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론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국민의당 자체 조사를 통해 양당 통합에 유리한 결과가 나오자, 안 대표가 적극 호응하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하지만 여론조사 방식과 의도성에 대해 지적이 나오는데다, 일부 호남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발 기류도 거세지고 있어 격랑이 예고된다.
◇ 안 대표 중심으로 속도내는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 논의18일 국민의당 싱크탱크인 국민정책연구원이 실시한 여론조사가 조선일보에 보도되자 당은 발칵 뒤집혔다. 당 자체 여론조사가 특정 언론을 통해 그대로 공표되는 것도 일반적이지 않은 데다 내용이 극히 민감했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통합한다면 어느 정당을 지지하겠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한다면 어느 정당을 지지하겠냐"는 식의 단순 가정법으로 진행됐다.
수치상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 합당했을때 정당 지지율이 19.7%로 46.3%인 민주당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자유한국당 15.6%보다 높은 수치이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안 대표는 "제3의 길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높다"며 한껏 고무된 반응을 보였다. 안 대표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객관적 민심을 파악하기 위해 조사하게 된 것"이라며 "제3지대, 제3의 길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굉장히 높다는 것을 확인했던 조사였다"고 적극 의미를 부여했다.
김동철 원내대표도 물밑으로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를 직접 찾아가 통합 관련 논의를 한 것이 CBS 취재로 확인됐다.
김 원내대표는 주 원내대표와의 비공개 회동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설명하며 당내에서 관련 논의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고, 국정감사 이후 정책연대를 한층 강화하자고 적극 제안했다. 이에 주 원내대표도 당내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화답했다.
안 대표도 직,간접적으로 바른정당 의원들과의 접촉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규 의원, 최명길 의원, 송기석 의원 등을 중심으로 바른정당의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국민의당 한 의원은 "의원들도 어떤 식으로든 빨리 결론나는 것이 낫다고 보고 있다"며 "통합포럼 단위에서나 의원들 개별적으로도 만남이 상당히 활발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 "해당행위" 호남 중진들 반발…차분히 명분찾고 설득해야이처럼 안 대표와 측근 의원들을 필두로 바른정당과의 연대 및 통합 움직임이 본격화되자 일부 호남의원들은 노골적으로 반발했다.
박지원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바른정당의 분열을 목전에 두고 우리 당이 단결해서 선도정당의 길로 다시 나서야 한다"며 "국정감사가 호평을 받는 이때 왜 불필요한 일로 당의 전열을 흐트러지게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정동영 의원도 이날 몇몇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다른 당과의 합당을 단순 가정해서 문항을 만들고 언론에 흘린 것은 사실상 해당행위"라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아무런 명분 없이 단순히 살아남기 위한 이합집산은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특히 국민의당 제2창당위원회가 내놓은 시도당-지역위원장 일괄사퇴안이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염두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며 반발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당 관계자는 "이번 여론조사가 유포되면서 오히려 지역위원장들의 반발을 사는 분위기"라며 "지역위원장들이 사퇴를 끝내 거부하면 취할수 있는 액션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통합파와 자강파로 나뉘어 진통을 겪고 있는 바른정당에 이어 국민의당도 당 노선 투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조짐이어서 안 대표는 취임 두 달여만에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바른정당과 어느 시기에 어떤 방식으로 힘을 합칠지, 호남 중진들의 거센 반발과 분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 지가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통합 명분을 찾는 것도 시급하다. 일부 호남 중진들도 선거구제 개편과 개헌에 대해서 바른정당과의 연대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어 이를 고리로한 정책 연대부터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바른정당과의 통합 논의가 단순히 권력의 이합집산으로 비쳐지면 안된다"며 "선거제도 개편과 제3의 대안정당의 필요성을 차분히 설득해 나갈 때 당내 반발을 잠재우고 국민의 동의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