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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인터뷰] '최강 배달꾼' 이지윤 역 배우 고원희 ②

배우 고원희 (사진=샛별당엔터테인먼트 제공)

 

엄마가 그려 놓은 인생 경로를 그대로 따르고 싶지 않아서, 온실 속 화초 같았던 안온한 삶을 벗어던지는 '최강 배달꾼' 속 이지윤 역은 실제 고원희와도 닮은 점이 많았다. 아니, 현실의 고원희는 그보다 더 주체적이었다.

그는 중학생 때 승무원이 되겠다는 꿈 하나를 가지고 중국 유학길에 올랐다. 그러다 배우를 새로운 목표로 세우게 되면서 방향을 틀어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고3 때 아시아나항공의 모델이 되어 대중에게 얼굴을 알리는 기회를 잡았고, 이후 영화와 드라마, 생방송 코미디 쇼인 'SNL코리아'까지 두루 출연하며 자신만의 길을 걸어왔다.

그의 필모그래피는 '모험적'으로 보일 만큼 독특한 편이다. 일단 장편 드라마에 꾸준히 출연했다. KBS1 '고양이는 있다'가 119부작, 주연 조봉희 역을 맡아 활약했던 시대극 'TV소설 별이 되어 빛나리'가 128부작이었다. 장렬왕후 조씨 역을 맡았던 사극 JTBC '궁중잔혹사-꽃들의 전쟁'(50부작)이 짧아 보일 지경이다.

영화 필모그래피를 보면 '소월길'(2014), '흔들리는 물결'(2015), '걱정말아요'(2015),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모'(2016) 등 독립영화의 비중이 높은 것이 눈에 띈다. 또한 2015년에는 'SNL코리아 시즌6'에 고정 크루로 합류하며 생방송과 꽁트 연기에 도전했다.

지난달 27일, 서울 양천구 목동 CBS 사옥에서 만난 고원희에게 '색깔 있는' 필모그래피의 배경을 물었다. 하고 싶은 장르와 역할도. 아직 "뭐를 잘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그는, 앞으로도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답을 내놨다.

(노컷 인터뷰 ① 고원희가 '흙수저 꿈꾸는 금수저' 캐릭터를 이해한 방식)

일문일답 이어서.

▶ 그동안 독립영화를 많이 찍었다. 이번에도 '죄 많은 소녀'로 부산국제영화제에 가게 됐는데.

독립영화가 뭔가 더 열려 있고 (연기를) 표현하기 좋은 장이기도 하고, 캐릭터가 도전적이라는 면에서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아마 방송활동을 더 하면서 인지도가 높아지면 (상업영화 쪽도) 기회가 오겠죠. 독립영화 쪽도 계속 하고 싶다. 사실 환경이 굉장히 열악하다. 밥이 제대로 안 나온다. 삼시세끼가 김밥이고, 촬영시간이 넘어가도 제대로 된 끼니를 챙기기 힘들다. 저나 배우들은 케어해 주는 회사가 따로 있으니 괜찮은데 스태프 분들은 찬바람 다 맞으면서 고생하시니까… 너무 걱정되는 거다. 같이 영화 찍었던 전여빈 배우와 얘기를 해서 따뜻한 국밥을 대접한 적이 있다. 간식차도 하고. (독립영화는) 작품 하나로 거의 열정페이로 모이다 보니.

▶ 부산국제영화제를 위해 따로 준비하는 게 있나.

우선, 마음을 준비해야 될 것 같다. (웃음) 제가 출연한 영화('죄 많은 소녀')가 굉장히 어둡고 예민한 문제를 다루고 있는 영화라서, 일단 GV 전까지 영화를 보는 게 목표다. 기술 시사 때 촬영이 겹쳐서 참석을 못해 아직 영화를 못 봤다.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임하려고 한다.

고원희는 '죄 많은 소녀'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았다. 앞으로도 기회가 주어지면 독립영화에 계속 출연하고 싶다는 의사도 밝혔다. (사진=샛별당엔터테인먼트 제공)

 

▶ 필모그래피가 다채로운데 작품 선택할 때 안 해 본 것 위주로 고르는 편인가.

뭐를 잘하는지 잘 모르겠다, 아직. (이번에) 발랄한 역을 했는데 성공적으로 끝났으니 그쪽으로 연기할 기회가 많아질 것 같다. 도전은 계속할 생각이다. 이것저것 다양한 프로그램과 영화를 하는 것도 사실 제 연기 경험을 위해 하는 게 많다. 'SNL'은 꽁트이고 무대연기이면서 방송연기지 않나. 꽁트마다 다양한 캐릭터가 있어 짧은 시간 안에 무대연기를 배울 수 있는 최적의 장이라고 생각했다.

▶ 예전 인터뷰에서 무대연기를 하고 싶다고 밝힌 적이 있다. 지금도 유효한가.

기회가 되면 꼭 하고 싶다. 무대연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호흡을 가져가면서 하지 않나. 제가 그 감정을 온전히 느끼면서 하는 거라서 이런 경험을 한번쯤 해 보고 싶더라. 연기에 대한 반응이 즉각적으로 오더라. 거기에 동요가 돼서 더 힘이 나고. 마지막에 커튼콜(연극이나 뮤지컬에서 관객들이 찬사의 의미로 환호와 박수를 보내 무대에서 퇴장한 배우들을 다시 나오게 하는 행위)이 있는데 이것 때문에 공연을 하신다고 하더라. 무대연기를 하면 연기적인 성장이 있을 것 같다.

▶ 데뷔한 지 6년이 되었고 그동안 여러 작품을 해 왔다. 연기하는 데 어려움에 부딪친 경우는 없었는지.

매번 부딪치는 것 같다. 제 연기에 확신이 없을 때 가장 힘든 것 같다. 연기를 하고 있는데도 이게 맞나 싶을 때도 있다. 그러면 한참 슬럼프에 빠진다. '내가 연기가 적성에 맞나? 계속해도 될까?' 하고. 저희 같은 경우는 타의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이지 않나. 그런 부분에 대한 불안감은 계속 갖고 있었다. 공백기가 길어지면 (이런 고민이) 더 깊어지는 것 같다. 그 와중에 '최강 배달꾼'을 만났다. 내용도 재밌고 또래 친구들과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작품을 하면서 (연기에) 또 다시 재미를 느꼈다. 공백기에 들어온 하나의 기회여서 되게 고마운 작품이다. 1년 정도 공백기가 있었다. 중간에 영화를 찍긴 했지만 영화는 개봉하고 나야 체감이 오니까, 그냥 쉰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 드라마처럼 매일 촬영장을 가는 것도 아니어서.

▶ 슬럼프 중에 만난 작품이어서 '최강 배달꾼'이 더 남다르게 다가왔을 것 같다.

(이 작품 이후) 스스로한테 확신이 생겼다. 지윤이 캐릭터를 연기한다고 하니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했다. 엄마마저도 네가 이런 역할을 할 수 있겠어? 라고 하실 정도로. 순수하고 솔직하고 애교있는 캐릭터여서. 다행히 잘 해 냈고, 하다 보니 더 신나서 하게 됐다. '아, 이런 거구나' 느꼈다. 그러면서 더 밝아진 것도 있다.

고원희는 독립을 꿈꾸며 가출을 감행했던 '최강 배달꾼' 속 이지윤 역보다 더 자립적인 사람이었다. (사진=샛별당엔터테인먼트 제공)

 

▶ 과거 'SNL코리아'에 출연했던 게 이번 코믹 연기에 도움이 되었다고 보나.

도움이 됐던 것 같다.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고, 그걸 가장 칭찬을 해 주셨다. 삼각김밥을 집어넣고 울면서 콧구멍 벌렁벌렁하는 모습, 그런 걸 높이 사 주셨다. 재밌게 연기한 게 잘 나와서 좋다. 영화 '링' 흉내낸 것도 기억에 남는다. 돌이켜 보면 전에 했던 것들이 (지금 연기하는 데) 도움이 돼서 재밌게 즐기면서 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아마 3~4년 전에 했으면('최강 배달꾼'을 만났다면) 재밌는 연기를 하면서도 부담스러웠을 것 같다.

▶ 별일이 없으면 주로 집에 있는다고 했는데 집에 있을 땐 무엇을 하는지 궁금하다.

밀렸던 영화, 드라마를 본다. 걸레질도 해야 되고 고양이 강아지 밥도 줘야 한다. 매일매일 할 일이 많다. (웃음)

▶ 그때 봤던 영화와 드라마 가운데 인상적으로 본 작품이 있다면 소개 부탁한다.

다르덴 형제의 '내일을 위한 시간'이라는 영화가 있다. 굉장히 현실적이고 어떻게 보면 되게 우울할 수 있는 내용이다. 리뷰를 먼저 봤는데 제목에 두 가지 뜻이 있더라. '내일'(tomorrow)을 위한 시간이라는 뜻과 '내 일'(my work)을 위한 시간이라는 뜻. 그걸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라. 영화 속에서 우울증을 겪는 여자가 당장 내일 잘릴 수 있는 위기에 놓인다. 계속 일할지 여부는 투표를 통해 결정되는데, 사람들에게 찾아가 부탁하는 내용이다. 사람의 심리에 대해 너무 잘 느껴져서 그 부분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또, 로맨틱코미디 장르의 옛날 드라마를 많이 돌려봤다. '로맨스가 필요해', '연애의 발견' 같은. 공감할 수 있는 대사와 상황이 많아서 좋았다. 연애를 해 봤으면 겪는 생각이 다 담겨 있었다.

▶ 현재 학교는 쉬고 있는 건가. (* 고원희는 중앙대학교 연극영화학과다)

네. 등록금이 비싸서 (웃음) 금전적, 시간적으로 여유가 생길 때 다시 돌아가고 싶다. 쫓기면서 다니고 싶지는 않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도 당연히 좋지만, 등록금이 만만치 않으니까… 배낭 싸서 여행 다니면서 제가 직접 다른 나라에서 보고 느끼는 게 연기적인 면이나 제 개인의 성장에도 많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그러다 보니 학교는 조금 내려놓게 된 것 같다. 다시 돌아가고 싶을 때 갈 것이다.

▶ 작년에 '해피투게더3'에서 배우 이하율과의 열애 사실을 공개해 화제가 됐다.

잘 만나고 있습니다. (웃음)

▶ 평소에 자신에 대한 댓글을 많이 보는 편이라고 알고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씬에 대한 반응들을 보는 편이다. (악플 때문에) 상처를 받아도 그 때뿐인 것 같다. '어, 이 사람 왜 이러지?' 하고 생각만 하고 싹 다 잊는다. 근데 주위 사람들은 피곤할 것 같다. 굳이 안 봐도 되는 걸 보면서 상처받을까봐. 근데 저는 단순해서 '재밌잖아?' 하고 만다. (웃음)

▶ 차기작은 정해졌나.

아직은 없다.

▶ 앞으로 보여주고 싶은 면이나 연기가 있다면.

로맨틱코미디, 멜로나 아니면 정반대의 센 역할을 해 보고 싶다. 보이시하거나 악역이거나. 다 도전해 보고 싶다. 어떤 캐릭터라고 볼 순 없지만, 하나 꿈은 있다. 지금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데, 제가 쓰고 제가 연기하면 제 모습을 가장 잘 비춰주는 작품이 될 것 같다. 시나리오에 넣으면 괜찮겠다 싶은 것들을 메모해 놨다가 조금씩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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