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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 못 해드려요" 실효성 없는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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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구속력 없고, 인력도 적어 '속 빈 강정'

(사진=자료사진)

 

지난 2013년 설 연휴기간, 서울 중랑구에서 층간소음 때문에 윗집과 다투던 김모(45) 씨가 부모를 찾아온 30대 형제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같은해 설 당일에는 양천구 다가구주택에서 윗집의 층간소음에 화가 난 박모(49) 씨가 석유가 든 화염병을 던져 불을 지르는 사건도 벌어졌다.

명절 연휴기간은 가족들의 왕래가 많아지며 이웃간의 층간소음 문제 역시 불거지기 쉬운 시기다. 평소 이 문제로 갈등을 빚어오다 명절때 갈등이 극에 달하며 끔찍한 사건으로 이어지는 것.

이렇게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이 사회 문제로 번지자, 정부는 지난 2012년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를 설립했다. 하지만, 센터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현장 조사도 마음대로 못하고, 인력마저 부족해 층간소음 문제 해결에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다.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 현장 방문 상담 확인서의 내용. 법적 구속력이 없는 센터가 제시한 중재 방안은 중재기간 동안 직간접적인 항의를 자제하라는 내용 뿐이었다. (사진=독자제공)

 

◇ 이웃사이센터 처음부터 "도움 드리기 어렵다" 전제

전북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이모(38) 씨는 윗집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발소리에 1년을 시달렸다. 윗집과 관리사무소에 수차례 이야기했지만 해결되지 않자 결국 지난 1월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런데 이 씨는 센터 상담사의 태도에 기가 찼다고 말한다. 상담사는 말 끝마다 자신들은 법적 효력을 갖지 못해 해결해 드리기 어렵다는 전제를 달았다고 한다.

어쨌든 도움을 받아보고 싶어 절차대로 진행해 달라 요청했다. 하지만 신청 이후 40일이 지나도록 센터는 감감무소식이었고 이 씨는 결국 막대기로 천장을 때리는 보복소음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그는 "자기들은 어떠한 효력도 없다고 전제를 달고 말해요. 윗집이 거부하면 상담도 못해, 소음 측정을 해도 법적 효력을 갖지도 못해, 도대체 무슨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 강동구의 다세대 주택에 거주하는 임모(25) 씨는 센터의 중재를 받다가 도리어 이웃과 사이가 나빠졌다. 센터가 윗집을 방문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윗집 부부가 자신을 찾아온 것.

그는 "'시끄럽다고 신고를 했느냐, 자신이 우습냐'며 오히려 협박을 했다. 조금이라도 미안해하거나 헤아려주려는 것이 아니라 당황했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이사를 결심하고 새로 방을 구하고 있다.

대구에 거주하는 박모 씨는 센터를 이용하려다 포기했다. 그는 "강제성이 없으니 문제가 해결될 리 없고, 민원을 제기한 자신이 보복의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 말했다.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의 해결사례. 윗집이 방문을 허락하면 센터는 중재에 나서지만, 윗집이 거부한다면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떠한 활동도 불가능하다. (출처=환경부)

 

◇ 전국 상담사도 23명 뿐…"실효성 의문"

층간소음 문제가 사회 이슈로 비화되자 지난 2012년 정부는 층간소음으로 인한 분쟁을 조기에 해결하기 위해 환경부 산하에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를 설립했다.

센터는 전화나 온라인상으로 층간소음 민원에 대한 접수를 받고, 조정의 대상이 되는 피신청자에게 우편물을 발송해 상담 일정을 협의한다.

이후 일정이 잡히면 상담가가 직접 현장으로 가 윗집과 아랫집의 갈등을 조율한다. 그래도 해결이 안 된다면 민원 제기자의 요청에 따라 소음측정 서비스를 진행해 기준치 초과 여부를 확인한다.

이렇게 절차가 마련돼 있지만, 문제는 센터가 법적인 구속력이나 강제성을 갖지 못한다는 점이다. 윗집에서 우편 수령을 거부하거나, 상담을 거부할 경우 강제할 방법이 없다. 또 소음 측정 결과 기준치를 초과하더라도 법적으로 제지할 방법이 없다.

결국 이용자들은 센터에 불만을 표했다. 자유한국당 임이자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만족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용자들의 종합서비스 만족도는 지난해 기준 54.7점에 그쳤다. 특히 현장 진단이 분쟁해소에 도움이 됐는지에 대해서는 33.3점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한국환경공단 관계자는 "현장에 도착하면 서로 감정이 많이 상해있는 상태에서 양 쪽의 의견을 듣고 조정하는 업무의 특성상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파악한다"고 밝혔다. 또 "법적인 집행력이 없어 권고사항만으로 끝나기 때문에 만족수치가 높을 수가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더 큰 문제는 센터 자체가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역량 자체가 낮다는 데에도 있다. 센터는 월 평균 1500건의 상담을 진행하지만, 전국의 센터 소속 상담사는 23명에 불과하다.

공단 관계자는 "사실상 인력이 모자라다. 관계 부처에 인원 증강은 물론 법적, 행정적 구속력을 가질 수 있도록 개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반영은 안되고 있는 현실"이라 토로했다.

가톨릭대학교 소비자주거학과 은난순 교수는 "사실상 정부는 사적인 주거 공간에 개입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기에 예방과 중재에만 중점을 두고 있는 형태"라며 "공적 개입에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나서 모든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 보다는 주민들 사이의 관계 활성화를 유도하는 정책을 펴 주민들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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