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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점휴업 노정대화… 文 대통령 주도·획기적 노동 조건 개선 있어야

 

NOCUTBIZ
추석 연휴 직전까지 노정 대화 재개 논의가 급물살을 탔지만, 노동계의 참여는 연말까지도 성사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은 지난달 26일 노정대화 복귀를 위한 조건으로 노사정 8자회의를 제안하고 나섰다.

그동안 정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잇따른 노동 적폐청산 정책 행보와 더불어 고용노동부와 노사정위원회에 노동계 출신 인사를 임명하면서 노정대화 재개 의지를 드러냈다.

더구나 한국노총이 노사정위원회 탈퇴 사유로 꼽았던 양대지침도 공식 페기된만큼 한국노총이 노정대화에 복귀 의사를 밝힐 것이라 예측되던 터였다.

한국노총은 노정대화 조건으로 '대통령 역할론'을 강조했다. 한국노총 김주영 위원장은 "대통령께서 이 자리를 만드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며 "사회적 대화의 합리적 조정자이자, 이행의 담보자로서 대통령을 초대하고자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대통령이 직접 참여하는 한국형 사회적대화기구'를 공약으로 내걸은 바 있고, 실제로 일자리위원회 위원장을 대통령이 겸임하도록 했다.

하지만 일자리위원회는 30명의 위원 중 절반이 정부 부처 장관인 반면 노동계 대표위원 몫은 3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노동계가 사회적 '대화'가 아닌 자문 역할에 그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기존 노사정위원회 역시 정부 정책의 거수기 역할에 그친다는 비난을 받았던만큼 8자회의를 통해 정부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과 직접 대화해 주요 의제를 빠르게 처리하는 한편, 노정대화의 위상 자체를 높이자는 복안이다.

한국노총 김주영 위원장

 

일단 정부는 문 대통령이 노정관계 복원을 위해 나서달라는 요구를 검토하면서도 8자회의 틀을 새로 구성하기보다는 기존 노사정위원회 정상화에 무게를 싣고 있다.

고용노동부 김영주 장관은 지난달 26일 "우선 노사정위원회에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들어와 문재인 정부와 사회적 대화를 하고 이후 필요하다면 대통령이 나올수 있는 것"이라며 노사정위 복귀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노사정위원회도 "한국노총의 사회적 대화 복원 제안을 환영"한다면서도 "양대노총은 노사정 8자 회의를 계기로 노사정위원회에 복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

 

반면 민주노총은 사회적 대화 논의 자체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민주노총은 논평을 통해 한국노총의 8자회의론에 대해 "한국노총의 일방적 제안은 유감"이라며 "사회적 대타협, 노사정 합의, 사회적 대화와 같은 겉만 번지르르한 형식이 중요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민주노총은 1998년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하고,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에서는 간헐적으로 이뤄진 공식 노정대화도 끊겼다가 새 정부 들어 18년 만에 겨우 일자리위원회에 복귀했을 뿐이다.

이로서 비록 노정교섭의 첫 발을 뗐지만, 18년 동안 쌓였던 노정대화에 대한 불신을 지울만한 획기적인 정부 조치가 없는 상태에서 섣불리 노정대화에 나서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민주노총은 "노조할 권리 등 노동기본권을 보장할 수 있는 법·제도 개선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가 단순히 노동 적폐 청산에 머무르지 않고, 기존 노정대화에서 노동계에 불리했던 조건을 개선하는 성의를 먼저 보여야 노정대화에 임할 수 있다는 얘기다.

더구나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은 2015년 민중총궐기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아직 수감중이다. 민주노총 내부에서 "한편으로는 대화하자면서 한편으로는 정권 교체 주역인 한 위원장을 아직 사면복권하지 않는 것은 모순"이라는 불만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문성현 노사정위원장이 민주노총 지도부 선거 및 대의원대회를 고려해 "민주노총이 내년 2월쯤 노사정위원회에 복귀할 것"이라고 내다본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특정한 결정을 끌어내려는 불순한 의도로 읽힐 수 있는 발언"이라며 "내부에 노사정위 복귀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입장이 상존하고 있지만 충분한 토론이 반드시 뒤따라야 할 뿐만 아니라 그에 앞서 노정 교섭과 협의 구조가 충분한 조건으로 이루어져 한다"며 강도 높게 문 위원장을 비난했다.

자칫 한 위원장의 석방과 노정대화 논의 여부가 지도부 선거를 앞두고 내부 정파간 다툼으로 번질 우려를 사전 차단하고 나선 셈이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남정수 대변인은 "사회적 대화를 하기 위한 기반과 조건이 마련되야 한다"며 "이는 노정교섭, 노사간 산별교섭이 보장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조할 권리, 자유가 보장되는 노동법 전면 재개정이 이뤄져야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닌 상호 대등한 관계에서 사회적 대화가 가능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불평등한 사회적 대화가 반복될 수 밖에 없고, 지난 노사정위의 실패가 재연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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