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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美·日 거대 로봇 결투?…암울한 미래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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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봇 vs 쿠라타스 첫 대결이 남긴 것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뉴스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18일 오전 11시(한국시간) 드디어 2년 간의 기다림이 성사됐다. 아파트 2층 높이의 미국 메가봇의 거대로봇 '아이언 글로리(Mk2)'와 '이글 프라임(Mk3)' 대 일본 스이바도시 중공업의 '쿠라타스'가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두 번의 대결에서 승리 요건은 로봇이 넉다운 되거나 움직일 수 없는 장애판정, 조종 파일럿이 항복했을 경우다.

◇ 기술·로봇 강국의 로봇 대결 '싱거운 잔치'

첫번째 대결은 기존 4족형의 후륜 바퀴를 트랙터 엔진부와 결합시켜 기동성을 높힌 쿠라타스의 싱거운 승리로 돌아갔다. 왼팔의 머신건 대신 '돌격형 관절 주먹'을 장착한 쿠라타스의 메가 펀치가 아이언 글로리의 가슴을 강타해 넉다운 시킨 것. 아이언 글로리의 하체 캐터필러 비중이 상체보다 적어 무게중심이 높았고 최고시속 100km인 쿠라타스의 가속도가 컸던 탓이다.

두번째 경기에는 메가봇의 최신 업그레이드 버전 2인승 '이글 프라임(Mk3)'이 등장했다. 이번 대결을 위해 400만달러(약 45억원)를 투자받아 제작한 로봇으로 아이언 글로리보다 무게는 2배, 파워(마력)는 18배 늘어났고, 전폭도 2배나 더 커졌다. 쿠라타스보다 1m 더 큰데다 무게 2배, 전폭 2배, 파워는 5배더 높다.

비교적 그럴듯한 대결이 이루어졌다. 원거리에서 이글 프라임의 더블 캐넌포 페인트탄이 쿠라타스를 괴롭혔다. 잠시 엄폐물로 피했던 쿠라타스가 빠른 기동성으로 이글 프라임을 향해 달려갔다. 이글 프라임이 석유통과 폐차를 밀어 저지하는 듯 했지만 쿠라타스는 이를 피해 이글 프라임 품으로 달려들었다. 몇차례 펀치를 날렸고, 이글 프라임의 캐넌포도 쿠라타스의 허리를 공격했지만 둘 다 작동 불능 상태에 빠져 승부가 나지 않았다.

재경기가 펼쳐지자 이글 프라임은 더블 캐넌포 대신 전기톱을 달고 나왔다. 기동성이 좋은 쿠라타스가 이글 프라임의 측면으로 파고들어 18㎜ 서브 머신건 페이트탄을 날리기 시작했다. 꿈쩍 않던 이글 프라임이 경기장의 철제 프레임을 집게 팔로 집어들어 여의봉을 돌리듯이 페인트탄을 막는 모습을 연출했다. 결국 육탄전에 돌입한 두 로봇은 이글 프라임의 전기톱 공격과 상대가 되지 않는 체급 차이에 밀려 결국 쿠라타스가 패하고 말았다.

결과는 1대 1 무승부. 메가봇과 스이바도시 측은 모두 만족스러운 입장을 내놨지만 거대 로봇의 대결은 예상보다 싱거웠고 이를 시청한 네티즌들은 어이 없는 대결이었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한 네티즌은 "로봇 탈을 쓴 거대한 중장비들이 쓸데 없이 힘자랑을 펼쳤다"고 혹평했다.

 


◇ 로봇 대결?…하이테크 빠진 '로봇 탈을 쓴 중장비들의 힘자랑'

먼저 로봇에 대해서 말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스이바도시 중공업의 쿠라타스의 디자인은 흠잡을 때가 없다. 방금 영화속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리얼리즘을 그대로 잘 살렸다. 2012년 처음 만들어진 쿠라타스는 간단한 동작과 탑승자가 직접 제어 해 이동 할 수 있다. 한 때 12억엔(약 121억원)에 팔리기도 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첨단 로봇과는 거리가 멀다.

이번에 대결에 등장한 쿠라타스는 기동성과 출력을 높이기 위해 4족형 바퀴 형태 대신 뒷쪽 바퀴 2개를 떼어내고 트렉터 엔진부를 이어붙였다. 탑승자가 카메라와 연결된 모니터를 보며 이동하거나 머신건을 발사하고 주먹을 휘두르기도 했지만 로봇이라기 보다는 포크레인과 같은 중장비 기계(Machine)에 가까웠다.

메가봇의 아이언 글로리와 이글 프라임도 마찬가지다. 현재 개발되고 있는 로봇 기술과는 어떤 면에서는 전혀 다른 기계장치를 상상속의 인간형 로봇으로 만들어 이를 미래형 로봇의 이미지를 덧 씌운 것이다.

지능형 로봇은 '인간과 같이 감지하고 인식하는 능력이 있으며, 이 능력을 바탕으로 복잡한 의사결정 및 그에 따른 동작을 선택하는 로봇'을 말한다. 현대 로봇 기술은 이를 위해 컴퓨터 비전, 인공지능, 생체공학(Bionics) 등 인간이나 동물의 지적능력과 생체기능을 모방해 이와 흡사한 동작을 하는 자율성을 가진 기계를 만들고 이러한 기술이 적용된 것을 지능형(Intelligent), 혹은 고도화된 과학기술(Hightech) 로봇이라 부른다.

산업용 로봇은 어떤가. 공장의 자동화를 위한 제조업용 로봇의 기준을 국제로봇협회(IFR)는 '자동적으로 제어되고, 재프로그램할 수 있으며, 3개 이상의 축을 가지는 다목적 매니퓰레이터(Manipulator)'라고 정의 하고 있다. 인간의 제어가 가능하며 프로그램된 순서대로만 움직인다.

그렇다면 메가봇의 로봇들과 스이바도시의 쿠라타스는 지능형, 또는 하이테크 로봇이라고 할 수 없다. 말그대로 수많은 철제 부품과 전선, 자동차나 포크레인과 같은 각종 기계 또는 전자 장치들로 이루어졌고, 실제 포크레인을 동작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움직임과 기능을 가졌다. 로봇처럼 생겼지만 사실은 포크레인과 같은 기계식 중장비와 다름 아니라는 얘기다.

이번 대회를 위해 무려 400만달러(약 45억원)를 투자받은 메가봇이 1998년부터 방영된 영국 BBC 채널2의 인기 TV프로그램 '로봇 워(Robot Wars)'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인지는 모르지만,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은 육탄전을 벌이는 거대 로봇들의 싸움을 세계적인 경기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순전히 때리고 부수고 뒤집고 박살내는 것이 목적의 전부인 로봇 싸움 대회를 만들고 이를 중계해 로봇 팬과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스폰서 광고를 유치하겠다는 것일 것이다. 그럴만한 가치를 확인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괜히 돈 먹는 하마만 키우는 것은 아닌지.

사실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번 거대 로봇 간의 결투에서 로봇다운 로봇이 아니라 본의 아니게 암울한 미래를 본 셈이 됐다.

영화 '리얼스틸'

 


◇ 사족: 인간은 로봇과 공존할 수 있을까

1920년 세계 최초로 '로봇(Robota)'이라는 명칭을 등장시킨 희곡 '로섬의 인조인간(Rossum's Universal Robots)'에서 체코의 작가 K.차페크(Karel Ċapek)는 로봇이 노동자로서 인간의 지배를 받으며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을 인간과 똑같이 할 수 있지만 인간적 정서나 영혼을 가지지 못한 채 쓸모가 없어졌을 때는 폐품이 되어 신품과 교환되는 비관적인 로봇의 삶을 등장시켜 기술의 발달과 인간사회를 풍자했다. 결국 이 로봇들은 인간의 지능과 저항성을 가진 인조인간이 되어 인간세계를 파멸시키는 존재가 된다.

실제 이 작품은 100여년 가까이 흐른 오늘 날까지 SF영화 트랜스포머, 엣지오브투머로우, 퍼시픽 림, 리얼스틸과 같은 파괴적인 로봇은 물론, 아이로봇, AI, 바이센테니얼 맨과 같은 인간의 지능과 감정까지 느끼는 로봇을 등장시키는 모티브가 됐고,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과 결합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한 때는 공상이었지만 현실이 되어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메가봇이나 쿠라타스가 영화 속의 로봇처럼 화려한 움직임이나 지능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은 첨단 로봇 기술을 가진 기술 기업이 아닐뿐더러 그러한 로봇은 여전히 개발중이거나 초기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기술을 가진 기업들의 몫이다.

결과적으로 기대에 못미친 시시한 대결에 그쳤지만 메가봇의 원대한 계획이 성공한다면 언젠가는 더 지능화 되고 더 파괴적인 능력을 가진 로봇들이 등장해 영화처럼 화려한 싸움을 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로봇의 사용처가 노예와 전쟁포로들로 이루어진 고대 로마 검투사처럼 지배자들의 카타르시스를 위해 서로 부수고 폐품이 되어가다 '로섬의 인조인간'처럼 그 칼 끝을 인간에게 겨누는 암울한 미래는 보지 않았으면 한다. 물론 많은 과학자나 전문가들은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한다.

공장 한 켠에서 열심히 팔을 놀리던 로봇이 점차 인간과 공존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당신은 당신의 첫 로봇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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