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를 방문해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미씽: 사라진 여자'를 관람하고, 엄지원과 공효진, 두 주연 배우들과 이야기를 나누는가 하면 오찬 간담회에서 영화학과 학생들과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 부산국제영화제에 방문했을 뿐만 아니라 올해에는 도종환 문화체육부장관까지 개막식과 고(故) 김지석 프로그래머를 추모하는 '김지석의 밤'에 참석해 영화인들과 부산영화제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당시 도 장관은 "부산국제영화제는 다시 모두의 꿈의 구장이 돼야 한다. 정부는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을 하되 간섭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방향을 밝혔다.
소식을 접한 영화인들은 정부 차원의 정상화 의지를 제대로 확인했다는 입장이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 위원회' 활동 중인 한 영화인은 "뜬금없는 챙기기가 아니라 원래 국회의원 시절부터 문재인 대통령은 영화제에 관심이 많았다. 예전에 한번 간담회 식으로 이야기를 나눈 적도 있었는데 상위 순위 질문은 무조건 부산영화제 정상화가 되어야 하는데 영화인들은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것이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부산은 문재인 대통령의 고향이기도 하고, 자신이 그 지역 국회의원이기도 했으니 그곳에서 치르는 영화제가 정상화가 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면 당연히 챙기고 싶었을 것"이라며 "영화인이 아니라 영화학과 학생들을 주로 만난 것도 현명한 행보라고 본다. 도종환 문체부 장관이 영화제에서 영화인들과 계속 소통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수준에서 계속 관심이 있다는 걸 표명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이렇게 지원 의지와 관심을 표명한 이상, 이제 영화인들 차원에서 구체적인 정상화 방안을 논의할 때라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이 영화인은 "공은 영화인들에게 넘어왔다고 생각한다. 이제 문제는 부산 지역 영화인들과 시민들 그리고 영화계가 어떤 로드맵을 짜서 정상화를 향해 가느냐다. 단순히 어떤 '장'을 세울 것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다가올 20년을 어떤 청사진을 가지고 준비해야 하는지 광범위하고 긍정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이미 시민들도 이전과 달리 부산영화제 분위기가 썰렁해진 것을 체감하고 있다. 아마 여기 연관된 모든 이들이 그런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을 거다"라고 조언했다.
또 다른 영화인은 문재인 대통령이 여성 주연 영화를 보고 대한민국 여성들이 처한 소외된 현실을 이야기한 것을 인상적인 부분으로 꼽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씽: 사라진 여자'를 관람한 후 "'지선'과 '한매'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인데 우리 사회의 어떤 여성 문제, 두 여성이 똑같은 처지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사라진 여자'라는 제목도 실제로는 한매가 사라진 것인데 의미적으로는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이 아주 소외되고 있다, 여성들의 목소리가 사라졌다고 느껴진다"고 감상평을 내놓은 바 있다.
독립영화계에서 활동하는 이 여성 영화인은 "아무 시간대나 맞아서 문재인 대통령이 그 영화를 본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최근 영화계에서 떠오르고 있는 여성 영화인들의 부재 문제, 영화를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 등을 충분히 인지해 관람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후 '미씽: 사라진 여자'의 배우 공효진이 SNS에 문재인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올리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이야기를 남긴 것처럼 문재인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가 설 자리가 미약한 여성 영화인들에게 큰 힘이 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미씽'은 감독도, 배우도 여성이고, 현대사회에서 여성들이 처한 삶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영화다. 여성의 관점에서 그려져 더 그들의 아픔과 고통이 절절하게 느껴지는 영화"라며 "영화계에서 여성 영화인들의 부재와 여성주의적 시각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미씽'을 선택한 것은 여성 영화들이 충분히 성장할 수 있는 바탕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고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