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시즌 KIA 타이거즈의 선발 로테이션을 책임진 '원투펀치' 헥터(사진 왼쪽)와 양현종 (사진 제공=KIA 타이거즈)
KIA 타이거즈는 한가위 연휴를 앞두고 8년만의 정규리그 우승을 위한 매직넘버를 2로 줄였다. 하지만 연휴 둘째날 최하위 kt 위즈에게 2-20 충격패를 당하면서 우승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전반기 13경기차 열세를 따라잡은 2위 두산 베어스에게서는 패배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KIA는 정규리그 마지막 2경기에서 우승을 위한 최후의 필승카드를 꺼내들었다. 양현종과 헥터를 나란히 선발투수로 기용했다. 1년 내내 KIA의 선발 로테이션을 이끌었던 원투펀치는 믿음과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양현종이 2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의 원정경기에서 5-3 팀 승리를 이끈데 이어 헥터는 정규리그 마지막 날인 3일 같은 장소에서 7이닝 10피안타(1홈런) 6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 KIA의 10-2 승리를 견인했다.
원투펀치가 매직넘버 2를 제거하면서 KIA는 자력으로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의 챔피언으로 등극했다. 2009년 이후 8년만의 첫 정규리그 우승이다.
양현종과 헥터, 원투펀치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던 마지막 2경기였다.
양현종은 2일 경기에서 무려 120개의 공을 뿌리며 5⅔이닝 2실점(비자책) 호투를 펼쳤다. 승리투수가 되면서 시즌 20승 고지를 정복, 1995년 LG 트윈스 이상훈에 이어 국내 선수로는 처음으로 선발 20승을 달성했다.
헥터도 20승 대열에 합류했다. 이날 kt를 상대로 시즌 20번째 승리를 챙겼다. 이로써 헥터는 2007년 두산의 다니엘 리오스, 2014년 넥센 히어로즈의 앤디 밴헤켄, 지난해 두산의 더스틴 니퍼트에 이어 외국선수로는 4번째로 20승 고지를 밟았다.
또 KIA는 32년만의 대기록 하나를 수립했다. 김시진과 김일융이 나란히 25승을 올린 1985년 삼성 라이온즈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한 시즌 2명의 20승 투수를 배출한 구단이 됐다.
헥터는 경기 초반 득점권에 계속 주자를 내보내며 고전했다. 하지만 집중타를 허용하지는 않았다. 3회말 윤석민에게 희생플라이를 내줬고 6회말 오태곤에게 솔로포를 맞았다. 그게 전부였다.
타선은 초반부터 힘을 냈다. 이명기가 3회초 선제 투런홈런을 때렸다. KIA는 4회초 3점을 올렸고 이명기는 1타점을 더 보탰다. 5회초에는 나지완의 시즌 27호 투런포가 터졌다.
kt위즈파크는 이날 매진을 이뤘다. 시즌 4번째이자 창단 이래 11번째 매진. 3경기 연속 매진은 구단 역사상 처음이었다. 원정팀 효과가 컸다. 3경기 다 상대는 KIA였다. KIA의 우승 헹가래를 보고 싶어하는 원정 팬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았다.
KIA는 우승이라는 목표를 이뤘다. 헥터와 양현종, KIA가 자랑하는 원투펀치가 화룡점정을 이뤘다. 나란히 개막 14연승, 개막 7연승으로 시즌을 시작한 헥터와 양현종은 시즌 중반 다소 부침도 있었지만 마지막 순간 그 진가를 발휘했다.
KIA는 한국시리즈에 직행한다. 통산 11번째 우승에 도전할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단기전은 마운드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특급 선발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양현종과 헥터는 정규 마지막 2경기를 통해 또 한번 가치를 증명했다. 한국시리즈 우승의 자신감도 그만큼 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