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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MBC 파업 50일 "승리 확신… 다신 국민 배신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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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KBS-MBC 연합 집회 '우리가 이긴다'

파업 50일을 맞은 언론노조 KBS·MBC본부 노조원들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우리가 이긴다' 공동파업 승리결의대회를 갖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 이하 새노조)와 MBC본부(본부장 김연국, 이하 MBC본부)가 경영진 퇴진과 방송 정상화를 목적으로 한 총파업을 시작한지 50일이 되었다.

누군가에게는 '벌써'이고, 또 다른 이에게는 '아직도'일 수 있는 시간, 양대 공영방송사의 파업 승리를 기원하는 연합 집회 '우리가 이긴다'가 23일 오후 2시 30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렸다. 1천여 명의 노조원들이 계단 뒤쪽까지 빽빽하게 자리를 채웠다.

50일이 지나는 동안 적지 않은 일이 있었다. 수많은 뉴스·시사·예능 프로그램에서 파행이 있었고, 대부분 외주제작이어서 파업 영향을 덜 받는 드라마조차 방송이 연기되거나 결방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박근혜 정권 당시 정부여당이 추천했던 구 여권 이사(현 야권 이사)들이 3명(KBS 1명, MBC 2명) 사퇴해 이사회 기존 구조에 금이 갔다. (관련기사 CBS노컷뉴스 17. 10. 23. KBS-MBC 파업 50일째…무슨일이 벌어지고 있나요?)

김장겸 MBC 사장은 언론사의 현직 최고 경영자로는 드물게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노동청의 조사를 받았고 검찰에 송치됐다. 국정원 개혁위원회는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 간 방송사를 대상으로 벌인 공작을 일부이긴 하지만 스스로 밝혔고, MBC 구성원들은 참고인 조사도 받았다.

2011년 뜨거운 감자였으나 흐지부지된 '민주당 도청의혹 사건'과 관련해 새로운 증언이 나와, 고대영 KBS 사장 또한 고발당한 상태다. 파업 중인 새노조와 MBC본부의 자체 취재로 경영진과 이사회의 비위 사실이 드러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MBC본부 노조원들이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사진=황진환 기자)

 

이런 분위기 덕일까. 집회 참가자 발언 중 '7부 능선'부터 '10부 능선'까지 고지가 코앞에 다가왔음을 나타내는 표현이 자주 등장했다. 하지만 '적폐'로 지목되는 내부자들이 나가는 것만으로는 이번 파업이 완성될 수 없다는 신중론에 더 힘이 실렸다. 승리는 확신하지만, 이번 승리가 끝이 아니라는 의미다.

MBC본부 김연국 본부장은 "저희는 짧게는 2012년, 아니 2009년부터 벌써 10년째 파업 중이라고 생각한다. 승리를 목전에 둔 건 맞지만 고대영, 김장겸 쫓아낸다고 해서 저희가 진짜 이루고자 했던 10년 파업의 목표가 달성되는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2015년 서울고등법원은 방송의 독립을 지키고 공정방송을 실현할 의무가 방송사업자뿐 아니라 방송종사자들에게도 있다고 판결했다. 대한민국 사법부의 판결"이라며 "완전한 자유언론, 타협 없는 적폐청산, 진정한 공영방송을 국민께 직접 돌려야 하는 이 싸움은 우리 권리이자 의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MBC 내부에서는 5년 동안 있던 일을 반성하고 성찰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부역자가 나쁜 짓을 했다고 기록하는 걸 넘어, 왜 그 좋은 방송을 하던 KBS-MBC가 단기간에 처참하게 무너질 수 있었는지를 밝히는 스스로의 기록이 될 것"이라며 "처절하게 밑바닥까지 바꿔내 튼튼한 공영방송, 자유언론을 선사하겠다"고 전했다.

KBS-MBC 공동파업 연합 집회 '우리가 이긴다'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새노조 성재호 본부장은 고대영 KBS 사장, KBS이사회 이인호 이사장, 김장겸 MBC 사장,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의 이름을 읊으며 "이제 스스로 물러나라. 마지막 경고"라고 말했다.

성 본부장은 "이번주가 촛불 1주년이다. 우리 싸움의 길을 촛불 국민이 열어주셨다. 그걸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곧 승리할 것이지만 김장겸-고대영 이런 사람들만 쫓아낸다고 해서 우리의 싸움 끝나지 않는다"며 "정권에 부역하고 협력한 내부 부역자들을 몰아내고 다시는 국민을 배신하지 않는 그런 공영방송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MBC본부에 "조금 먼저 들어가셔서 싸워도 된다. 금방 쫓아갈 것이다. 제2의 언론적폐 싸움, 우리 함께했으면 좋겠다"며 "다음에는 승리를 자축하는 KBS-MBC 공동집회에서 뵙겠다"고 발언을 마무리했다.

◇ 옥상달빛 "빨리 아름답게 잘 끝나기를"

이날 집회에는 많은 이들이 연대의 목소리를 보태기 위해 함께했다. 최근 노사 합의로 '사장 임명동의제'를 얻어 낸 SBS본부의 윤창현 본부장은 "SBS가 임명제 하면, MBC-KBS는 직선제해야 되는 것 아니냐"라며 "제2의 김장겸-고대영이 아예 진입할 수 없도록, 권력이 인사권을 장악하고 있는 현재 방송법을 고쳐 (방송을) 진짜 주인(시청자)에게 돌려주는 새로운 싸움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8월, 3249일 만에 YTN에 복직한 조승호 기자는 집회에 초청받았을 때 '근무시간인데 나가도 괜찮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과거와 달라진 위치를 실감했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조 기자는 "KBS, MBC, YTN이 국민의 무조건적인 응원을 받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못하면 혹독한 비난 받아야 마땅하다고 본다"며 "우리는 열심히 하고 있음에도 몇몇 적폐세력 때문에 욕 먹은 게 억울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KBS, MBC, YTN이 잘해서 칭찬과 사랑을 받기를 간절히 바라겠다"고 덧붙였다.

옥상달빛은 실로폰, 멜로디언, 키보드 등을 라이브로 연주하며 '달리기'와 '수고했어 오늘도'를 불러 박수를 받았다. 옥상달빛은 "이기적인 몇 명으로 인해 이렇게 많은 분들이 자신의 일자리가 아니라 이렇게 찬 바닥에 있어야 되는 게 너무 마음 아프고 답답하다"며 "빨리 아름답게 잘 끝나기를 바란다"고 격려했다.

새노조와 MBC본부는 지난달 4일 0시부터 각각 고대영 사장, 김장겸 사장 퇴진 및 방송 정상화를 내걸고 총파업을 벌이고 있다.

집회 말미, '다시 KBS 국민의 방송으로', 'MBC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우리가 이긴다'라고 쓰인 대형 현수막을 펼치는 퍼포먼스가 있었다. (사진=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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