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페이스북 화면 캡처)
더불어민주당이 당원 배가 운동의 하나로 추진하는 '당원가게'에 대해 일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 당원들이 운영하는 가게를 당원가게로 인증하고 이를 온·오프라인에 표시하는 것으로 당원 결집 차원에서 시도됐다. 한국 정당 역사상 처음 시도되는 이 제도에 대해 '신선하다'는 평이 있는가 하면 편가르기로 위화감을 조성하고 정치의 상업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秋 대표가 직접 당원가게 1호 인증, 며칠만에 수백건 신청 폭주추미애 대표는 추석연휴 기간인 지난 3일 청년 당원이 운영하는 서울 강서구의 한 갈비집을 찾았다. 민주당이 '당원가게 1호'로 지정한 곳이다.
추 대표는 취재진 앞에서 이 식당이 민주당 당원이 운영하는 가게임을 인증하는 '더'라는 글자가 적힌 인증 스티커를 매장 문에 붙였다. 이후 참석자들과 가게에서 갈비탕을 먹으며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당원가게는 민주당 정당발전위원회(최재성 위원장)가 추진하는 '나는 민주당이다'는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당원이 웹상에서 자신의 위치를 표시하는 '온라인 맵핑'을 포함해 오프라인에서도 당원 인증과 교류를 활발히 하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가게 주인이 당원이라는 것만 확인되면, 가게에 붙일 수 있는 스티커를 지급하고 웹이나 앱상에 이를 표시하는 시스템이다.
이 자리에서 추 대표는 "'나는 민주당이다' 운동은 당이 당원을 인정하고, 당원이 당을 인정한다는 인증"이라면서 "'세상을 바꾸고 싶고, 힘을 보태고 싶다'고 커밍아웃하는 분들을 당이 알아주고 그 마음을 받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발위에 따르면 당원가게 1호 지정식 이후에 문의가 쏟아져 수일만에 벌써 500건이 신청 접수됐다.
우리 정당사에서 당원이 운영하는 가게를 당이 공식 인증하고 표시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해외에서도 사례를 찾기 드물다. 과거 민주노동당 등 군소정당의 경우 당원이 운영하는 가게를 적극 이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지원했던 적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인증 시스템까지 갖추고 도왔던 적은 없었다.
◇ 당원 중심 정당 취지는 좋지만 편가르기·상업화 부작용 우려당원가게라는 파격적인 시도에 대한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선거 때만 동원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당원들의 정치 참여를 이끌려는 참신한 시도"라고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편가르기와 정치 상업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의 한 3선 의원은 "민주당은 당원들만을 위한 정당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정당이 돼야 하는데 가게에 드러내놓고 인증하는 것은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또 "가게 인증은 본인 뿐 아니라 주변 상가의 매출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더욱 민감한 문제"라며 "도대체 누가 이런 무리한 아이디어를 내놓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치평론가 최창렬 용인대학교 교수는 "오프라인 상에서까지 민주당 지지층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명시적으로 가르는 것이 그다지 바람직해보이지는 않는다"며 "당원 결집 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긍정적인 측면 보다는 정치의 상업화라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정치에 자발적으로 참여시키는 본래 의도와는 달리 수입을 의식하고 자본의 논리가 개입된다면 정치 순수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당원 중심이 아니라 특정 정치인들 중심으로 꾸려진 허약한 정당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당원들이 일체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당원임을 드러내는 것은 바람직하다"며 제도의 취지에는 적극 동조했다.
다만 김 교수는 "지역에서 풀뿌리 정치 차원에서 자연스럽게 활성화되는 것이 아니라 당 대표가 직접 나서는 식으로 중앙당에서 개입한다면 순수성이 떨어지고, 특정 세력의 정치동원체로 활용될 우려가 있다"고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