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거리예술축제 2017 공식 참가작 '나, 봉앤줄'. (사진=유연석 기자/노컷뉴스)
한 청년이 서울 무교로 어느 신호등 위에 위태롭게 앉아 있다. 주변에는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둥그렇게 줄지어 섰다.
이것은, 안재현(35) 연출의 공연 ‘나, 봉앤줄’. 봉(차이니즈 폴)과 줄(타이트와이어)의 서커스 기예와 가야금, 대금연주, 소리의 전통연희가 어우러진 작품이다.
떨어질 걸 알면서도 봉과 줄에 끊임없이 올라가는 한 남자의 모습을 통해 불확실한 내일을 위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엿본다.
5일 오후 8시 서울광장에서 '서울거리예술축제2017' 개막작 '무아레'가 열리고 있다. (사진=서울문화재단 제공)
서울광장을 중심으로 도심일대로 나가면, ‘나, 봉앤줄’과 같은 공연들을 만날 수 있다. 바로 지난 5일부터 시작한 ‘서울거리예술축제 2017’(구 하이서울페스티벌) 때문에 거리는 공연장으로 변신했다.
올해는 영국, 스페인, 아르헨티나 등에서 참여하는 해외작품 총 16편을 포함해 총 8개국의 공연 48편을 150회에 걸쳐 무료로 선보인다.
특히 올해는 추석 연휴와 겹치면서, 이전보다 더 많은 시민들에게 도심 속에서 수준 높은 거리예술작품 관람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거리예술축제 2017 공식초청작 '기둥'. 스페인 배우 호안 까딸라(Joan Catala)가 연기를 펼치고 있다. 이날 공연은 기둥과 밧줄만으로 둥글게 자리잡은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해 큰 호응을 얻었다. '기둥'은 7일 오후 7시, 8일 오후 5시 서울광장에서 다시 공연한다. (사진=서울문화재단 제공)
‘서울거리예술축제 2017’은 시대상황과 사회현상을 반영하고자 지난겨울 광장에서 경험한 상처와 아픔, 기쁨과 감동을 축제에 담고자 ‘유쾌한 위로’를 올해의 주제로 선정했다.
이에 맞춰 청년, 가장, 소외된 사람들 등 다양한 계층이 공감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작품들이 공연됐다.
가장 눈길을 끄는 공연은 청년에게 위로를 전하는 ‘비상’(Immortels-L'enovol)이다.
지난 2015년 하이서울페스티벌에서 현대 노인문제를 다룬 ‘아름다운 탈출’이라는 작품으로 호평을 받았던 프랑스 예술단체 ‘컴퍼니 아도크(Cie Adhok)’와 함께하는 국제 공동제작 프로젝트이다.
우리 시대 청년들의 고민과 이야기를 담았다. ‘오늘날 젊은이로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 아래 프랑스 청년배우 9명과 오디션을 통해 선정된 한국 청년 배우 9명이 각자의 이야기를 함께 공연한다.
서울거리예술축제 2017 공식 참가작 '비상'. (사진=유연석 기자/노컷뉴스)
이밖에 ▲세 여자가 펼치는 공중그네 서커스 작품 ‘공중그네 히어로’(Trashpeze) ▲우리 시대 가장의 이야기를 담은 ‘기둥’(Pelat) ▲새로운 소리를 찾아 떠나는 여행 ‘소리 탐사대’(Ear Trumpet)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두 부부의 이야기를 해학적 풍자로 풀어낸 '잘온론(Job on Loan)' ▲종이처럼 부서지기 쉬운 이를 안아주는 ‘마사지사’(Massager) 등이 도심 곳곳에서 시민들을 만났다.
아쉽게도 일부 공연은 모르고 보면 난해한 부분도 있다. 때문에 미리 팸플릿과 브로셔 등을 보고 작품에 대해 숙지하고 간다면,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축제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서울거리예술축제2017’ 누리집(www.festivalseoul.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축제는 8일까지 진행된다.
문의 : 02-3290-7090, 서울문화재단 축제추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