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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동원 "'범죄도시', 관객분들 아니면 여기까지 못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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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인터뷰] 영화 '범죄도시' 오동균 역 배우 허동원 ②

어느덧 46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범죄도시'에서 오동균 역을 맡은 배우 허동원. 허동원이 20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CBS 사옥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지난 3일 개봉한 '범죄도시'(감독 강윤성)는 돈이라면 뭐든 하는 잔인한 조직 흑룡파 무리와 이를 소탕하기 위한 경찰들이 한 판 붙는다는 범죄오락물이다. 유례없는 긴 명절을 앞두고 '추석 특수'를 노리는 대작들 사이에서, 평범한 경찰영화로 보였던 '범죄도시'는 처음부터 주목받은 작품은 아니었다.

조조 아니면 심야, 관객들을 만나기 힘든 시간대에 배정돼 있던 영화가 힘을 받기 시작한 것은, 영화를 본 관객들의 자발적인 입소문 덕분이었다. '#범죄도시' 해시태그를 단 후기가 쏟아졌고, 극중 나오는 대사를 따라하거나 2차 창작물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마석도(마동석 분) 형사 곁을 지키며 고된 일을 마다하지 않는 베테랑 형사 오동균 역을 맡은 배우 허동원이 '범죄도시'를 '관객들이 만든 영화'라고 한 이유다. 불리한 조건에서 시작했음에도 외면하지 않고 '범죄도시'를 명확히 선택해 준 관객에게 거듭 감사를 표했다.

20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CBS 사옥에서 배우 허동원을 만났다. 3일 동안 공식적으로 5600여 개, 비공식적으로는 1만여 개의 댓글을 달며 힘을 보탰다는 열정 넘치는 일화부터, 창단 멤버로 함께하고 있는 극단 '웃어'에 대한 자랑까지 여러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노컷 인터뷰 ① '범죄도시' 마동석 옆 능글맞은 형사, 허동원을 아시나요)

◇ 할 수 있는 게 없었던 배우의 선택, '관객과의 소통'

허동원을 만나기 전부터 꼭 묻고 싶은 것이 바로 5600여 개의 댓글이었다. 그는 앞서 한 타사 인터뷰에서 3일 밤낮 가리지 않고 열심히 댓글을 달며 홍보 활동에 열을 올렸다고 밝힌 바 있다. 뭐라고 썼을지, 힘들지는 않았는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댓글 달면서 본 관객들의 인상적인 반응은 무엇이었는지… 궁금증이 컸다.

허동원은 개봉 3일 전 전력을 다했다. 각종 시사회를 통해 정식 개봉 전 영화를 만난 관객들이 SNS에 남긴 후기를 공략했다. '#범죄도시' 해시태그가 달린 글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비공식적으로는 1만 개 정도 달았을 거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허동원은 "제가 인지도가 있는 배우도 아니고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해 보자 한 거였다. 요즘은 뭐가 재미있으면 (사람들이) 그 기록을 남기려고 하지 않나. 그걸 보고 SNS에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범죄도시' 100만 관객을 돌파했을 당시 허동원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사진=허동원 인스타그램)

 

그는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기본 내용과 함께, 후기에 따라 다 다르게 부연했다. 휴대폰 유심칩을 갈아끼워야 했고, 한 SNS에서는 몇 번 차단당하기도 했다. 자동으로 광고하는 계정으로 오해 받아서.

'범죄도시' 주연배우들이 인터넷 라이브 방송을 할 때에는 직접 채팅창에 들어가서 "파이팅!", "아, 너무 기대됩니다" 등의 응원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혹시나 네티즌들이 채팅창에 많이 안 들어올까봐 염려됐다고. 하지만 금세 배우들에게 들켰다. 윤계상은 새벽에도 '범죄도시' 후기를 확인하는 흔적을 발견하고 허동원에게 "잠 좀 자라, 자도 된다"고 할 정도였다.

영화가 더 잘 되길 바라는 배우의 오지랖으로만 바라보기에는, '범죄도시'의 초반 상황은 밝지 않았다. 친구들에게 영화를 보라고 권유했는데, "야, 네 영화는 조조 아니면 심야다. 보기가 힘들다"는 말을 들은 것. 그제야 상영관과 횟수가 적은 걸 알아차린 허동원은 "시작 전보다 개봉하고 나서 너무 암울하더라"라고 고백했다. 관수는 적었지만 재밌다는 얘기가 돌다 보니 매진세례가 이어졌고, 그 이후 극장에서 '범죄도시'를 더 자주 볼 수 있게 됐다.

◇ "믿음 받는 배우들이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 명확히 보여 준 영화"

허동원은 인터뷰 내내 '범죄도시' 출연진과 스태프 칭찬에 앞장섰다. 비중 있는 역으로 출연한 첫 장편 상업영화가 거둔 성취를 감안해도 언급이 잦았다. 영화의 완성도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곁에서 지켜봤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미술팀이 (영화에 등장하는) 거리를 통으로 다 만들었다. 저는 상업영화 현장은 처음이니까 원래 다 이런 거구나 했는데 동석이 형, 계상이 형이 '이런 스태프들이 없다'며 최고라고 했다. 정말 일사분란했다. 리허설을 되게 많이 하는데도 촬영기사님은 순간적으로 카메라 앵글을 바꿨고, 조명은 바로 따라갔다. (대기하다 보면) 배우들이 지칠 때가 있는데 그런 시간이 전혀 없게끔 만들어 주셨다. 정말 대단한 스태프들과 같이 했다. 마음도 잘 맞았고. 제가 배우로서 느끼기로는 가장 최적의 상태로 연기했던 것 같다."

'범죄도시'의 강력반 형사들. 왼쪽부터 마석도 역 마동석, 오동균 역 허동원, 전일만 역 회귀화, 강홍석 역 하준 (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배우들에게 마음껏 자율성을 부여했던 현장 분위기도 연기에 더 몰입할 수 있는 바탕이 됐다. 요즘 들어 특히 "연기가 재밌어졌다"는 이유가 있었다.

"'범죄도시'에서처럼 큰 역할을 처음 맡아봤는데 현장에서도 오로지 저를 다 믿어주셨다. 믿음을 받는 배우들이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 믿음을 등에 업고 모든 배우들이 자유롭게 움직였다. 그 부분이 가장 좋았다. 더 마음이 단단해진 느낌이 들었다. 왜 내가 주눅 들어 있었지? 아, 한 사람이 정답은 아니구나, 그 다음 작품에선 또 달라질 수 있구나 이런 걸 실감했다."

다만 포스터를 보고는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고. 기자가 공개된 포스터를 보고 영화에 대한 기대가 생기지 않았다고 털어놓자, "저도 깜짝 놀랐다"고 웃으며, "기대를 완전히 낮추는 게 전략이 아니었을까"라고 맞장구쳤다.

◇ "범죄도시 찍고 달라진 점? 아직 실감 못해"

부산 출신인 허동원은 친구의 군대 동기였던 배우 송새벽을 따라 대학로로 왔고, 무대에서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 '유쾌한 거래', '사건발생 1980', '짬뽕', '가족입니다', '섬마을 우리들' 등 많은 작품에 출연했던 그는, 연극뿐 아니라 올해 tvN '크리미널 마인드', 영화 '범죄도시'까지 두루 출연했다. 매체(TV·스크린)연기를 하고 싶어서 한동안 연극을 쉬었던 때도 있었던 그에게 2017년은 그토록 바라던 특별한 해가 됐다.

무대, 영화, 드라마 연기에 차이가 있느냐는 질문에 "매 순간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허동원은 "순간적으로 연기가 확 늘거나 줄지는 않지만 저는 환경에 치우치는 편인 것 같다"며 "조일 때는 소극적이지만 풀어주면 쾌활하고 활발한 배우였다"고 말했다.

이어, "'범죄도시' 끝나고 연극무대에 섰을 때는 또 다른 느낌이 있더라. 클로즈업에 대한 것들을 고민하고 연기했다. 관객들의 집중도를 높일 수 있는 부분을 알게 된 것 같아서 좋았다. 지금까지 해 온 것들이 사라지지 않고 남더라"고 전했다.

배우 허동원 (사진=황진환 기자)

 

'범죄도시'가 잘 됐고, 덕분에 이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허동원이라는 존재를 알게 됐지만 막상 본인은 아직 실감을 못한다고 한다. 허동원은 "아르바이트를 계속 하니까 생활적으로는 바뀐 게 없다. 기자님의 인터뷰 신청 이런 거 말고는. (웃음) 아직 실감도 안 난다. 누가 좀 알아봐 준다는 것 말고는 크게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연극을 했을 때도 생활이 당장 안되더라도 연기를 (우선시)했던 거 같다. 개런티가 많이 없어도. 생활이 안되더라도 '좀 굶으면 되니까' 하고. 적어도 알바만 하러 서울에 올라왔다는 생각이 안 들게 하려고 노력했다. 누가 '생활 안 힘들어?' 물어봐도 힘들단 생각을 잘 안 했다, 솔직히. 먹고 싶은 것도 잘 먹었던 것 같다. (웃음) 혼자 있으니 세 끼 다 챙겨먹는 게 아니고, 한 끼 먹어도 맛있게 먹자는 주의라서. 돈 없으면 알바하면 되고. 그렇게 안 하면 버티기 힘들었을 것 같다.

(누가 먼저 제게 와서) '너는 연기를 해야 돼' 하는 사람 아무도 없다.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 '힘들다'는 생각을 하면 버티기 어려울 거라 생각했다. 저도 스스로를 벼랑으로 밀고 있던 적이 있었다. 근데 남들은 아무도 신경 안 쓰더라. 남들에게 얘기하는 것도 웃기고. 제게도 힘들다는 이야기만 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잘 안 만나려고 한다. 저도 배우라서 그런지 감정이 들어오면 영향을 받게 되니까. 사람들 만나면 좋은 기운을 주고 싶고, 또 그런 분들이 저를 불러주더라."

◇ 극단 '웃어' 강점은? "엄청난 연습량과 연출의 힘"

허동원은 2013년 생긴 '극단 웃어'의 창단 멤버다. 연기의 출발이 무대에서 시작된 만큼, 무대와 극단에 대한 사랑도 남다르다. 올해 역시 '사건발생 1980' 무대에 올랐고, 곧 올릴 새 작품 '정동진'도 준비 중이다.

허동원은 "당장 이번주부터 연습을 한다. '사건발생 1980'은 대전연극축제에서 초청받게 돼 이틀 정도 공연하러 간다. 그걸 연습하고, 연말엔 신작 '정동진'을 준비 중이다. 저희 극단에서 하는 거지만 제가 캐스팅될지는 아직 모르겠다. 오디션을 보기 때문에"라고 설명했다.

극단 소속이라고 해도 오디션을 통과하지 못하면 무대에 설 수 없다. 또, 허동원은 '웃어'에서 무대감독도 맡고 있다. 배우로 전향해 허동원과도 세 작품이나 같이 한 안혜경은 '웃어'에서 홍보 담당이다. 이렇듯 각자 하는 역할이 더 있다. 극단 이야기를 펼칠 수 있게 '자랑 시간'을 주니, 허동원은 신나게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2013년 창단한 극단 '웃어'. 윗줄 맨 왼쪽에 허동원의 얼굴이 보인다. (사진=극단 '웃어' 홈페이지)

 

"선배들은 술 먹고 연기 얘기를 할 때가 많았다. 연습 안 풀리면 술 마시러 가자고 하기도 하고. 그런 거에 대한 염증이 되게 많았다. 술 먹고 오면 피곤이 쌓이고 그런 상태에서는 연기도 제대로 안 됐다. 저희는 그러지 말고 연습만 하자는 주의다. 안 되면 밤을 새서라도 집요하게 연습하는 거죠. 가끔 기분전환으로 술을 먹긴 하지만, 그 돈도 제작비에서 나오는 것이니만큼 1~2만 원이라도 더 나눠주자는 생각에서 (술자리를) 자제한다. 저희는 돈이 없어서 술을 덜 마시는 것이기도 하다. (웃음)

감정적으로 쌓여있는 상태에서 연기 얘기나 일 얘기를 절대 하지 말자고 한다. 연출과 저도 그 부분에서 생각이 일치하고. 물론 술을 좋아하는 분들은 좀 힘들어 하신다. 그래도 '관객들에게 부끄럽게는 하지 말자'는 생각을 나누고 있다. 안 되면 무조건 연습한다. 저희는 첫 공연부터 끝 공연까지 다 다르다. 순간적으로 캐릭터를 바꾸기도 한다. 그런 게 매체연기할 때도 도움이 됐다. 저도 모르게 순발력 연습이 돼서. 순간적으로 (캐릭터를) 유연하게 만들 수 있던 건 저희 연출의 힘이라고 본다."

또 하나의 특징은 바로 봉사활동이다. 어떻게 해서든 많이 하려고 한다. 지역 복지재단과 연계해 무료급식과 반려견 봉사, 크리스마스 때 독거노인 방문 등 여러 가지를 해 왔다. 봉사를 많이 하러 다니는 안혜경 덕이 컸다는 게 허동원의 설명이다.

쉴 때 봉사활동 말고 무엇을 하느냐는 질문에 "저는 가만히 있는 편이다"라고 답해 웃음이 터졌다. 그는 "집에 있는 걸 좋아하고, 다만 혼자 걷는 건 좋아한다. 집에 없으면 동네를 걷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부연했다. 그밖에 좋아하는 것은 자전거 타기다.

허동원은 영화 '죄 많은 소녀'로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아 부산에 다녀왔다. 정연주, 전석호, 신소율 등과 함께한 영화 '늦여름'은 올 여름 제주도에서 촬영을 마쳤다. 두 편 다 개봉을 기다리는 중이다.

마지막으로 '범죄도시'를 사랑해 준 관객에게 하고 싶은 말을 부탁했다. 허동원은 곧바로 "너무 고맙다"며 미소 지었다.

"(글 쓸 때마다) '관객들의 영화'라는 해시태그를 단다. 정말 관객분들 아니었으면 여기까지 못 왔을 것 같다. 그분들이 댓글 남기기 시작했고 관수 늘려달라고 했고 입소문을 계속 퍼뜨려주신 덕이다. 감독님이 재밌게 만들어 주신 것도 있지만, 관객들의 선택이 뒤에 있었다. 저희가 단지 불쌍해서 시간을 할애하진 않았을 것이다. 선택! 명확하게 선택해 주신 것이 고맙다. 환경이 별로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그 선택을 놓지 끝까지 놓지 않아주셔서 너무 고맙다.

인스타 댓글도 다 본다. '드디어 봤다!', '보고 싶다' 이런 댓글이 무척 힘이 됐다. 이젠 패러디도 나오는데 '아, 관객들이 (영화 이후를) 만들어가는구나' 생각했다. 개봉까지 했으면 그 다음은 모두 관객들에게 돌아가는 것이지 않나. 끝까지 등 돌리지 않고 저희 손을 잡아주셔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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