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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에게 '남한산성'이어야만 했던 이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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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인터뷰] "남한산성 역사에 뜨거운 마음…치열했던 시간 보여주고파"

영화 '남한산성'에서 척화파 예조판서 김상헌 역을 맡은 배우 김윤석.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병헌의 말처럼 그의 연기는 뜨겁고 인간적이다. 배우 김윤석이 영화 '남한산성'으로 첫 사극에 도전해 또 한 번 변화를 꾀했다. 한 동안 줄곧 멀티캐스팅 영화에 나오지 않았지만 '남한산성'은 차마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그가 줄곧 정통 사극을 기다렸던 것도 그렇지만 척화파의 수장인 예조판서 김상헌 캐릭터 자체가 너무도 매력적이었다. 조선 사대부들의 따분한 논쟁 영화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와 달리, '남한산성'은 외세에 갇혀 고립된 조정과 백성의 한 치의 물러섬 없는 판단과 선택을 그려내며 추석 블록버스터다운 모양새를 갖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한산성'은 실패의 역사다. 진중하고 무거운 사극 자체가 추석에는 그다지 흥행한 전례가 없기도 하다. 김윤석에게도 이런 작품의 소재가 쉬운 도전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의 첫 사극 영화는 왜 하필 '남한산성'이어야 했을까. 어느 때보다 강직하면서도 따뜻한 연기를 펼친 김윤석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김윤석과의 일문일답.

▶ 정통 사극 영화는 처음이기도 하고, 김훈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이 원작이라 부담감도 상당했겠다.

- 좋은 작품과 배역을 만나는 것은 즐거운 부담이다. 전부터 정통 사극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고, 이 정도라면 한 번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셰익스피어나 그리스비극을 연극으로 해본 적도 있어서 거기에 대한 매력을 알고 있다. 사극의 클래식함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작품을 만나게 돼서 만족스러웠다.

▶ 상당히 인간적인 모습이 돋보이는 캐릭터다. 본인이 생각한 척화파의 수장 김상헌은 어떤 인물인가.

- 역사가 결과론적으로 이원화시키는 버릇이 있는데 김상헌은 명분만 지키는, 사대주의가 전부인 그런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그는 최명길의 의견과 공통점을 갖고 있다. 둘은 서로 존중하는 관계라는 것이 영화에서 드러나기도 한다. 두 사람이 생각을 공유하는 지점이 같은데 어떻게 행동할 것이냐, 그 한끗 차이가 있는 것이다. 나라를 위하는 마음은 똑같고, 둘이 비슷한 지점이 많은 게 이 영화의 매력이다.

영화 '남한산성' 스틸컷.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 어떻게 생각해보면 실패의 역사를 그린 영화다. 이미 관객들은 역사의 결말을 알고 있고, 그것이 결코 유쾌하지는 않을 거다. 그래서 역사를 다룬 다른 영화들처럼 통쾌함을 주기는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다.

- 남한산성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다는 것에 대해 뜨거운 마음이 있었다. 굴복한 역사로 치부하는 게 아니라 한 번 적나라하게 파헤쳐보자고 마음 먹었다. 어쩌다가 이런 일들이 일어났고, 무능한 사람들만이 산성에 있었던 게 아니라 그 안에서 치열하게 대치하고, 의견을 주고받고 그런 시간을 보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 김상헌이 말하는 게 다 같이 죽자는 게 아니다. 죽음을 각오한 삶이 삶으로서의 가치를 지닐 때가 있다는 이야기다.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면 삶을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결국 논리 싸움인데 내가 김상헌 역을 맡았기 때문에 그의 논리를 지지한다. 그렇게 굴욕적인 화친을 해서 다 구해졌느냐. 그래도 50만 명의 백성들이 청으로 끌려갔다. 어차피 역사는 결과로 보는 거라 무엇이 옳은지 알 수가 없다.

▶ 사실 자칫하면 지루한 사대부들의 논쟁 사극이 될 수도 있었다. '남한산성'이 영화적으로도 매력있게 다가오는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하다.

- 장소의 특징이 크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전쟁이 일어나서 잠실 야구장에 다 모이는 거다. 평소에 한 번도 못 만나는 사람들이 다 있다. 유명한 사람도 있고, 일반 시민도 있고, 대통령도 있고, 건물주도 있고…. 만날 일이 없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만나서 엮이는 관계가 영화의 큰 재미 중의 하나다.

영화 '남한산성'에서 척화파 예조판서 김상헌 역을 맡은 배우 김윤석.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 이병헌을 비롯해 참여한 모든 배우들과 호흡을 맞춰본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 이렇게 한 작품에서 작업한 소감을 좀 이야기해달라.

- 일단 언제 술을 마시느냐가 관건이다. (웃음) 이병헌 아내인 이민정이 작품에서 내 여동생으로 나온 적도 있다. 사석에서 다들 술도 한 잔씩 했던 친구들이랑 어색한 건 하나도 없었다. 이병헌과 할리우드 활동에 대해 물어봤는데 영어로 애드리브를 하면 그렇게 초긴장해서 촬영을 한다더라. 정말 언어권이 다른 사람이 대단한 거다. 굉장히 진지한 배우다.

▶ 역사적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 '1987'이 바로 또 다음 작품이다. 실제로 역사에 흥미가 있는지 묻고 싶다. 그 영화에서는 또 오랜만에 하정우와 만났다

- (하)정우가 많이 컸더라. 의도해서 그렇게 작품 선택을 한 건 당연히 아닌데 올해는 역사의 해인가 보다. (웃음) 역사는 나이가 들수록 재미있다. 어릴 때는 그 옛날 것이 왜 재미있나 싶었는데 그 때 사람들이 우리만큼 지혜롭지 못한 건 아님에도 이런 일을 했었다는 걸 알아가는 게 재미있다.

▶ 황동혁 감독에게도 첫 사극이었는데 상당히 다채로운 장르를 섬세하게 표현해내는 감독이다. 함께 작업해보니 어떤 느낌이었나.

- 정말 어마어마하게 준비를 많이 했다. 의상부터 무기까지 어쩌면 그렇게 고증이 정확한지 감탄할 정도다. 이거 관련해서 내가 무기전문가의 글을 봤다. 촬영 현장에서도 시원하게 '오케이'를 하면서 판단이 정확하고 빠른 사람이다. 굉장히 똑똑하다. 무엇보다 작품에 많은 것을 담고, 자신의 세계관을 넣고 이런 것들에 대한 준비가 거의 완벽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얼버무리고 이런 게 없는데 이게 정말 공동작업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미덕이다. 너무 믿음직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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