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랭킹 뉴스

"대학가기 너무 막막" 사각지대에 놓인 제3국 출생 탈북청소년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분단의 숨겨진 비극②] 북한이탈주민도 재외국민도 아니라 '대학 입시 소외'

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 당시 중국 등지를 떠돌며 북송의 두려움과 인신매매 등 범죄 위협에 시달리던 탈북 여성들은 자의반타의반으로 제3국인을 만나 아이를 낳고 길렀다. 이 아이들이 바로 '제3국 출생 탈북청소년'이다. 우여곡절 끝에 남한으로 들어오지만 이들이 마주하는 것은 냉혹한 현실일 뿐. 불우한 가정사로 인한 고통은 물론 각종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CBS노컷뉴스는 분단의 역사가 만들어낸 숨겨진 비극인 '탈북청소년'들의 실태를 집중 조명하는 연속기획을 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분단 역사가 만든 또 다른 비극 '제3국 출생 탈북청소년'
② "대학 가기 너무 막막" 사각지대에 놓인 제3국 출생 탈북청소년
③ 배움의 시기 놓쳐 몸만 어른이 된 탈북청년들


탈북 청소년들의 고민을 담은 단편영화 '잘 되길 바라(Comrade)'

 

청소년기가 돼서야 한국에 들어온 제3국 출생 탈북청소년들의 가장 큰 고민은 대학 입시다.

이들은 언어적 장벽으로 일반 학생들에 비해 학업성취도가 낮을 수밖에 없지만 어정쩡한 법적 신분 때문에 특례대상에서 제외돼 좁은 대입의 문을 통과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 서툰 우리말과 버거운 학업 ‘이중고’에 시달리는 아이들

2015년 한국에 들어온 제3국 출생 탈북청소년 정모(18)군은 내년도 대학 입시를 준비하고 있다. ‘삼국지연의’와 같은 역사소설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지만, 한국어가 서툰 그에게 수능은 너무 높은 장벽이다.

그는 "정말 힘든 건 대학가는 데 받을 수 있는 도움이 없다는 것이다. 탈북 학생들과 달리 특별전형도 없어서 한국 학생들과 똑같이 한국어로 대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탈주민인 어머니의 적극적인 도움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다른 친구들은 학원도, 입시도 어머니 도움을 받는다는데, 나는 혼자 준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입국한 지 2년이 넘은 정모(17)양도 중국 항저우에 살면서 한국어를 사용해 본 적이 없었다.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지만 시간 안에 수능 문제를 풀기는 어렵다. 그 역시 "대학 들어가는 것이 정말 어렵다. 수능에 수시에 전형도 너무 복잡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 북한이탈주민 특별전형에 응시할 수 없는 제3국 출생 탈북청소년

탈북 학생들은 대학에 갈 때 특례입학 전형을 활용할 수 있지만, 제3국 출생 탈북 청소년은 전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의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은 법의 '북한 지역에 주소, 직계가족, 배우자, 직장 등을 두고 있는 사람'이라는 규정에 해당하지 않는다.

재외국민 전형을 통한 진학도 불가능하다. 입국한 뒤에야 우리나라 국적을 취득하는 이들은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채 해외 교육기관을 다녀야 하는 재외국민 전형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물론 약간의 배려는 존재한다. 대학교육협의회는 지난해 2019학년도 대학입학전형기본사항을 발표하고, 제3국 출생 탈북 청소년들을 '정원 내 특별전형'의 대상으로 포함했다. 각 대학은 이에 근거해 이들을 포함한 입학 전형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정원 외 특별전형'은 대학이 정원에 구애받지 않고 추가로 뽑기 때문에 경쟁이 덜 하지만, 정원 내 특별전형은 한정된 숫자를 가지고 경쟁하기 때문에 제3국 출생 탈북 청소년들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처럼 대입의 문이 좁기 때문에 상당수 학생들이 처음부터 학업에 대한 의지 자체를 잃어버리게 된다는 점이다.

여명학교 조명숙 교감은 "정원 내 특별전형을 하면 남한에서 태어난 사회적 배려 대상자 학생들과 16세에 처음 한국어를 배운 아이들이 경쟁을 해야 한다"며 "학생들이 문이 너무 좁다고 생각해 공부를 할 의지를 잃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장대현학교의 이은미 연구부장도 "당장 올해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어 백방으로 줄 수 있는 도움을 알아보고 있지만, 한국 학생들과 동일하게 경쟁하다보면 결국 선택권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탈북 학생이나 재외국민처럼 제3국 출생 탈북 청소년들도 문화와 언어가 익숙지 못해 배려가 필요한 상황임에도 실질적인 도움을 받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전남대 강구섭 교수는 "일반적인 탈북 학생이 아니라해서 정부가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며 "점차 지원이 확대 되고 있는 방향성은 맞지만 지원 정책이 이들의 필요를 채워주는 방식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0

0

오늘의 기자

실시간 랭킹 뉴스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