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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또 성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극한직업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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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호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감독님들이 많이 힘드시겠구나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10일 열린 K리그 클래식 상위 스플릿 미디어데이에서 가장 먼저 나온 말이다. 강원FC 박효진 감독대행의 소감이었다. 박효진 감독대행은 최윤겸 감독의 자진사퇴로 스플릿 전 마지막 7경기를 지휘했다. 박효진 감독대행의 표현대로 감독이라는 자리는 그야말로 극한직업이다.

미디어데이 공식 행사가 끝난 뒤 비보가 전해졌다. 바로 K리그 챌린지 부산 아이파크 조진호 감독이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소식이었다.

부산은 K리그 챌린지 33라운드까지 17승10무6패 승점 61점 2위다. 다만 지난 8일 선두 경남FC전에서 0-2로 패하며 사실상 우승이 어려워졌다. 승격 플레이오프가 남아있지만, 스트레스가 극에 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감독들은 "안타깝다. 가슴이 아프다"고 슬퍼하면서도 조진호 감독이 겪었을 고충에 한숨을 내쉬었다.

감독은 성적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지는 자리다.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계약기간은 큰 의미가 없는 직업이기도 하다. 올해 K리그 클래식에서도 대구FC 손현준 감독을 시작으로 강원 최윤겸 감독, 광주FC 남기일 감독이 스스로 옷을 벗었다.

단순 올해 일만이 아니다. 매해 사표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감독들도 많다.

제주 유나이티드 조성환 감독은 "다들 마찬가지겠지만, 때로는 버티기 힘든 스트레스와 중압감으로 너무 힘들다"고 털어놨다. 현역 시절 한국 최고의 공격수이자 지도자로서도 성공한 FC서울 황선홍 감독조차 "정말 참기 힘들 정도로 괴로울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는 상상 이상이다.

수원 삼성 서정원 감독은 "얼마 전에 아내가 경기를 하고 집에 오면 다른 것은 신경 쓰지 말고 푹 쉬라고 했다"면서 "졌을 때는 가족들이 내 눈치를 본다. 그게 마음에 걸린다. 가족도 스트레스를 받고, 내 눈치를 보기에 숙소에서 자기도 한다"고 고백했다.

조성환 감독 같은 경우 지난 5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패배 후 힘든 시간을 보냈다. 탈락이라는 성적표와 함께 조용형이 징계까지 받았다. 최악의 상황을 힘겹게 이겨냈다.

조성환 감독은 "선수들이 땀을 흘리는데 지도자로서 도망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면서 "물론 다른 감독들이 자진사퇴할 때 굉장히 힘들었다. 힘들었지만, 팬들이 있었다. 또 힘든 경기를 이길 때 희열을 느끼면서 참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성적과 이상이라는 딜레마와 마주친다. 감독으로서 추구하는 축구와 성적을 위한 축구 사이에 생기는 딜레마다. 팬들이 원하는 공격축구가 당연히 이상적인 축구다. 감독들도 '팬들이 즐거워하는 축구'에 동의한다. 하지만 성적 앞에서는 실리를 추구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황선홍 감독은 "현장에서 솔직히 말하자면 괴리가 있다"고 말했고, 전북 현대 최강희 감독도 "감독들의 임기를 10년 보장해주면 마음 놓고 할 수 있다. 결국 황선홍 감독 말대로 감독은 결과를 내야 하는 직업이다.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나름대로 스트레스를 이겨낼 방안이 필요하다.

앞서 박효진 감독대행의 발언에 "자꾸 하다보면 익숙해진다"고 답했던 최강희 감독은 "감독들이 스트레스를 담아두면 힘들다. 어떤 식으로든 스스로 스트레스를 푸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정원 감독은 "쉴 때면 마당의 풀을 뽑거나 꽃을 관리하면서 스트레스를 푼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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