은 "(박태환이) 아직 좋은 레이스를 하는구나 생각이 들게 하고 싶다"는 것. 이날 수영장에는 박태환을 보기 위해 좌석이 꽉 찼고, 경기 후 박태환과 사진을 찍고 싶어하는 선수들과 관계자들도 줄을 이었다.

박태환은 아픈 목을 부여잡으면서도 "좀 힘들지만 더 열심히 해서 (전국체전을) 잘 마무리하겠다"고 입을 앙다물었다. 한국 수영의 전설로 남을 준비를 마친 박태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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